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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의 저주와 슬픔의 부작용

by 백승권

모두 힘들었으면 좋겠어

(나의) 힘듦이 티 나지 않게

모두 큰소리로 울었으면 좋겠어

(나의) 울음이 들리지 않게

모두 작게 웃었으면 좋겠어

(나의) 웃음이 더 크게 들리게

모두 가난해졌으면 좋겠어

(나의) 가난이 들키지 않게

모두 죽었으면 좋겠어

(나의) 죽음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모두 불행했으면 좋겠어

(나의) 작은 행복이 찬란히 빛나도록

모두 야근했으면 좋겠어

(나의) 반차가 돋보이도록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이러다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같은 문장을 넣으면 날카롭지만 거짓말

악은 비로소 나라서

비굴함이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어둠 속에 숨어 집이라 불리는 곳으로 돌아가자

수많은 머리와 등 뒤에서 이름을 숨기자

시끄러운 경적과 요란한 불빛 속에서

한껏 움츠리며 숨소리를 낮추자


그러고 보니 이미 너무 불행해서

불행 자체가 되어서

모든 감각이 마비되어서

눈알을 아무리 만져도

아무것도 닦이지 않아요

텅 비어서 투명해졌어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랬겠지


촉감을 기억하고 있어

죽을 때까지 남아있도록

사랑해 연결된 모든 것을


일곱 번의 저주는 신경 쓰지 말아요

슬픔의 부작용은 헛소리니까

나는 너이기도 하니까

너로 다시 읽어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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