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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Apr 19. 2018

일상의 기본기

기타 레슨과 스콘

수요일 오전의 기타 레슨은 9:30분부터 시작이다. 막히는 강변북로를 타면 한 시간 남짓 걸리기 때문에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선다. 아침 나절의 강변북로는 잿빛이다. 라디오에서는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며 맑은 목소리로 날씨를 전하고 있다. 강변북로는 막히지 않는 날이란 없으며 오늘도 여지없이 느리고 긴박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기온은 오르지만 그래도 잿빛이다. 나는 레슨 5분 전에 도착했다. 기타 레슨을 받으시는 카페 사장님은 일찍 도착하여 카페를 열고 계셨고 나는 잠시 지하 사무실에 들러 책 입력을 하려고 내려갔다. 팩스로 주문들어온 책들을 확인한 후 도서 주문을 보낸다. 잠깐이면 되지만 주문을 넣고나면 매번 정산 페이지에서 이번 달에는 얼마나 판매가 됐는지 가늠을 해본다. 매출이 조금씩 나아진다. 낡은 기타를 하나 챙겨 1층 카페로 올라간다. 레슨을 하기 전에 언제나 사장님은 나에게 커피를 내려주신다. 매번 커피나 샌드위치 같은 것으로 대접을 받는다. 커피는 맛이 언제나 균일하게 나온다. 신기해서 물었다. 커피가 언제나 같은 느낌의 맛이 난다고 말이다. 사실 직접 로스팅하는 곳 중에서는 아메리카노의 편차가 매일매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무슨 옵션이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볶아진 커피의 맛은 아침마다 다르다. 그러나 사장님은 당연히 동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맑은 얼굴로 되묻는다. 아침나절부터 기타 레슨이라는 것은 사실 분위기가 살지를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음악적 이론 한 가지를 알려주고는 병행하여 쓸 수 있도록 설명을 하던 차에 잠시만 기다리라면 오븐에서 갓 구워낸 스콘을 꺼내준다. 그 두꺼운 오븐용 장갑을 낀 채 철로된 트레이를 꺼내 자개 접시에 하나를 올려 나에게 건넨다. 갓 구워낸 뜨거운 스콘은 살면서 처음이다. 입에서 부드럽게 부서진다. 라즈베리인가. 향이 좋다. 기타 레슨은 잠시 멈추고 스콘과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한다. 기본이 잘 지켜져 있으면 언제나 정직한 느낌을 준다. 잿빛 도로를 넘어와 맞닿은 일상의 기본기앞에 오늘도 감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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