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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로예 Apr 02. 2022

가족이라는 모빌에 살고 있을 때 벌어지는 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족과 함께한다. 그런데 가족이 뭐지?



어쩌다 가족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사람들은 모여살았다. 인간 개체 단위로 분리되어 산 것보다, 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당연히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로부터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역사가 시작됐다. 서로 다른 성이 만나 자손을 낳고, 끊임없이 세대가 이어졌다.  구석기 시대부터 엉겁의 시간이 흘러 결국 21세기 오늘날의 현대사회까지 우리의 뿌리깊은 가족의 역사가 이어져 온 것이다. 가족은 비단 염색체를 물려주었다는 생물학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정서적인 깊은 뿌리를 모두 공유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관계의 중심에서 때로 웃고, 운다. 행복을 나누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꽤나 오래전부터 '가족'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가족이란 나의 삶을 가능하게 해 준 고마운 울타리이면서도, 때로는 온전히 이해가 불가능한 여러 갈등관계에 얽혀 눈물과 고뇌를 하게 했던 환경이니까. 이것은 나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이야기이므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과연 가족이란 것은 한 개인의 성장과 삶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나는 이것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싶었다. 



그래서, 가족이 뭔데?

© geralt, 출처 Pixabay

우선, 가족에 대한 정의부터 내려보자. 2020년 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가족"이라 함은 혼인 or 혈연 or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반면, 가족과 구분되는 "가정"이라는 개념은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를 말한다. 


여기에 더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현대사회가 정의내리는 가족 중에서 절대로 "정상가족은 없다"는 것이다. 즉, '~~한 특성을 띄는 가족이 정상가족이다'라는 프레임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The family'라는 단일적인 관점의 용어가 아닌, 'Families'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포함한 가족을 일컫기 위해서다. 


아무튼 우리는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 내에서 태어났고, 성장하고, 또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는 개인이다. 그런데 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우리의 삶에 무수히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그저 나는 이 세상에 던져지듯 태어났는데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환경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우리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가족은 왜 이렇게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일까? 


가족이라는 모빌(mobile)에서 살고 있기에

출처 : https://www.ubuy.com.tr/en/product/FKAWTCE-baby-crib-mobile-mmh-rainbow-crib-mobile-wooden-mobi

가족이 개인의 삶에 수많은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가족치료의 발달배경 중 하나인 '유기체론적 세계관'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유기체론적 세계관에서는 세계를 모든 현상의 상호 연관성 또는 상호 의존성으로 파악한다. 만약 비유를 하자면 각 개인이 속한 가족은 고유한 '모빌'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1세대-2세대-3세대 가족구성원이 수직선상으로 모빌에 매달려있고, 각 세대의 구성원별로 수평적인 선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전체 모빌(전체 가족단위)는 하위체계(개인-개인)과 언제나 상호작용을 한다. 즉 연결성과 상호관련성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현대사회에서는 조부모와 부모, 그리고 자녀(손자녀) 세대가 생존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가족 체계를 이루고 있다. (수명이 긴 현대사회에서, 3세대 모든 세대가 살아있다고 가정한다면) 관계의 지속성 유무에 상관없이, 가족이라는 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이상 이 모빌 체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세대 중심 가족치료이론을 발전시킨 보웬에 따르면, 가족은 정서적 단위다. 가족의 정서 과정은 역사를 통해 지속된다. 즉 이전 세대에서 정리되지 않은 정서 또는 사회적 문제는 다음 세대를 거쳐서도 문제가 되기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한국을 휩쓸고 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상흔(정서적 트라우마 등)이 21세기의 손자녀 세대까지 고스란히, 어떤 방식으로든 직간접적으로 전해질 수 있다.  


한편 가족이라는 모빌에 앞서, 훨씬 더 큰 거시적인 '모빌' 구조가 있다. 바로 가족의 상위체계인 '사회'다. 즉, 가족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와 에너지를 교환한다. 예컨대 노동력을 제공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가담하는 것. 그리고 가족은 이러한 사회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가족 체계 내부에 유동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개인 뒤에는 건강한 가족이, 건강한 가족 뒤에는 건강한 사회가 있다. 그렇다면 관점을 뒤집어 생각해보자. 건강하게 기능하지 못하는 가족 안에는 역기능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개인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가족 뒤에는 아픔과 상처를 지닌 사회의 흔적이 고스란히 존재하기 마련일테다.


이야기를 빙빙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 가족이라는 체계가 건강하게 기능해야 건강한 개인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 




"가족이랑 상관없이 나만 잘하면(또는 잘 살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극히 드물 것이라 예상된다. 심리학자 허태균의 저서 '어쩌다 한국인'에 따르면 "동북아의 농경정착사회, 친족 중심의 집단생활, 유불교적 가치와 같은 생태학적 특성은 한국인들에게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강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라는 대목처럼 지극히 관계주의적 한국 문화를 깊이 공감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가족은 특히나 집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아주 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환경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에 함께할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가족과 얽히고설킨 역사와 경험이 지금의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과 경험의 축적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직면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며 풀어나가고 싶다. 


가족과 관련하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에세이 시리즈를 바칩니다:)



다음 편에도 계속.





[글을 시작하며..]

3-1학기 아동가족학 전공선택 과목으로 '가족치료'를 배우고 있습니다.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오직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두어 해결하고자 했던 개인 심리치료와 달리, 가족치료는 개인의 문제를 가족의 맥락에서 살펴보며 치료와 해결을 도모하는 분야라고 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 '가족치료'라는 과목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조금의 용기를 내어, 가족치료에서 배운 다양한 개념과 사례를 에세이로 묶어서 정리해보고자 다짐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이 '가족치료' 수업을 진행하는 한 학기동안 배우고 느낀 것을 에세이 시리즈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와 역사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기대되고, 설레요. 또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쩌다 가족] 에세이 시리즈를 통해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원가정에 대한 경험을 되살려 삶과 가족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떠올려볼 수 있길 소망합니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와 역사, 경험을 살려 가족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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