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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과제

행복론

by 가매기삼거리에서

내 삶의 마지막 과제는 제때 죽는 것이다.



ㅡ제때란 언제인가



1.연명의료 않는다.


2.그전에 죽을 병 오면 받아들이기


심근경색 재발ㅡ개흉 수술 않기

뇌졸중 재발ㅡ두개 여는 수술 않기

암 재발ㅡ장기 제거ㆍ항암 치료 않기

치매라면ㅡ중증 이전에 선택하기. 죽음만 못 하기에



ㅡ이유는



1. 나답게 살고 싶다.


약 매일 9알. 벌써부터 현대 의학 덕택에 이만큼이나 사는 거. 이거면 족하다.


내 몸과, 죽을 병과 목숨 걸고 싸우고 싶지 않다.

행복하게 살다 존엄하게 죽고 싶다.


2. 더 살려는 건 욕심이다.


해 볼만큼 해 봤고 겪을 만큼 겪었고 즐길 만큼 즐겼다.

이제 60세 넘겼고 살 만큼 살았다.

삶에 미련 없다.

버킷 리스트 없다.

더 이상 자연을 거스르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 행복하다.


욕심은 화를 부른다.


3. 의무를 다 했다.


장남으로서 모 모셨고 행복해 하셨고 평안히 보내드렸다. 결혼전에 부는 일찍 가셨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식 낳았고 장성했다.

아내 살 대책 마련해 두었다.


4. 쓸 만큼 썼다


의식주, 여가, 문화...

다 에너지 덕.

자연을 파괴하고 얻은 것.


점점 더 부담 된다.


5. 누릴 만큼 누렸다


지금보다 자유가 보장된 적은 없다.

지금처럼 평화가 지속된 적은 없다.


6. 남는 건 후대가 쓸 거


얼마든.

가족이든 남이든.

재물이든 자연이든.


노인은 존재가 낭비다.

내 재물이 늘든 줄든 사회 부의 총합은 동일하다.


7. 박애 실천하고 싶다.


나를 희생한 배려가 박애라 정의한 바 있다.

지순한 배려 즉 박애.


앞날이 창창한 청춘이 몸을 던져 남의 생명을 구하고 죽는다.

살 만큼 산 노인이 죽을 병인 몸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한다.


비교할 바 못 되나 제때 죽음은 너른 의미로 박애일 터.


나는 나를 위해, 내 가족만을 위해 살았지 남을 위해서는 기부 한 번 한 적 없다. 부끄럽다.


시신 기증은 노구에 병이 있는데다가 자연에 위배. 이 선택이 그나마 나으리라.



미리 유언이다.



아내와 자식 둘에게



청명한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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