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괜찮겠지"의 위험한 착각
최종면접을 통과한 후보자에게 서류를 요청한 순간, 당황스런 일이 생겼다.
"축하드립니다. 최종면접을 통과하셨습니다."
전화를 받은 후보자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이제 처우 협의와 입사 절차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절차를 위해 서류를 요청했을 때...
직전 3개월 급여명세서, 원천징수영수증,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요청했을 때였다. 후보자는 그제야 자신이 육아휴직 중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은... 지금 육아휴직 중입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육아휴직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시대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오늘 휴가 내고 오셨나요?"라고 물었을 때, 이 후보자는 서슴없이 "네"라고 답했었다. 지원서 어디에도, 진행 전 사전 면접에서도 현재 육아휴직 중이라는 언급도 없었다.
신뢰의 문제였다. 결국 회사는 채용 진행을 중단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후보자였지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관계는 시작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었다.
헤드헌터로 일하면서 이런 일들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경력을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경우들 말이다.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기재하거나
성과를 과장하거나
이직 횟수를 줄이기 위해 A회사 1년, B회사 6개월을 합쳐서 A회사 1년 6개월로 쓰거나
그 방법들도 다양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시작하지만, 안타까운 건 이런 일들이 단순히 채용 취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개인의 커리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도 한다.
업계는 생각보다 좁고, 평판은 생각보다 빨리 퍼진다.
재미있게도 AI 시대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현상인데, AI가 생성한 정보에 허위나 날조된 내용이 포함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작년 3월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은 토마스 그랜트 뉴섬 변호사에게 1년간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 존재하지도 않는 판례를 인용했는데, 이는 AI가 만들어낸 '허위' 정보를 그대로 믿고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도 속인 AI의 거짓말. 우리는 과연 안전할까?
최근 AI와 인류의 협력을 주제로 한 국제포럼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세션 중에서도 뉴욕대 린다밀즈 총장의 한 마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AI와 공존하는 시대에는 신뢰, 성찰, 창의성과 같은 인간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
맞는 말이다. 정직성, 즉 Integrity는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선다.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표현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이는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사소한 과장이나 누락 정도야 문제없을 거라고.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정직성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신뢰도와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 특히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국경을 초월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지금, 개인의 평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채용 과정에서의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사람의 전체 커리어를 의심받게 만들 수 있다. "다른 것도 거짓말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은 한 번 생기면 지우기 어렵다.
때로는 정직함이 바보 같아 보일 때가 있다. 남들은 다 그럭저럭 넘어가는데, 왜 나만 솔직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을 믿고 일한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비즈니스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다. 그 믿음의 시작이 바로 정직성이다.
격변하는 시대일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정직성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AI 시대에도 변함없는 진짜 경쟁력이다.
당신의 이력서, 정직한가요?
� 이 글은 필자가 아시아경제 K우먼톡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브런치를 위해 새롭게 구성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