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련투성이
냉동실 한 켠에는 그녀가 해줬던 죽이 있다.
나는 미국 생활을 하면서 신기하게 3개월마다 감기에 걸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국물을 먹고 싶어서 라면을 끓였다.
그걸 들을 때마다 그녀는 항상 나에게 애정 어린 질책을 했었고,
그녀가 미국에 왔었을 때, 죽을 해줬다.
작은 통 3개에 죽을 담고 나서,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갔었다.
그런 후에 우린 헤어졌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너무 미울 때 한 통을 먹었다.
나 혼자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 후에 나는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죽 한 통을 또 먹었다.
상냥함, 다정함이 담겨있던 그녀의 눈빛이 보고 싶었다.
지금 나는 정말 감기에 걸린 것처럼 아프다.
그동안 내가 건강했었는지 이번에는 5개월 만에 아프다.
근데 이젠 죽통이 한 개밖에 안 남았다.
이걸 먹고 나면 그녀의 흔적이 영원히 없어지는 것 같아서 막상 아픈데 못 먹겠다.
사진, 편지 단 한 장도 못 없앤 나에게 이건 너무 힘들다.
아직 이별이 소화되지 않은 것 같다.
내 마음 한 켠에도 아직 그녀가 있나 보다.
그때 우린 서로 따뜻했었는데.
아닌가 어쩌면 나는 차가웠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