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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May 02. 2023

'했구요'와 '했고요'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저는 대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때에는 '했구요'를 씁니다. 맞춤법을 엄격히 지켜서 글을 써야 할 때에는 표준어 '했고요'를 씁니다. 귀여운 척하는 게 아니라 어중간하게 중부 사투리를 쓰는 겁니다. 경기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는 '했고요'를 보면 어색함과 거리감을 느낍니다. 마음 같아서는 '했구요'를 모든 곳에서 사용하고 싶습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맥락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사는 환경이 다를수록, 맥락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문화가 균질한 편인 우리나라 사람끼리도 소통에 장애가 많은 걸 보면, 해외는 더 심할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과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말투나 발음법이 크게 다른데, 두 나라는 19세기까지 여러 지방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위 두 나라보다 맥락 차이가 더 벌어질 것입니다. 기술과 경제 조건이 빠르게 변하는 바람에, 성, 세대, 지역, 계급마다 사는 환경이 매우 달라지고 있습니다. 같은 한국어, 같은 한국 생활방식을 공유하면서도,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국가이지만, 작은 정부론과 권위주의 탓에 국민을 통합하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맥락이 다른 사회는 그만큼 분열된 곳입니다. 분열된 곳은 그만큼 외로운 곳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고독사 문제가 심각합니다. 자살의 핵심 원인은 소속감의 부재인데, 우리나라는 10년 넘게 주요국 중에서 리투아니아와 자살률을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소통 장애는 이 모든 사회문제의 징조입니다. 소통 장애를 극복하려면 하나라도 맥락을 공유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맥락 통합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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