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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곤 Sep 23. 2022

단호박이 좋다.

따뜻한 온도의 단호함은 서로에게 힐링을 준다.

얼마 전에 식구들과 점심을 하러 동네의 한 카페에 들렀다. 아내와 딸은 파스타와 스파게티를 두고 어느 것을 먹을지 핑퐁 게임하듯 의견을 주고받고 있을 때, 난 단호박 수프를 선택했다. 곧이어 아내와 딸도 결정을 하고, 테이블의 키호스크에 주문 버튼을 누름으로써 메뉴의 선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단호박은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고 항산화 함유량이 많아 피부 노화 방지와 암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맛도 달아서 죽으로 조리해 먹기 좋다고 한다.


 단호박은 사람의 기질 등을 나타낼 때도 쓰인다.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성격이나 언행이 단호한 사람이나 그런 사람의 태도를 빗대어 이르말'이라고 되어있다.  


오랫동안 교사를 한 중학교 때 친구가 있다. 그는 만날 때마다 식사할 장소를 정할 때면 단호한 면을 보인다. 망설임이 없다. 몇 가지의 먹거리에 대한 선택권을 주면 바로 결정을 해서 편하다. 후속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빠른 순간의 선택'은 시간도 아끼고 일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식사 메뉴를 선택하거나 모임에 입고 나갈 의상을 고르거나 친구와 약속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 만날지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에 상대가 되든 내가 되든 주저 없이 바로 결정을 내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다른 일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다.


예전에 외국계 보험회사에 근무했던 후배는 영업을 할 때 고객의 결정을 기다리다 보면 애간장이 녹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한 고객의 결정을 기다리다 보면 다른 고객과의 미팅 일자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식사 장소를 정할 때 상대에게 주도권을 건네었는데 이걸 먹을지 저걸 먹을지 생각만 하다가 바로 결정을 못 내리고 나에게로 다시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과감한 스매싱을 한 사람의 결정으로 목적지가 정해지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또 기다린다. 메뉴 고르기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매 순간을 맞이한다.

그럴 때마다 '단호박'이 되면 마음이 편하다.

마치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처럼.


그래서 난 단호박을 좋아한다.


오늘 혹시 누군가 미운 사람이 있으면 험담보다는 용서를,

오늘 혹시 맛있는 음식이 앞에 있으면 혼자 다 먹으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줄 알고,

오늘 만약 열받게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버럭 화내는 것보다 가엾이 여기며 바로 훌훌 털고 일어나는 기분 좋은 날이 되길 모두에게 희망해 본다.



김곤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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