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금수저

by 꾸꾸

나는 금수저가 싫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흙수저, 금수저, 다이아 수저론이 팽배하던 때에 한 대학생이 쓴 글을 읽었다.
모두가 수저를 운운하고 있을 때, 그 사회 분위기를 정면으로 맞서는 글이었다.
‘나는 금수저가 싫다.’


그 대학생의 말을 듣고, 그동안 무엇인가 잘못된 줄 인지하지 못한 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고,
부모의 재력으로 그 집안과 아이의 가치를 매기는 잘못된 문화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나 또한 금수저라는 말이 싫다.
나의 부모님이 나를 위해 쏟아부었던 정성과 희생은, 재력으로 판단하여 간단하게 단어 하나로 포장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학창 시절 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내가 좀 더 밝고 활기찬 아이가 되길 바라시며 어려운 시절에도 단 한 번도 ‘돈이 없다’거나, ‘돈 걱정하지 말아라’, ‘너는 아무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거 해라’라고 말씀하시는 그 말의 뒷편엔, 내가 없을 때 쉬는 한숨의 무게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부자도 아니고, 남들에게 존경받는 권력과 명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한평생 본인들이 먹을 것을 덜 먹고, 입을 것을 덜 입고, 좋은 것이라면 언제나 내가 먼저인,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멋지고, 필요한 성공한 부모님이다.

그런 희생과 정신을 한낱 재력과 권력이라는 포장 아래 수저로 폄하되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그리고, 금수저라는 말을 알고, 본인이 어떻게 살아왔든 흙수저의 삶을 나에게 짊어지게 하여
나로 하여금 창피한 마음이 들까 봐 노심초사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인생에서 옳고 그름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심을 배웠고,
다양한 유혹과 욕망에도 굴하지 않고 끊어낼 수 있는 의지와 끈기를 배웠고, 세상에 나가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외칠 수 있는 자신감과 당당함을 배웠다.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한낱 색깔로 구분지을 수 있는 수저 따위가 아니라,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꼿꼿이 설 수 있는 비옥한 흙과 양분을 받고 자랐다.


우리는 간혹 인지하지 못한 채 본질을 잊고 분위기에 휩쓸린다.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도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시작한 이 말이 사회의 분위기를 조장하며
그 사람의 내면보다는 재력으로 살아온 인생을 단정 짓고, 가족을 평가한다.

비단 수저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엔 다양하게 퍼져 있는 건강하지 못한 인식들이
우리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본질을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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