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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Jan 06. 2021

의미 없는 프로젝트는 없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신도림 '핀포인트'가 남긴 것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 뉴스레터를 통해 소개한 내용


오래된 혁신, 이지스자산운용의 '핀포인트'



신도림에 위치한 핀포인트


지난 2017년 취재를 하던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구분소유 빌딩을 매입한 후 공유 오피스로 개조해서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분양 상품으로 출시한다는 얘기였다. 다소 놀랍기도 했는데 몇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선 IMF 이후 외국계, 연기금, 공제회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해온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의 메인 스트림은 누가 뭐래도 서울 3대 권역(도심, 여의도, 강남)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판교가 추가됐다. 기관들은 서울 3대 권역에 위치한 연면적 1만평 이상의 프라임 오피스에 주로 투자를 했는데 신도림은 그러한 메인 시장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구분소유빌딩이라는 점.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은 구분소유빌딩을 선호하지 않았다.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비슷한 시기 시장에서 거래되거나 매물로 나왔던 구분소유 빌딩 중에 종로타워, 씨티은행 다동 사옥이 있는데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종로타워는 거래가 됐지만 오래 걸렸고, 씨티은행 다동 사옥은 당시에는 거래가 무산되고 이후 거래가 됐다. 공유 오피스 자체는 새로운 상품은 아니었다. 이미 2015년에 패스트파이브가 시장에 나왔고, 위워크가 2016년에 강남역 홍우빌딩에 1호점을 냈다. 하지만 공유 오피스를 분양한다는 생각은 새로웠다. 당시 이지스는 신도림미래타워를 매입해 '핀포인트'라는 브랜드의 공유 오피스를 만들고, 이를 개인들에게 분양할 계획을 세웠다.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난 시장, 까다로운 구분소유 빌딩, 개인이 익숙하지 않는 공유 오피스 분양까지.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감히 혁신적인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당시 작성했던 지면 기사와 기사 전문

https://www.sedaily.com/NewsView/1OG26TZ6I5


이지스운용의 핀포인트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몇 가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는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잠시 뒤로 미뤄두고 우선 긍정적인 얘기부터 해보자.


시장에서 인정 받은 이지스운용의 전략


작년 말 지방행정공제회가 미드사이즈(Midsize)에 투자하는 플랫폼(블라인드 펀드) 운용사(코람코자산신탁)을 선정했다. 미드사이즈 오피스란 연면적 5,000평~1만평 정도 규모를 말한다. 투자 대상 지역은 주요 3대 권역(도심, 여의도, 강남) 이면과  상암, 송파, 성수, 홍대 등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 그리고 판교다. 행정공제회는 에쿼티 3,000억원을 출자해 미드사이즈 블라인드 펀드를 만드는데 출자 규모를 감안하면 약 1조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행정공제회가 미드사이즈 블라인드 펀드를 만드는 것은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라 프라임 오피스 시장에 비해 경쟁이 덜하고, 투자 기회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전체 오피스 재고의 70~80% 정도가 미드사이즈 오피스다. 또한 향후 자산 가치 상승을 꾀할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관련 내용 : https://brunch.co.kr/@skip101/295 

행정공제회가 미드사이즈 오피스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노란우산공제회도 이지스운용과 함께 서울 외 지역의 중소형 자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017년 기존 오피스 투자 시장의 메인 스트림을 벗어나 새로운 투자 전략을 만든 이지스운용을 재조명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당시 서울 오피스 3대 권역의 중소형 오피스에 투자한 게 이지스운용만은 아니다. 2015년 10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신규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당시 신생 운용사 중 일부는 규모가 작고 경쟁이 덜한 3대 권역 밖의 중소형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회사들도 고객들의 변화에 발맞춰 중소형 자산 전담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 개별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었고, 중소형 오피스에 투자하기 위한 플랫폼(핀포인트)를 만들고 시장을 만들려고 시도했던 곳은 이지스운용이 유일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기관들의 변화는 이지스운용의 전략이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특히 이번에 행정공제회의 미드사이즈 투자 플랫폼 운용사로 선정된 코람코신탁은 핀포인트와 함께 입찰에 참여했다. 


이름이랑 자산 빼고 다 바꾸게 된 슬픈 사연

그래서 이지스운용의 신도림 핀포인트는 애초 목표대로 성공했을까? 전혀 아니다.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처음부터 다 계획이 있었다. 계획은 너무 좋았다. 신도림미래타워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이지스운용은 기존 임대 공간은 구분등기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반으로 호실별로 분양할 계획이었다. 전문관리회사를 통해 임관리비 배분, 임차사 관리,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할 전략을 세웠다. 또 인수 당시 공실이었던 공간은 리모델링을 통해 전용 8~11평의 소형 섹션 오피스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주변 오피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라운지와 회의실 등 공용 공간도 마련하고 원활한 분양을 위해 핀포인트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계획은 구체적이고 그럴싸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계획대로 된 게 별로 없다. 머릿속의 이론과 현실은 달랐던 거다. 생각보다 분양은 잘 되지 않았고, 기존에 분양했던 상품에서 구조적인 문제도 발견됐다. 이에 최초 자산 매입 시 함께했던 외국계 투자자는 투자금 일부를 우선주로 전환하고 떠나갔고, 보통주는 핀포인트가 전액 인수했다.


Comes today and stays tomorrow

반면교사 삼다 


독일 출신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이 'Comes today and stays tomorrow(오늘 와서 내일도 머물려고 하는 자)'라는 표현을 쓴적이 있다. '이방인'을 정의하면서 쓴 표현인데 오늘 왔다가 내일 떠나는 방랑자나 관광객과 달리 이방인은 오늘 와서 내일도 머물고자 하는 이들이라는 거다. 최근 SNS에서 '미래의 시작은 내일이 아닌 오늘'이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다. 이지스운용의 첫 핀포인트인 신도림미래타워는 어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오늘도 그 여파가 남아 있지만 어쩌면 새로운 미래를 여는 프로젝트일지도 모른다. 이지스운용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생각대로 잘 안 된 과거 프로젝트로 남겨두고 떠나기보다는 반면교사로 삼아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신도림미래타워의 실패와 전략 변화를 통해 이지스운용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주요 임대 타깃을 중소형 임차인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임대료 및 관리비 구조를 변경했다. 중소형 임차인의 경우 임대료와 관리비 수취 방식에 대한 민감도가 크기 때문이다. 대형 임차인이 아닌 중소형 임차인으로 구성할 경우 급격한 공실율 상승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이지스운용은 임대 마케팅 전략을 공인중개사와 마케팅 인력조직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더해 온라인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신도림미래타워 핀포인트가 타깃으로 하는 소규모 기업이나 임차인은 주변 지역에서 오프라인 마케팅을 통해 찾는 데 한계가 있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보니 과거 온라인에 올린 분양 관련 게시물을 보고 예상치도 못했던 지역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마케팅 전략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에이전트나 에이전시 중심의 임대 마케팅은 한계가 있었다. 에이전트의 경우 마케팅 효율을 위해 대형 임차인 위주로 마케팅을 수행하고, 중소형 임차인 풀도 많지 않다. 이지스운용은 신도림미래타워를 통해 에이전시나 에이전트 중심이 아닌 온라인 마케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난해 법인을 설립한 핀포인트도 신도림미래타워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잊지 않았다. 신도림미래타워가 없었다면 지금의 핀포인트라는 회사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Next,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핀포인트는 올해 본격적으로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도 핀포인트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위성 오피스나 거점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과 성수동에 핀포인트가 들어서는 것이 확정됐다. 그리고 브랜드도 새로 바꿀 계획이다. 이지스운용 내부적으로도 핀포인트라는 이름에 대한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또한 기존 신도림미래타워가 대표적인 프로젝트인데 아직까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어 인재를 영입하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 한 해 핀포인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


*핀포인트 관련 내용 : https://brunch.co.kr/@skip10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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