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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Feb 03. 2021

다시보는 '명동'

시간을 거슬러, 그리고 시간을 이어

"어느 날 내 곁에서 멀어져 버린 너 그만 손을 놓쳐버린 너 시곗바늘처럼 멀어져만 가고 또 다시 시간을 되돌려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사라지려해 우리 옛 시간 시간을 거슬러"


한때 즐겨들었던 원모어찬스의 '시간을 거슬러'라는 노래 가사다. 요즘 명동을 보고 있으면 딱 이 노래 생각이 난다. 대학 때 뭔가 마음먹고 쇼핑을 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명동을 갔었다. 그 시절 명동은 참 화려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였다. 근데 요즘의 명동은 참 낯설다. 과거 메르스 사태,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을 때도 명동에 찬 바람이 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명동은 유례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명동이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엔 명동이라는 곳의 지리적 이점이 너무 크고, 명동이라는 지역이 가진 브랜드 파워, 상징성이 아직도 크다. 최근 들어 한국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명동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 중에 한 곳이다. 작은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회복탄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명동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큰 흐름으로 보면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


실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남대문로가 지나는 소동동 롯데백화점 맞은편은 그간 명동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이다. 명동 중심 상권과는 떨어져 있고, 오피스 지구와 명동 상권의 경계선에 위치한 명동에서는 제일 사각지대였다. 한 마디로 포지셔닝이 애매하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곳으로 꼽혔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명동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여러 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우선 마스턴투자운용과 안젤로고든이 추진하고 있는 옛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재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7월 입찰 당시 국내외 유수의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프로젝트다. 당시 경쟁도 상당히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마스턴운용과 안젤로고든이 인수자로 결정됐는데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저층부는 리테일, 상층부는 스탠포드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 양 옆으로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한 SK명동빌딩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이비스호텔이 있는 자산이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SK D&D가 과거 SK네트웍스 사옥으로 쓰였던 빌딩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세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그간 명동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지역이 재조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명동 중심에서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이 지역은 명동 내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지역이다. 명동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필지가 작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울 최고 상권으로 명성을 자랑하는 명동이지만 규모가 큰 리테일 시설이 별로 없다. 그런데 마스턴투자운용과 안젤로고든, 이지스자산운용, SK D&D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이 지역은 명동 내에서도 필지가 큰 편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명동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아울러 인근에는 부영이 인수한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도 있다. 향후 재개발 시 명동 일대 풍경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금까지 이 지역에 다수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했고, 최근 만난 한 외국계 투자자는 이 지역에 계속해서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역사적으로 보면 이 땅은 조선 후기 때까지 왕실 관련된 인물이 가지고 있던 땅이었으나 일제 시대 때 여러 필지로 나눠 매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명동 내에서 필지가 상대적으로 크고 잘 정돈이 되어 있다. 이 땅에는 과거 경성전기 사옥(현 한국전력사옥)과 은행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앞서 말한대로 과거의 유산을 뒤로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왼쪽부터 옛 SK네트웍스 사옥, 옛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옛 SK명동빌딩


마스턴투자운용과 안젤로고든이 재개발하는 옛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프로젝트 완료 후 예상 모습
SK D&D가 리모델링하는 옛 SK네트웍스 사옥 프로젝트 완료 후 예상 모습

SK네트웍스 빌딩은 1976년 선경, 선경합섬 사옥으로 준공됐으며 40년간 SK의 근간이 되는 빌딩이었다. 다만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이었다. SK D&D는 이번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기존 건물의 비례감을 유지하면서 modern heritage의 컨셉으로 디자인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래된 건물의 단점들인 기능적인 부분을 개선(주차장, 도보와의 단차, 설비 등)하는 데도 신경을 썼으며, 외부 개방감을 주기 위해 커튼월을 사용하고 저층부에 도보와의 단차를 없애면서 상업시설 접근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부 인테리어 색을 일체화하고 오피스 부분은 오픈형 천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리모델링하는 옛 SK명동빌딩 프로젝트 완료 후 예상 모습

이지스자산운용이 리모델링하는 SK명동빌딩의 새 이름은 '타임워크(Timewalk)'다. 명동은 과거 금융·상업의 중심지에서 문화·예술의 생산지, 쇼핑·관광의 목적지로 변해왔다. 이 과정에서 증권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전하고, 명동예술극장은 폐쇄되었다. 이후 한때 한류를 대표하는 거리였으나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명동은 비즈니스와 쇼핑의 중심지이며, 서울 핵심 상권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높은 가치를 지니는 지역이다. 지금까지 명동이 그래왔던 것처럼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유행과 문화를 전파하는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지역인 것이다. 이에 이지스운용도 코로나19라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잠시 명맥이 끊긴 명동의 과거와 미래 시간을 연결해 타임워크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명동을 상징하는 장소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타임워크라는 이름에는 오랜 기간 한국을 상징하는 가치를 변함없이 유지해온 명동의 과거와 미래를 잇겠다는 열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이지스운용은 ▲명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교차하는 공간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산책하듯이 누구나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 ▲시시각각 변화하는 명동의 중심에서 새로운 세대와 함께 진화하는 공간 ▲바쁜 일상과 분주한 도심 속에서 기분 좋은 휴식과 여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건물 이름에 담았다. 

아울러 타임워크는 수평적, 수직적 관점에서 이 지역의 가치를 키우고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우선 위치적으로 보면 비즈니스와 쇼핑의 교차점에 자리잡고 있어 과거 금용 중심지에서 라이프스타일 중심지로 변모하는 이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자산의 특성도 흥미롭다. 타임워크는 리테일과 오피스, 호텔이 결합된 복합 공간인데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3개의 공간이 상호작용하면서 각각의 특징이 발현되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유정원을 조성해 연결의 가치를 실현화고 차별화된 포인트로 삼을 예정이다. 

사실 내가 경험했던 명동은 상업적인 이미지, 그리고 휘발성이 강한 지역이다. 나도 명동을 경험하고 소비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여 있는 명동만이 가진 색깔, 그 무엇인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학교 시절 명동만 다녀오면 유난히 피곤했다. 혜화역에서 명동까지 불과 몇 정거장 되지 않는 그 거리를 다녀오면서도 말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서이기도 하겠지만 이상하리만치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1970년대나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각 시대 명동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있겠지만 수십년을 관통하는 명동의 이미지, 정체성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명동의 경계에서 진행되는 세 개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이 큰 것은 그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그리고 시간을 이어 명동이 가진 것을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또 명동의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프로젝트들이 다음 세대 명동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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