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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별하 Oct 29. 2022

[당근마켓] 유료 고민상담 후기

0. 서설


반복되는 쿠팡 알바에 지쳐가던 나는 뭔가 쿠팡보다 할만한 알바가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쿠팡을 다녀오게 되면 왔다 갔다 이동시간이 있기 때문에 하루를 통으로 날리는 셈이라, 마땅한 게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나의 특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 성격적인 장점을 살려 간단한 부업을 하고자 했다.



그것은 바로 고민 상담이었다. 평소 주변 지인들로부터 다른 사람한테는 말 못 하겠는데, 너한테는 얘기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거나, 혹은 어떤 얘기를 듣고 나서 "아~그래서 이러이러하다는 거지?"해서 내가 들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얘기해 주면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거라고. 본인이 표현을 못 해서 길게 쭉 설명을 했는데 정확히 내가 하려던 말이 그거라는 말도 들었었다. 그리고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말이나 행동은, 아예 안 했다고는 못하겠으나 이런 말과 행동이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 매우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더구나 예전에 했던 TCI 성격 기질검사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 연대감이 상위 1%가 나오는 등, 원수가 등에 칼을 꽂아도 화가 날지언정 원수의 입장에서 원수가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적어도 남의 고민을 듣고 섣불리 조언이랍시고 듣기 싫은 말을 하지도 않고, 해결책을 바라지 않을 때는 조용히 공감만 해준다. 간혹 내 입장에서의 최선의 선택이나 해결책을 원한다면 내가 아는 선에서 답을 해주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관련 서비스를 찾아보니 이미 탈잉이나 크몽 등의 플랫폼에서 심리 상담, 혹은 고민 상담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주나 타로랑 곁들이기도 하고 그런 것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둘 다 있었다. 나는 전자책을 탈잉과 크몽에 등록해 본 입장으로서, 한번 서비스를 등록하기가 귀찮기도 했고, 더군다나 심리학 혹은 상담 쪽으로는 관련 전공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렇게 등록하는 것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당근 마켓에 글을 올렸다.(물론 당연히 관련 전공 졸업자도 아니고 아무런 자격증도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아무도 신청을 안 하면 그냥 그뿐이라는 생각으로, 밑져야 본전!으로 글을 올렸다가, 약 이틀 뒤에 심경의 변화로 앞으로 쿠팡을 비롯한 일체의 수익창출 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모든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상품 판매에 올린 글만 삭제하고 동네 생활에서 과외/클래스 탭에 올렸던 글을 미쳐 삭제를 안 했는지 공교롭게 이제 안 해야지!라고 생각한 그날 저녁에 연락이 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이 사람까지만 공짜로 해주고 이 일은 완전히 접자는 생각으로 상담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 사람이 부득불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해서 우선 약속을 잡고 지하철 근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1. 당일


약속시간에 맞춰서 나는 먼저 카페에 도착을 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고, 이 사람은 지하철이 약간 늦는지 늦는다고 연락이 왔는데, 최대한 사람이 없고 조용한 자리에 앉아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처음 당근으로 채팅을 할 때도 본인이 최대한 사람이 없고 조용한 카페를 찾아보겠다 하시더니 유동인구가 적고 조용해서 얘기하기 편하다는 후기의 카페를 찾아왔었다. 그래서 되게 낯을 많이 가리시거나, 적어도 외향적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기다리고 앉아있자니, 아니 연락을 받은 그때부터 좀 뭐랄까, 자신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자신이 있지도 않은? 말 그대로 쌩판 남이 오는 거기 때문에 이 사람이 도대체 본인의 무슨 고민을 털어놓을지 그 범위가 예측이 전혀 안 가서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한 고민일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더구나 내가 아직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라서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이 나오면 힘들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마음에 걸렸던 것이 분명히 나는 게시글을 쓸 때, 제가 고민을 해결해 드리지는 못한다.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들어드리기만 할 수 있다.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는 있지만, 해결을 못해드린다. 해결책을 원하는 경우 제 나름의 생각을 말해드릴 순 있다. 고 적어놨는데 처음 채팅을 할 때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해결"만 된다면 비용은 당연히 내는 게 맞다고 하셔서 나는 해결해 줄 수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지적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거까지만 하고 안 할 거기도 해서 그냥 혹시 모를 나중을 대비해 후기..정도나 써주시고 비용은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해결만 된다면 당연히 내는 게 맞다면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시겠다고 하셔서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만나기로 한 거였다. 여차하면 상담이 별로 도움이 안 된 거 같으면 당일에 그냥 돈은 안 받을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나갔다.(참고로 내가 책정한 비용은 10분에 3천원이었다.)



5분 정도 메뉴판을 보며 기다리니 키가 168쯤?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카페로 들어오셨다. 와서 같이 주문을 하고 커피가 나오는 동안 바로 얘기를 시작하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서 간단히 스몰토크로 아이스브레이킹을 좀 시도해 봤는데, 확실히 나도 오랜만에 낯선 사람을 단둘이 만나다 보니 사회적인 텐션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이분 자체가 상당히 낯을 가리고 조용조용 말을 하셔서 당연히 친해지려고 만난 건 아니지만, 친해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 어색해 하다가 커피가 나오고 나서 본격적인 얘기에 들어갔다. 내가 걱정했던 것에 비해 고민 자체는 그렇게 내가 전혀 다룰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고민은 아니었다. 현재 번아웃이 왔고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2. 문제점


약 40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며 이 서비스의 엄청난 문제점들에 대해서 한꺼번에 깨닫게 되었다.(참고로 결국 돈은 안 받으려다가 30분으로 합의를 보고 만 원을 받았다.)



(1)


이건 이 사람만 한정된 문제이긴 한데 먼저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나는 당연히 나와의 만남 뒤에 이분이 아무런 약속이 없을 줄 알았다. 저녁 6시 10분쯤 약속을 잡고 만난 거기 때문에 얘기가 길어진다면 3-4시간까지도 생각을 하고 나간 거였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다가 7시가 되어가니 자기가 저녁에 부모님이랑 식사 약속이 있어서 7시 5분에는 이 카페에서 출발을 해서 지하철역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내 입장에서는 폭탄선언(?)을 해버리셨다. 차라리 만나자마자 말해줬으면 좋았을 것을 그걸 5분 전에 얘기하니까 나는 갑자기 5분 만에 이 자리를 정리하고 마무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2)


비슷한 맥락으로 마찬가지로 시간이다. 보통 상담이라 함은 주기적으로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 단 한 번의 고민 상담 만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음 만남이 어느 정도 약속되어 있는 상태라면 나도 여유롭게 차근차근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인 특성부터 시작해서 왜 그런 성격이 형성되게 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해 보고 그로 인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그것을 좀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보면 좋을지 혹은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좀 더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등등을 차차 얘기해가며 풀어갈 수가 있는데, 나는 졸지에 한 시간 만에 이 사람이 살아온 인생에서부터 현재의 성격, 그리고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결책, 게다가 당일에 처음 만난 나에 대한 신뢰 형성까지 너무 큰 미션을 해결해야 했다. 그 모든 것이 "짧은 시간"이라는 제약 앞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어려운 일들이었다. 내가 오은영 박사님처럼 이미 전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어서 적어도 이 사람이 내가 하는 말이라면 어느 정도 귀 기울여 듣고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상태도 아니고, 애당초 그만큼 내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나는 상담을 본격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거니와, 업으로 해본 적은 더더욱 없고, 더구나 "모르는 사람"의 고민을 상담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3)


바로 이 모르는 사람이라는 데에서 또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민 상담에서는 적어도 이 지인의 성격에 대해서 내가 그래도 그동안 알고 지낸 세월이 있고, 친한 지인의 경우 이 사람의 성격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 특정 사건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나에 대한 신뢰나 기본적인 인간적인 호감 같은 것도 당연히 있는 채로 상담을 한다. 그런데 완전 낯선 타인을 상대로 고민 상담을 하려다 보니, 고민에만 집중하기도 버거운 와중에 이 사람을 파악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쏠렸다. 더구나 그 와중에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나에 대한 신뢰까지 생기게 해야 하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4)


고민...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유료로 고민 상담을 받을 만큼 본인의 고민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상태라는데 문제가 있다. 돈을 내고 고민 상담을 할 만큼 이 사람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본인 나름대로 스스로 고민을 해보았으나 답이 나오지 않은 문제를 들고 나에게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파생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이미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거나, 혹은 '고민'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라는 생각에 과도하게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우선 커다란 틀에서 그 고민 자체에 대한 발상을 바꿔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가장 바깥벽을 두르고 있는 방어기제 정도는 한 꺼풀 벗겨내야 어느 정도 얘기가 진전이 될 수가 있는데, 앞서 말한 너무나도 짧은 시간으로 인해 그 작업이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이 작업은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차근차근하지 않고 서둘러 해버리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섣불리 접근해서 오히려 그 사람의 방어기제를 더 강하게 만들거나 사로잡혀 있는 고정관념을 더 강하게 만들어버리기 쉽기 때문에 막상 나에게 주어진 약 40분의 시간 동안(후에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오히려 나는 들으면 들을수록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들으면 들을수록 앞으로 내가 해결해나가야 할 미션 같은 것들이 점점 생기기만 하고 없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듣다 보면 '아, 이 말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혹은 '이 말은 조금이따가 해야겠구나', 혹은 '이 말은 일단 끝까지 다 들어보고 필요하다면 해야겠구나' 등등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범위가 좁아져서 도대체가 나중에는 그야말로 할 말이 없었다. 근데 또 이 사람 입장에서는 돈을 내기로 한 거고 마냥 시간은 흘러가는데 내가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그야말로 돈 낭비 아닌가. 그래서 나중에는 정말... 겉핥기 식 대화밖에 하지를 못했다.



(5)


이것도 일단은 이 사람한테만 해당되는 문제이긴 한데, 아무래도 장소가 카페이다 보니 완전히 조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서로의 대화에 100% 집중하기는 어려웠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분이 말하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대화의 내용으로 짐작해 보건대 원칙을 지키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분인 것 같아 아직 실내 마스크는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쓰고 있는 것이 원칙이니 그러신 것 같았다. 혹은 내성적인 성격상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가 심리적으로 더 편안하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은 편이셔서 내가 못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다시 물어보기에는 흐름을 깨버리면 안 되니까 대부분은 맥락으로 유추하고 정말 꼭 이거는 못 들으면 다음 내용이 연결이 안 되는 경우에만 다시 되물어 봤는데, 그런 환경 자체에서도 어찌 됐든 일말의 불편함을 느끼셨을 거라고 본다. 그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아예 입 자체를 닫아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진짜로 각 잡고 상담을 할 거면 적어도 둘만 있는 공간에서 조용한 상태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보긴 하지만, 또 그렇다고 나는 상대가 누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둘만 만날 수는 없지 않은가.






3. 집에 오는 길


결국 약 40분의 상담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저 수많은 문제들이 머릿속을 덮치면서 와 이거는 다음에라도 내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하겠다가 아니라, 정확히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어렴풋이 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히 사람들 힘든 얘기 계속 들어주다 보면 내가 소모되어서 내가 힘들 것 같아서 잘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안 하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본격적으로 이 사람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이 사람의 인생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나로 인한 영향력이 너무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완전히 정밀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작업이어야 하고 그 계산을 일단 제대로 했는지, 그 계산을 마친 결과값을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했는지 전달할 때의 말투 표정 뉘앙스 상대가 받아들이는 태도 등, 정말 고려할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 복잡하고도 어려운 작업,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주는 작업을 하기에는 상담사에게 주어지는 책임감이 너무나 막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실제로 업에 종사하게 된다면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피드백을 받고 고쳐나가며 최대한 내 능력을 발전시키려 노력하겠지만, 글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러니까 진짜로 전문으로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최소 10년 이상의 배움의 과정을 거쳐 필드에 나오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우리나라 상담의 현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당근에 고민 상담을 올리며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심리상담사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고 관련 법도 미비한 실정이라, 현재까지는 개나 소나 그냥 상담 센터 간판 달고 영업을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제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본인이 전공과정을 마쳤고 자격증을 취득한 상담사라는 것을 허위로 기재해서 상담을 했다면 그게 사기죄는 될 수 있을지언정 상담 센터를 차리거나 상담 센터에 상담사로 근무하는 조건 같은 것들은 법적으로 규제받는 것들이 아직 없다. 상담사 법을 제정하려고 논의는 하고 있으나, 이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업계가 이루어져 있다 보니 새로 국가자격증을 만든다고 한들 응시 자격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것이냐부터 시작해서 현재 업계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게다가 상담이라는 것이 꼭 심리 상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술상담, 혹은 아동상담 청소년 상담 등등 그 분야와 종류도 워낙 다양하게 세분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국가자격증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나 같은 아무런 자격 없는 사람이 그냥 이렇게 당근에다가 게시글 올려서 돈 받고 상담을 해줘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일반인들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국가 공인자격증이 없다 보니 민간에서 만들어낸 각종 상담 관련 자격증들이 너무 종류가 많고 이름이 다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떡하니 상담 센터라고 차려져 있으면서 무슨 무슨 상담 자격증, 혹은 교육 이수 이런 것들이 실상은 돈만 주면 몇 시간 만에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닌지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상담 센터를 찾아가지 말고 일단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심리 상담 자체가 정말 제대로 하는 분께 받으려면 비용이 비싸기도 하고, 일반인이 이 사람이 정말로 믿을 만한 상담사인지 감별해 내는 것이 어렵다. 그래도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상담은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상담을 해주는 거니까 그나마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용도 무료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대기자가 많아 상담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 수 있고, 그렇게 해서 상담을 받게 되더라도 실제로 필요한 상담 횟수에는 모자라게 상담을 받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상담도 사람이 하는 거기 때문에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본인에게 잘 맞는 상담사가 있고 잘 맞지 않는 상담사가 있을 수 있다. 사설에서 진행하는 상담은 내가 받아보지를 않아서 정확히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상담받으시는 분들은 최대한 횟수를 적게 해서 이 상담사가 나랑 맞는지 아닌지 확신이 서고 나서 횟수를 늘리는 것을 추천드린다.




5. 마치며


그동안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상담받고 좋았던 그 경험 하나만으로 나도 상담해 볼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잠시나마 했었던 것에 많은 반성을 했다. 감히 내가 건드릴 영역이 아니고, 정말로 나중에라도 진지하게 해볼 생각이 들거든 아주 많은 배움의 끝에야 아주 조심스럽게 시도해 볼 영역이라는 강렬한 깨달음을 얻었다.



당연히 앞으로 더 이상 돈을 받고 하는 상담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그래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나의 생각이 있다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이번 일도 내가 당근에 이런 거 안 올렸으면 쌩판 남을 만나 고민 상담해 본 경험도 없었을 거고 그 경험으로 인해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없었겠지. 뭐든지 일단 하고 보는 것은 좋지만, 앞으로는 나의 능력을 너무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점검을 하고 달려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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