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이 읽는 AI시대 경제의 민낯

정보는 넘치는데 왜 우리는 더 자주 흔들리고, 더 쉽게 판단을 위임하는가

by 김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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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벨상은 선택을 겨눴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은 가격 이론이나 경기순환이 아니라 ‘경제 조직 안의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한 허버트 사이먼에게 돌아갔다. 그 수상 이유 자체가 상징적이다. 경제학이 이미 그때부터 “인간은 어떻게 선택하는가”라는 문제를 시장 바깥이 아니라 시장의 한가운데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더 극적인 장면 앞에 서 있다. 회의실에서는 생성형 AI가 보고서를 요약하고, 투자자는 추천 알고리즘이 띄운 종목을 먼저 보며, 소비자는 검색보다 추천창을 더 오래 들여다본다. 2024년 기준 조직의 AI 활용 비율은 78%로 뛰었고, 생성형 AI를 최소 한 개 업무 기능에 쓰는 비율도 71%에 이르렀다. 정보가 부족해서 못 고르는 시대가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아 무엇을 믿어야 할지 더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경제를 읽으려면 가격표만이 아니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인간의 머리와 화면을 함께 봐야 한다.


2. 시장은 이제 마음을 거래한다


우리가 흔히 고전경제학이라고 부르는 설명은 대체로 인간이 주어진 정보 속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이 가정은 여전히 분석의 기준점으로는 유효하다. 그러나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의 계산 능력과 정보 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고, 리처드 세일러는 심리학적 통찰을 경제적 의사결정 분석에 결합해 행동경제학을 본격적인 학문 지형으로 밀어 올렸다. 노벨위원회가 세일러의 공로를 두고 “경제학과 심리학의 다리”라고 정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학설 경쟁이 아니다. 오늘의 시장은 선택지가 너무 많고, 판단 시간은 너무 짧으며, 플랫폼은 순위·기본값·알림·추천을 통해 선택 환경 자체를 설계한다. NIST는 AI 환경에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복잡한 인간 현실을 수치와 모델로 옮기는 과정에서 중요한 맥락이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현대 경제의 핵심 변수는 더 이상 ‘정보의 양’만이 아니라,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배열되고 누가 그것을 먼저 해석하느냐이다.


이 지점부터 가격의 경제학은 마음의 경제학과 만나지 않으면 현실 설명력을 잃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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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제와 부동산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실무에서 부동산 개발과 금융이 교차하는 복잡한 퍼즐을 풀어가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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