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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20. 2024

장어 줍다

삶이란-행복 편


1993년.  세대전.

셋이 동해안 삼척 인근 해수욕장.

어머니 63세, 아내 26세, 나 32세.

원주 출발, 태백 거쳐 삼척 바닷가.

주 한 번 금요일이면 거꾸로 타는 길이었다.




ㅡㅡ신혼 여관 3일




강릉출장소장 1년. 결혼 해에 발령. 아내 두고 강릉 혼자. 시외버스터미널 길 건너편 여관 5층. 1인 룸. 딱 한 명 누울 자리. 에어컨 없고 선풍기. 제약회사 영업맨들이 주고객. 영동으로 영업 왔다가 하룻밤 묶는 곳. 난 장기 투숙. 쌌다. 아침 밥도 돈 안 받고 준다. 작전을 짰다. 화수목 3일 연달아 숙식. 강릉출장소로 출근. 점심은 직원, 저녁은 거래선 가서. 강릉에 둘, 속초, 동해 각 하나. 금. 남쪽 코스. 강릉 출발, 동해 대리점 들러 일 본다. 삼척, 백두대간 령 넘어 태백, 사북. 곳곳 2차 거래선인 화장품 전문점 방문 상담. 판촉물 내려준다. 이런 출장소장 없다. 금토일. 토는 휴가. 원주서 신혼 방. 월요일 원주영업소 출근. 영업 회의. 긴급 상품, 판촉물 싣고 집으로 퇴근. 화요일 새벽. 원주 출발 대관령 넘어 강릉출장소 직행. 다음주 금. 북쪽 코스. 강릉 출발, 속초대리점 일 보고, 2차 거래선 방문 상담. 미시령 넘어 원주로 고고씽씽. 강릉이야 지근거리니 수시로 대리점, 화장품 전문점 들락날락. 이리 1년 52주. 매주 대관령을 52번쯤 넘었다.




ㅡㅡ중고 프린스




원주대리점 사장에게 샀다. 1년 2만 키로 뛰었다. 800만 원. 중고는 이때가 가장 적기. 가격 가장 큰 폭 떨어진다. 차 길들고 고장 안 나고. 새차 같은 중고다. 프린스 2000CC. 중형 고급차. 사장은 새차가 버거웠고 내게 넘긴 거. 생애 첫 차는 엑셀 똥차. 펜더 아래 바퀴 위로 너덜. 문짝, 여러곳 칠 벗겨지 붉은 녹은 피 되어 흐르고. 200만 원인가. 원주영업소 발령 받고 차부터 산다. 기름 값 지원이면 남았다. 무면허. 출근. 차를 건물 1층 뒤편 물류센타 안에서 앞쪽 주차선으로 살살 30미터 몰아 주차. 퇴근. 다시 뒤로 몰아 주차. 버스 타고 집으로. 운전 학원서 1톤 트럭은 잠깐밖에 못 몬다. 일부러 먼저 사서 연습한 거. 차가 있으니 몰고 싶은 욕구 껑충. 한 달 후 면허 시험. 1차 이론, 2차 실기 당일 합격.


강릉출장소 발령 받아 가니까 옆자리 그룹 타 회사 차장이 한 마디. 차가 너무 크다고. 칭찬 부러워 하는 거 아니다. 대리 주제에 무슨 중형차냐고. 말은 않아도 눈치로 안다. 바꾸라는 압력. 중고차다. 장거리 많아 위험하다. 해서 바꾼 거다. 실제 그래서 바꾼 거였다. 고성, 태백은 왕복 서너 시간. 길은 해안 따라 산 따라 꼬불꼬불. 백두대간의 험준한 령을 매주 두 번씩 넘는다. 특히 겨울 눈길에 대형 사고.




ㅡㅡ죽음을 모르는 아이




강릉출장소장 전은 엘지 원주영업소 영업 사원 1년.  대리였고 위로 과장, 아래로 경리, 미용사원 둘, 봉고차 기사. 5명. 기사는 거래선 사장이 산 양주 두 병 까고 자정 무렵 춘천 발 원주 행. 앞에 택시. 원창고개 오르막 직선 구간. 추월은 여기밖에 없다. 양지라 눈은 녹았다. 풀 악셀. 왼 바퀴가 도롯가로 밀어내 쌓인 눈을 밟는다. 순간 헛바퀴 돌면서 방향 우로 약간 틀며 전봇대 쾅. 차 중앙 움푹 패인다. 동시에 운전자 머리가 유리를 뚫는다. 몸이 곧게 펴지면서 미사일처럼 5미터를 난다. 안전벨트를 안 맸던 거. 한겨울 새벽 땡땡 얼은 도로 한가운데 아스팔트에 체중과 속도를 실어 머리를 찧는다. 오른쪽 눈 위 두개골 함몰. 손가락 뺀 손바닥 크기. 칼로 싹둑 자른 듯 평평했다. 피 흐르며 즉사. 중앙선 오른쪽서 추월 당하던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


과장 책임이었다. 회사는 위탁대리점을 과장이 맡으라고 명령. 나는 영서 구역 5개 대리점 관리. 회사 기준은 영업사원 1인이 대개 셋. 나는 둘을 초과. 게다가 전국 최장 거리. 원주 2, 춘천, 여주, 제천. 원주 둘 중 하나는 위탁대리점. 회사는 춘천에 새로이 위탁대리점을 세웠다. 위탁은 관리가 어려웠다. 대리점에 재고가 회사 소유. 즉 위탁으로 맡긴 거. 그리고 2차 거래선인 농협 각 매장 매출에 대해 회사는 대리점에게 수수료를 지급한다. 2차 거래선 또한 재 위탁. 허니 회사는 2차 거래선 재고 및 매출도 관리해야. 일이 따따블인 셈. 물리적으로 이를 다 해낼 수 없기에 사장에게 믿고 맡기다시피. 해서 자산 사고가 생겼다 하면 위탁대리점. 일반 대리점은 화장품을  회사에게 사서 2차 거래선인 화장품전문점에 판다. 즉 대리점에 재고는 사장 소유. 전문점에 재고는 전문점 소유. 관리가 단순하다.


원주 그걸 기사에게 떠넘긴 거. 나는 셋 정량을 이미 둘이나 초과해 차마 내게 넘길 수는 없었던 거. 운전직으로 뽑은 기사는 계약에 없는 영업을 해야 했다. 영업은 술이 필수. 대리점 사장은 영업 담당에게 잘 보여야 했다. 첫 방문. 룸싸롱 데려가 부어라 마셔라 띵까띵까. 호의를 거절 못 한데다 고졸 기사에서 대졸 영업 사원. 처음 받는 대접에 만취. 전문 영업 사원은 그 정도면 여관서 잔다. 기사라 다음날 고유 업무 있으니 무리해서 운전대 잡은 거. 편의로  여직원들 출근도 그 차로 하던 터. 사고는 전조와 예감이란 게 있다. 전날 일부러 품을 차에 싣는 걸 돕는다. 절대 술 먹지 마라. 대리점 사장이 살 거다. 신신당부. 원래 내가 상급자. 명령권이 있다. 나이 나보다 셋 위라서 기분 상할까 늘 협조를 구했다. 전에는 음주 운전 금지라고 못을 박았다. 영업을 맡았으니 애매해졌다. 그의 영업에 내가 명령을 할 수 없었다. 허니 당부 당부. 대리점 사장에게 따로 전화 넣는다. 절대 술 먹이지 마라. 음주 운전 습관 있다. 당일 퇴근 시간. 도착 안 한다. 그 정도 당부했으니 뭐. 일이 늦어지거나 오는 중이겠지. 이상은 간섭 아니 월권이었다. 집에서 자는데 새벽에  따르릉 전화. 에이 씨, 새벽 전화는 재수 없는데. 군 최전방 상황병. 딸딸이 군 전화 담당해 봐서 익히 안다. 새벽 전화 치고 난리 아닌 건 없다. 비상사태. 크든 작든. 사단장, 연대장이 순찰 떴든가, 다른 중대, 대대에서 월북이나 귀순. 전화 받는 순간부터 뒤집어진다.


춘천경찰서입니다. 불안 엄습. 누구 씨 아시지요? 예, 무슨 일 있나요. 속으로, 음주 고구나. 큰 사고면 기사 잘릴텐데. 동면 어디 병원 오셔서 확인해 주세요. 속으로, 무슨 확인? 겁 더럭. 사망했단다. 아아, 기어코 이런 일이. 시신 안치실. 스텐 냉장 관을 잡아 당겨서 연다. 어제 멀쩡했던 동료는 꼼짝 않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아빠 숨 못 쉬어요.


여섯 살 아들이 울부짖는다. 집에서 장례 치룰 때는 신났다. 조용했던 집에 사람들 들락날락 시끌벅적. 떡도 음료도 실컷 먹고. 부부를 잘 아는 이들은 아이가 가여워 안기도 손을 잡아주기도 하니 아이는 왕이 된 듯. 꼬맹이는 죽음을 몰랐다. 아빠 왜 안 오냐고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을 명쾌히 할 수 없었다. 멀리 갔다고 할 밖에. 장지 산에서도 이리저리 뛰논다. 아빠가 관  안에 든 건 안다. 잠 자고 있다고 들었다. 하관. 삽으로 흙을 던져 덮는다. 안 돼요. 아빠 숨 못 쉬어요. 아이는 죽음은 알지 못 해도 숨이 막히면 죽는다는 건 아는 거. 하지 마세요. 작은 몸을 던져 쓰러져 삽을 막는다.


하지 마세요. 아빠 숨 못 쉬어요.


눈물 철철 흘리며 삽질을 몸으로 막는다. 멀리 갔다는 엄마의 말. 아빠가 언제 집에 온다고 물어도 아무도 왜 대답 안 했는지, 나무 상자 안에서 잠 잔다는 말. 그게 다 무슨 뜻인지 흙으로 상자를 덮는 걸 보고 알아챈 거. 죽음이란 걸 처음 눈으로 본 거. 죽음이란 걸 몰랐지만 숨이 막히면 죽는 건 알았기에. 하지만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 말뿐이었다. 아빠가 숨 못 쉬어요. 지켜보던 나. 참고 있던 눈물 주루룩. 상주인 아이를 누군가 안아 자리를 옮긴다.


갈등이 있었다. 본사 조사. 과장은 본인 음주 과실이라고. 아니잖아. 당신이 영업 업무 안 맡겼으면 대리점 사장이 양주 살 일 없거든. 퇴근 전에는 항상 사무실에 대기했거든. 직원들 차에 태워 함께 퇴근하려고 기다렸거든. 퇴근 전에 안 온 거 처음이거든. 사람이 죽었잖아. 억울하게 죽었잖아. 이대로면 개죽음이었다. 보상도 안 해 줄 거. 대리점 사장은 을이라 입 꾹 아무말 못 하고. 내가 사실대로 고하면?과장이 내 상급자인데. 충격과 갈등에 밤새 잠 못 이룬다. 이튿날 본사에 전화. 사실대로 말한다. 기사에게 영업을 맡긴 게 원인이라고. 영업 업무하다가 사망한 거라고. 전에 이런 일 한 번도 없었다고. 다행히 회사는 음주 책임을 묻지 않고 기준대로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사내 부조금은 내 일. 최대한 걷는다. 사고 일주일 전. 기사는 삼성생명에 생명보험을 들었다. 3억. 사무실에서 계약하는 걸 보았다. 겸연쩍어 하면서 아는 여자라 할수없이 들었다고. 보험회사서 사무실 방문 조사. 캐묻는다. 음주 여부는 관심 밖이고 자살인지 집중. 일주일 전 계약 날 일 회 납부하고 보험금 내주게 생겼으니 그럴 법. 고인은 적지 않은 회사 보상금과 보험금으로 아내와 아이 하나 대책은 마련해 주고 영원의 길을 떠났다.




ㅡㅡ영업이란




샛길로 빠졌다. 중형차 산 사연 얘기 중이었다. 강원도 길 사고가 많다는 거. 특히 겨울에. 새로 오픈한 동해대리점은 SUV 새차를 뽑았다. 연세가 있었지만 활달했고 자신감 넘쳤다. 사망 사고를 겪은 터라 늘 조심하라 당부 또 당부했다. 눈길은 어쩔수 없다. 태백으로 령을 넘다가 미끌어진다. 절벽이라 차가 굴렀다. 반파. 다행히 안전벨트 맸다. 기브스 몇 달. 대관령. 밤이라도 도로는 바쁘다. 차들이 강릉 쪽에서 연실 오른다. 급커브 연속 수십 곳. 내내 운전대를 고정하지 못 한다. 좌로 틀고 바로 우로 틀고 다시 좌로. 중간 지나면 느닷없이 앞선 차가 굽은 도로에서 정면 절벽을 쿵 받는다. 착시. 졸음 운전 아니다. 좌우좌우로 커브길 계속 돌다보면 순간 길을 놓친다. 어둠에서 감각이 벽인지 길인지 구분 못 하는 거. 눈 뻔히 뜨고 코뿔소처럼 들이받는 거.

 

강원도 영업 가벼이 보면 안 된다. 차량은 가장 중요한 영업 장비다. 목숨을 구한다. 비싼 차 아니라도 적당한 가격, 똥차 소형차 버리고 새차 같은 중형 중고차인 프린스를  건 다 이유가 있다. 차장이든 사장이든 뭐라하든 상관할 바 아니다. 뭐든 안전이 우선이다. 그게 회사도 득이다. 폼 좀 나는 거야 나보고 어쩌라구.




ㅡㅡ장어 줍다




멀리 돌았다. 본론은 장어다. 신혼에 1인 감옥 닮은 여관 방, 대형 사고 예저제서 뻥뻥 강원도 영업. 그런 험난한 겨울을 나고 여름 휴가를 받는다. 오랜만에 어무이, 아내 태우고 드라이브. 해변 백사장. 텐트를 친다. 뙤약볕이지만 설렌다. 저녁 맛난 거 사먹는다. 해변 연인처럼 걷고, 밤하늘 별빛 받으며 두런두런. 좁은 공간 밤잠. 다소 불편하지만 이채롭다. 청춘의 낭만을 되찾은 듯. 이른 아침. 엄마가 수건으로 둘둘 말은 걸 펼친다. 자랑스럽게 이거 보란다. 장어. 엄청 크다. 보통의 두어 배 굵기 크기. 시커멓다. 꿈틀 몸 비트는 게 뱀의 징그러움을 넘어 괴물 같아 무섭기도. 이게 웬 장어야 엄마. 주웠어. 줍다니? 물고기는 잡는 거지 줍다니 말이 안 된다. 어디서? 저기서. 손으로 가리킨다. 바다 쪽 아니라 반대편. 이상하다. 삼사십 미터 가깝다. 엄마, 같이 가보자. 여기야. 여기서 주웠어. 텐트 친 곳과 같은 모래 바닥. 백사장이다. 그래. 여기라면 장어를 잡은 게 아니라 주운  맞군. 헌데 여기에 왜 장어가? 옆으로 횟집. 백사장 쪽으로 수족관. 가까이 가서 살피니 장어 우글우글. 어제 들여온 듯 싱싱하다. 크기는 주운 놈보다 잘다. 오호라, 여기서  탈출했군. 넘친데다 길다란 녀석이 어항 유리 벽을 튀 넘은 거. 나무 바닥을 기어서 모래에 떨어진 거. 본능이 바다 내음 바라서 용을 쓴다. 횟집을 꽤나 벗어났다.


노인은 새벽이면 일찍 깬다. 엄마는 평생 새벽 장사가 몸에 익었다. 내륙에만 살아서 바다장어를 처음 보았다. 엄마는 정직하다. 남도 그런 줄 알아 남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다. 돈은 잘 벌어도 마음은 여렸다. 돈 빌려주어도, 단칸방 월세 여럿 주면 누구 하나는 세를 안 낸다. 어려운 사정을 알면 떼이지 받아내지 못 한다. 가리파재에서 농사 처음 지을 땐 사기도 당했다. 돈보다 속은 게 분해서 물어 물어 서울 미아리까지 가서 사기꾼을 찾아냈다. 무너져가는 판잣집에서 기어나오는 놈을 보고는 정신 차리고 살라 하고 돌아섰다. 경찰에 신고 안 했다. 엄마는 장어가 횟집 것인 줄 모르고 나와 며느리에게 아닌 새벽에 횡재를 자랑했던 거였다. 주운 게 맞다고 하길래 엄마, 이리 와 봐. 여기서 탈출한 거야. 이리로 해서 여기까지 온 걸 마침 엄마가 본 거야. 엄마는 어떡하냐고. 이른 아침이고 장사 전이라 주인은 아직 몰라. 다시 어항에 갖다 놓자. 반은 이해하고 반은 아닌 눈치. 다시 엄마는 주운 거지 훔친 거 아니라고. 맞아. 엄마는 주운 거야. 올곧은 엄마도 행운을 놓기가 아쉬웠는지 선뜻 동의 않는다. 이해한다. 엄마 세대 기준으론 주운 거고 주운 사람이 임자라는 거. 허나 어쩌나. 바다에 장어가 이 멀리까지 모래 위를 기어왔을 리는 없으니. 게다가 엄마도 아내도 장어를 어찌 요리하는지 모른다. 나야 둘이 해 준 거만 먹기만 했을 뿐으니 말할 거도 없고. 수건으로 감싸온 걸 수족관에 놓아준다. 퍼드드득. 잠잠한 수족관 안을 휘젓는다. 역시 놈은 천하장사다. 모래사장뿐 아니라 수족관에서도. 또 탈출할까 걱정. 녀석은 살아 속박보다 죽더라도 포기를 모르고 자유를 택한 빠삐용이다.




ㅡㅡ장어 아이




버너 불 쌕쌕 올려 아침 밥 해 먹는다. 청춘에 여행 딱 그 기분. 텐트, 버너 사길 잘했다. 숙박비보다 더 들었지만 갇힌 숙소에 질렸다. 아내가 메스껍다고. 점심을 사먹는데도 속이 안 좋다고 숟가락을 내린다. 아가, 너 입덧하는 거 같구나. 이상하네요. 어제까지는 괜찮았어요. 여기 와서 이러네요. 바닷가 낭만이고 뭐고 부리나케 텐트 걷고 짐을 싼다. 블랙 프린스 트렁크에 넣는다. 집으로 고고 씽씽. 병원 가서 검사. 임신 맞단다. 오오, 아기라니. 그날 엄마가 장어를 주운 덕이었다. 태몽 아니, 현신이었던 거. 증거. 아이는 가자미 아닌 장어 닮은 고추를 달고 나왔다. 우리 집 내력은 딸 딸 딸 그다음에 아들이었다. 엄마를 시작으로 큰누나가 뒤를 따랐다. 딸 쌍둥이, 딸 그다음 아들. 작은 누나는 딸 딸하고 포기. 나보다 먼저 장가 간 막내 남동생은 딸 딸. 그만 낳으려다 아내가 아들 낳고 시어머니 이쁨 받는 게 샘이 나서 하나 더 낳았는데 아들. 룰이 틀린 게 아니라 멈췄다 다시 낳은 거라 열외로 봐야. 그러니 나나 엄마나 첫아들은 미리 포기한 상태. 헌데 첫째가 아들이라니. 가뜩이나 늦은 장가에 장남. 엄마 환갑 넘어서 딸 셋 후 아들이면 부지런히 낳아야 하는데 직빵 아들이라니. 엄마는 딸 셋 낳고 죄인이 되었었고 아들 낳고 죄를 면했다. 첫 손자를 본 건 엄마에겐 기적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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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와 인연이 그뿐이라면 말 않는다. 돌 지나서 섰을 때는 까만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유독 좋아했다. 테잎으로 그 노래만 면 미친듯이 몸을 좌우로 비틀어 춤을 추었다. 힘찬 장어의 춤. 회전 없이 오직 좌우로 꿈틀. 그뿐 아니다. 자랄 땐 그 장어 닮아 힘 엄청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었다. 더 커서는 늘 반에서 키도 덩치도 제일 컸다. 대학은 서울대의대를 간다.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장어를 줍는 횡재. 그걸 먹지 않고 살려준 자비를 하늘이 시험하고는 복을 내린 거였다.   




ㅡㅡㅡ




ㅋㅋㅋ 마지막은 갖다 붙인 거 알지유^^ 별 얘기 아닌 걸 장어처럼 길다랗게 끝까지 따라오신 거 고마워서요~ㅎㅎㅎ




♤ 브런치 작가 '포도봉봉'님 


'누구를 위한 가족 여행인가' 


댓글 달았더니 얘기해 달라 하셔서 썼어요. 갈팡질팡. 재미로 끄적일라 했는데 슬픈 모드로 흘러서 급히 재미로 트느라 무리 좀 했네요. 자랑 아니고 그럴 나이 지났습니다. 헌데 이게 무슨 글이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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