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심리상담사란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러한 단어를 연상할 것이다.
공감, 경청, 조용한, 편안한, 친절한… 그리고 다정하고 상냥한 혹은 앉아서 일하는, 정적인.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분야에는 본래 다른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해오다가 이직하는 분들이 꽤 있다.
특히, 30대 중후반에 진입하며 우리 분야로 전직하는 분들도 꽤 보인다.
주 업무가 ‘말’로 하는 일이고, ‘말하기’가 우리의 자산 반절 이상이 되다 보니, 그러한 이미지가 쉽게 형성된 것도 같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렇게 얌전하기만 한 분야일까?
내 친구들은 나에게 때때로 이런 말을 한다.
―너를 보면…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게 신기해.
―내가 너라면, 그 일 하면서 남들을 더 불신하게 됐을 것 같다.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회의감이 들 것 같아.
이제는 학회의 전문상담사이자 범죄심리사.
교내 문제아 삼(三) 대장들과 학교 중독 탈락 위기 청소년, 촉법소년들부터 시작해서 성폭력을 포함한 성인 범죄자들과 은둔형 외톨이들까지…
내가 15년 동안 만나 온 모든 상담 대상자들, 즉 내담자들이다.
이제부터 내가 시작할 이야기는 내가 만났던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 상담사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윤리는 ‘비밀 보장’이다.
상담 수련생들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그 중요성을 매일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윤리를 어기지 않도록 철저히 지키며, 각색하여, 나만의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내가 왜, 결국은 사람이라는 존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