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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 Aug 17. 2022

남이 먹는 걸 왜 봐?

나의 은밀한 취미생활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먹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유튜브에 눈을 뜬 순간, 동시에 먹방의 세계에 눈을 떴다.


 처음 먹방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햄버거 20개, 라면 30봉, 홀케이크 5판 등등 먹방 유튜버들이 먹는 음식의 양이 정말 많았다. 그 많은 음식을 한 번에 먹어치우면서도 맛있게 먹는 그들이 신기했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보는 재미 반, 많은 양을 먹는 재미 반으로 먹방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먹방이 분화되기 시작했다. 기존처럼 많은 음식을 먹는 먹방과 함께 딱 일반인이 먹을 만큼만 맛있게 먹고 음식 맛을 설명해주는 먹방이 나타났고, 일상생활 브이로그에 먹방을 추가한 먹방 브이로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맛집을 찾아가는 먹방 브이로그가 재미있다. 특히 일상생활 도중에 떠나는 여행에서의 먹방은 나도 여행을 함께 온 듯한 기분이 들어 한껏 들떠서 보곤 한다. 이런 나의 먹방 브이로그, 먹방 여행 사랑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회사에 다닐 때는 퇴근 후 집에 와서 먹방 브이로그를 보며 걷거나 훌라후프를 하는 것이 나의 힐링 타임이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일상생활에서 쉴 때 규칙적으로 하는 행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나는 매일 회사가 끝나고 먹방 유튜브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먹방 브이로그 보기라고 대답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면이 있다. 예전에 내가 먹방 브이로그를 신나게 보고 있는 모습을 본 남편이 물었다. "남이 먹는 걸 왜 봐?" 남편은 아직도 남이 먹는 걸 도대체 왜 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먹방은 남들이 물어볼 때 대답하는 취미생활은 아니고 나의 은밀한 취미생활로 남아있다.


 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먹방에는 많은 장점이 있다. 맛집을 알아뒀다가 실제로 갈 수 도 있고, 여행 먹방을 보고 그 코스대로 여행할 수 도 있고, 신상 음식을 봐 뒀다가 어떤 신상을 먹을지 고민될 때 판단의 기준이 될 수 도 있다.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와 입맛이 비슷한 유튜버를 선정해 놓았다.  


 그런데 휴직 후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위주로 하루를 꾸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방 브이로그에 손이 덜 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맛집과 음식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신상 소개나 맛집 리뷰, 여행 먹방은 지금도 종종 보지만 예전처럼 시간 때우기 용으로 먹방을 보진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먹방 브이로그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남들에게 말하기 애매한 자신만의 은밀한 취미생활이 하나쯤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또 어떤가?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고서야 내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우리의 은밀한 취미생활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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