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여성 리더에게 놓인 또 하나의 숙제

by 보물찾는 헤드헌터


몇 년 전 커리어 상담 차 만나 현재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여성 임원이 있다. 내가 각

기업들의 임원급들을 대상으로 많은 채용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었다는 것을 알자 첫 만남에서

그 분은 내게 성공한 여성 임원들은 어떻게 커리어를 관리하고 있는지를 질문했었다. 그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필자가 그동안 진행하며 만났던 많은 대기업 임원, 사외이사

후보자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대부분 남성 임원들이 떠오르며, 그렇게 많은 채용 건을

진행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여성임원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필자도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여성 임원은 동종 업계의 다른 여성 리더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개척하고 있는지,

레퍼런스가 정말 궁금하다고 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초, 그 분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번에는 필자가 먼저 질문을 했다.

현재 롤 모델이 누구인지, 누가 여성 멘토인지 물어보았는데, 그분의 답변은 어딘지 씁쓸해

보였다. 여성 멘토/롤 모델을 결국 찾지 못했고, 오히려 이제는 본인이 다른 여성

리더들의 레퍼런스가 되어주고 싶다며, 새로운 숙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Economist)는 매년 ‘세계 여성의 날 (3월 8일)’을 기념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38개 가운데 29개 나라를 대상으로 유리천장지수 (The

glass-ceiling index)를 발표하는데, 한국은 2022년 올해 최하위를 기록하였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기업 내 여성 관리직 및 임원 비율, 남녀 육아휴직 현황, 성별 임금격차 등

10개 항목의 각 나라 현황을 종합해 산출한 지수로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부터 매해

발표하고 있는 이 조사에서 한국은 2013년부터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면

한국 여성들은 ‘유리천장’이 아니라 ‘방탄 유리천장’ 아래에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물론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ESG 경영 바람이 불면서, 여성 임원 증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유니코써치에서 2022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한 바로는,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100대 기업 여성임원은 올해

399명으로 전체 임원 중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조사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매출액

(2021년) 기준. 여성 임원은 2022년 1분기 보고서에 명시된 임원 현황 자료 참고해서

조사하였다. 임원은 사내이사, 미등기 임원을 포함한 기준이고, 사외이사는 조사에서

제외하였다, 오너가도 조사에 포함됐다.) 작년 322명이었던 숫자와 비교하자면, 1년 사이

77명 (23.9%)이나 여성임원이 증가했다. 분명 괄목할 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임원 7,157명 중 여성 임원 399명은 아직 미비한 숫자이고, 국내 대기업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다. 심지어 조사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99명 중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멤버로 활약중인 여성 임원은 단 5명에 불과 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 및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CJ 제일제당 김소영

사내이사, 대상 임상민 전무가 이들 그룹에 포함되었다. 오너가를 제외하면 100대 기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장급 이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임원은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가

유일했다.

최근 여성리더십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관한 논의는 단순한 ‘차별’ 이슈를 넘어 기업, 나아가

사회의 ‘지속성’(sustainability)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다. 여성리더는 하루 아침에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임원이 되기까지 통상적으로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커리어 싸이클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구불구불한 커리어 싸이클에서

차세대 여성 리더 후보군들은 자신만의 네비게이션, 동반자 그리고 레퍼런스 모델을 애타게

찾고 있다. OECD 국가 중 10년 간 유리천장 지수가 가장 낮은 한국의 여성 리더의 역할 중

하나는 자신의 능력껏 일을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외롭게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의 멘토와 레퍼런스가 되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한 개인의 능력과

숙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무한 경쟁과 인구 절벽에 직면한 오늘의 상황에서 이는

여성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하는 절실한 당면 과제이다.


**2022년 08월 아시아경제 K 우먼톡 연재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