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면 누구나 마음에 두 개의 성을 쌓는다.
하나는 나만의 성.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성이다. 수시로 성문을 나서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 성의 벽은 점점 높아만 간다. 때로 무너지기도, 빼앗겨 새로 쌓기도.
다른 하나도 나만의 성. 온전히 나를 쉬이는 별장 같은 성이다. 그 성은 누구도 관심 두지 않지만 성벽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두 개의 작은 성은 거대한 하나의 성에 갇혀 있다. 거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이들이 각자 두 개의 성을 쌓는다.
그렇게,
성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들만의 성과 그걸 두른 하나의 성을 쌓느라 고달프게 일생을 보낸다는 슬픈 이야기. 죽어서야 성 밖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뻔한데도 무한 반복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염세적인가요? 그럼,
성 안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들만의 성과 그걸 두른 하나의 성을 부지런히 쌓으면서 일생을 보낸다는, 죽어서 성 밖에 나와 영원의 안식을 취한다는, 뻔하니까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는 이야기.
낙천적인가요?
그런 우화 아닌 우화 같은 우화인 인간 세상.
그러는 너는?
방어용 성은 자발적으로 쾅 폭파시켰어요. 반평생 공들인 건데 단박에 부수고 나니 이상하게 하나도 아깝지 않았지요. 오랜 변비가 뻥 뚫린 듯 후련합니다. 없으면 불안해 못 살 거 같더니만 되려 평정이 찾아왔어요.
동시에 거기 쏟을 공을 조금 덜어내어 세 번째 성을 새로이 짓기 시작했어요.
헌데 그 성은 같은 듯 달라요. 면적은 있되 넓이가 없고, 기둥을 세우되 높이를 잴 수 없으며, 벽을 쌓고 지붕을 얹되 투명하지요. 칠은 안 할수록 아름답고, 전등을 달지 않아도 환하며, 가구를 들이지 않아도 편안합니다. 작게 지으려 할수록 커지고, 짓느라 힘쓰지만 외려 샘솟으며, 제아무리 서둘러도 공기가 단축되지 않아요. 하늘과 땅과 빛과 바람과 내가 하나 되어 어우러지는, 내가 하늘나라 갈 때면 완공되는, 그러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그런 성이랍니다.
그 성은 저만의 성이 아니어서 공용이랍니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었지만 아무에게나 보이는 성은 아니고, 언제든지 지을 수 있지만 때가 되어야 하는 성이랍니다.
2020. 0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