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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Nov 06. 2021

[아르바이트 썰 ver.2-2] 편의점 보이스피싱

편의점 에피소드 2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대한 전반적인 후기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일화에 대해 앞서 소개를 했었는데, 미쳐 적지 못했던 에피소드가 하나 더 떠올라 이렇게 추가글을 쓴다.




때는 작년 이맘때쯤, 우리 집 근처 CU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편의점에 파는 각양각색의 물건 중에는 '구글기프티카드'라는 것이 있다. 이 구글 기프티카드는 예전의 문화상품권 정도의 위상을 가진 것으로, 요즘 휴대폰으로 어떤 어플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 쓸 수 있는 돈이랑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으로 어떤 게임을 깔아서 하다가, 아이템을 사고 싶어서 결제를 하려면 카드로 결제를 할 수도 있고, 휴대폰 요금으로 청구되도록 결제를 할 수도 있고, 바로 이 '구글기프티카드'를 현금으로 구매한 후에 코드번호를 입력해서 그 금액만큼 사용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전에 문화상품권이 오프라인에서 책도 사고 온라인으로는 게임머니를 충전해 썼던 것처럼, 모바일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상에서 사용되는 전용 돈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알바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얘기해 준다더니, 뜬금없이 구글 기프티카드 설명을 왜 이렇게 줄창 하는가 하면, 바로 이 구글 기프티카드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 구글기프티카드는 어느 편의점을 가나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이미 계산기 자체에서 현금으로 밖에 결제가 안된다. 교통카드 충전이 현금으로밖에 안되는 거랑 같은 원리이다(카카오뱅크 미니카드가 있지만 논외로 하자).




그래서 대부분 아들이랑 아빠가 같이 와서 아들의 구글기프티카드를 아빠가 대신 사주거나, 혹은 용돈을 모은듯한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구매를 하기도 한다. 혹은 가끔씩 30-40대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와서 구매하기도 한다. 주로 게임에 쓰는 돈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구매자들이 남성이다.







근데 그날은 한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구글기프티카드를 찾았다. 아들이 타지에 가서 혼자 자취 중인데 갑자기 필요하다며, 근처 편의점에 가서 구글기프티카드를 결제한 후에 그 일련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10만 원 치를 결제해드렸다.




그러고 나서 약 15분쯤 지났는데, 아들한테 번호를 알려줬더니 이미 사용한 번호라고 뜬다면서 구입한 편의점에 가서 환불을 받아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구글기프티카드는 이미 사용한 카드라면 포스에서 환불 처리가 안되도록 전산 시스템이 되어있다. 분명히 우리는 새 걸 팔았기 때문에 이미 쓰고 나서 거짓말로 우리 보고 환불해 달라고 하는 거면 어차피 포스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일단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찍었는데, 환불 처리가 완료되었다.




그러니까 안 쓴 멀쩡한 번호였는데 아들이 안된다고 하면서 환불을 받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뭐 여기까지는 어머님이 아들에게 번호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실수로 숫자 한두 개를 잘못 쳤을 수도 있고, 아들도 그걸 입력하는 과정에서 잘못 입력했을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새 구글기프티카드를 이번에는 갑자기 30만 원 치를 구매를 해가셨다. 아들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일단 결제를 하고 가셨고 그 사이에 다른 어떤 아저씨가 와서 구글기프티카드를 구매했다.




이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바로 휴대폰에 카드번호를 등록하려고 했는데, 또 카드번호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속으로 오늘 기프티카드로 무슨 날인가 생각을 하고 그 사람 휴대폰을 달라고 해서 봐보니, 번호가 이미 사용되었다는 문구가 아니고, 번호 입력을 5회 이상 잘못했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시도하라는 문구였다.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이미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한 번호로 왜 안 돼??하면서 5번이나 시도를 했고, 그래서 일시적으로 번호 입력 자체가 막힌 상태였던 것이다. 마치 휴대폰 잠금을 계속 풀려고 시도하면 5분 동안 시도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저씨 보고 찬찬히 다시 설명을 드렸다. 여기 문장 다시 제대로 읽어보시라고, 이 번호 사용됐다는 말이 아니라, 좀 있다가 다시 입력하라는 말이라고.






그렇게 아저씨를 보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까 그 아주머니 아들도 번호가 사용된 게 아니라 좀 있다가 하라는 문구였는데 착각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용을 안 해서 실제로 환불이 되었으니까. 어지간히 급한가 보네 하고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아줌마가 또 왔다.




30만원치 사간지 얼마나 됐다고 한 20분 지났나? 또 와서는 이번에도 또 30만 원 치를 결제를 해달라고 했다. 이미 사간게 30만 원인데 뭔 놈의 기프티카드를 60만원치나 하루에 사는 이상한 놈이 있나 생각했지만, 일단 뭐 본인이 필요하다 하니 내 입장에선 안 팔 수가 없어서 팔려고 했는데 20만 원까지는 결제가 되었는데, 나머지 10만 원이 아무리 해도 결제가 안되었다.







계속 포스기에서 승인 불가라고 뜨면서 기프티카드 최대 충전금액을 초과하였다는 문구가 떴다. 도대체 뭐가 최대 충전금액인지 일하면서 그런 문구를 본건 처음이라 일단 아무리 해도 안되고 자꾸 시간이 지나가니까 아주머니는 기다리시다가 20만원치만 들고 성질을 내면서 다른 데로 가버리셨다.




가고 나서 점장님한테 결제가 안된다고 말하니, 원래 구글기프티카드는 1일 최대 결제 한도가 있다고 한다. 이 아주머니가 갑자기 우리 편의점에서만 많이 사면서 포스 자체의 결제 한도에 걸려버린 것이었다. 어쨌든 결제가 안돼서 나는 못 팔았고 결제 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채 계산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어머니는 구글 기프티카드가 무슨 용도인지 모르고 그냥 아들이 사달라니 냅다 사준 것 같지만, 사실 이거 그냥 게임 현질하는건데 그걸 뭔 놈의 아들이 하루에 60만원치나 어머니 보고 사달라고 할까? 그리고 타지에 있는 아들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60만 원을? 타지에 있는 아들이 급하게 게임 현질을 60만원치나 할 일이 도대체 뭐가 있지? 내 상식선으로는 이해가 안 가면서 '설마 이거 보이스피싱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글 기프티카드의 특성상 현금으로 밖에 구매가 안되어서 산 사람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고, 사고 나서도 그냥 그 일련번호만 알려주고 나면 끝이라, 보이스피싱으로 이용해먹기 딱 좋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미 아주머니는 가고 없고, 보이스피싱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고, 그리고 아주머니가 두 번째 방문에서 이거 보라면서 아들이 이미 사용한 번호라고 나온다고 한다면서 휴대폰을 보여줬는데 분명 "아들"이라고 저장된 번호한테서 온 문자였다. 아들이라고 저장된 번호한테서 온 문자에 "엄마 이거 이미 쓴 거래" 이런 식으로 적혀있는 걸 내가 봤다. 근데 그 기억도 이쯤 되니 내가 확실히 본 게 맞는지 가물가물하고... 근데 분명히 다른 건 다 몰라도 아들이라고 저장된 거 하나만은 똑똑히 봤는데, 이게 보이스피싱이라고 가정해 보면 아들 번호로 문자를 보낼 수도 있는 건가? 실시간으로 어머니랑 주고받으면서 어머니가 답장을 뭐라고 보내는지도 다 볼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진짜로 그냥 철없는 아들내미의 게임머니 충천하려는 수작인지, 진짜 보이스피싱 피해자인지.




카운터에 앉은 채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명확한 답이 안 나왔다. 이대로 넘길 수도 있는 문제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찝찝했다. 게다가 어쨌든 그 모든 결제를 내가 해줬으니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도 조금 들었다. 그래서 약 30분간의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를 하기로 결심을 했다.




신고를 하는 것도 사실 이게 내가 지금 근무 중이니까 사장님한테 말을 해야 하는 건가, 사장님이 신고하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하면서 112에 전화를 했다.






112에 전화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전화받으면 상황 설명을 뭐라고 해야 하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전화를 아주 칼같이 받으신다. 물론 위급상황일 수도 있으니 그게 맞지만, 진짜 신호음 한번 가기도 전에 받으신다.




나는 제가 지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인데, 어떤 아주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하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미 그 아주머니가 편의점을 떠난 상태고, 당연히 현금으로 구매했으니 그 어떤 정보도 없으며 그렇다고 무슨 범죄자 찾듯이 CCTV를 확인해서 아주머니 수배를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경찰이 자기들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아까 아주머니가 계실 때 보내지 말고 전화를 했었어야지 이제 와서 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뜻밖의 핀잔을 들었다.




물론 경찰분 말씀이 틀린 건 없지만, 용기 내서 전화한 건데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뭐 말마따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그냥 보이스피싱이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하필 이날이 내가 저번에 썼던 구글 계정 해킹까지 당한 날이라 정말 알바하는 내내 이놈의 구글!!이라는 분노에 차있었던 기억이 난다. 호오옥시나 이제 편의점 알바를 할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휴대폰 게임을 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구글기프티카드를 구매하려고 하는 걸 본다면 한 번쯤은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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