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미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서
세상의 고단함이 보이고
약수를 길어 한 배낭 지고 가는 노인에게서
자식 사랑이 보이고
꼬불꼬불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서
걸어온 인생길을 느낀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한 발씩 걷는 이에게서
병듦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헐벗은 가지에서
우리가 사는 인생의 끝을 생각하고
낙엽이 쌓인 거리에서
그 옛날 유난히 살결이 희고
눈동자가 검은 그 애를 생각한다
산은 하나인데 마음은 여럿이다
뱉어낸 마음들이 산 허리에 쌓이면
어김없이 폭우가 내려 다 씻어내고
나는 또 그곳에 올라 내 마음을 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