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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사 작사가 류익 Jan 04. 2024

#1. 늘 여행을 꿈꾸던 소년, 여행업으로 꿈을 펼치다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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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위한 수학능력평가 시험을 치르고,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난 직후, 내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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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집 주변 공립 도서관에서 손미나 아나운서께서 쓰신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처음 여행에 대한 꿈을 꾸었고, 나도 여행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 여름 방학이 되었을 때 무작정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떠났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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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 시험을 치르고서는 바로 기차를 통해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철도 상품인 ‘내일로’ 상품을 구매해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기도 하였고, 성인이 되어 처음 떠나 본 해외여행에서 큰 감동을 맛본 이후에는 수중에 자그마한 돈이 생일 때마다 유럽이니, 미국이니 돌아다니며 여행의 명목으로 가진 돈의 대부분을 지출하곤 했다. 외국이라는 곳은 경험을 하면 할수록 호기심이 더욱 커졌고,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해외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지면서 외국에서 살고자 하는 용기가 생겨났고, 해외에서 인턴쉽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통해 2년간 스리랑카라는 국가에서 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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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이후 사회로 진출해야 할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어떤 산업계에 몸을 담으면 좋을까 많은 시간을 고민했었다. 설며, 많은 직업군을 만났었지만 무엇이 정말 내 성향에 맞을까에 대해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들 뜬 마음으로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항상 마주하였던 객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고, 꽤나 매력적인 직업군으로 다가왔다. 기내 선반에 충분히 닿을 만큼 체격 조건은 맞았고,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등 몇 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기에 승무원이 될 자격조건에 부합하다고 생각했다. 객실 승무원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수영을 잘 못한다는 약간의 흠이 있었지만, 그야 조금씩 연습하다보면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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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할 즈음, 승무원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는데, COVID-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승무원 신규 채용은 일절 없어졌고, 사실 이미 승무원이 된 인원도 감축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꾸게된 꿈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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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오히려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채용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존에 승무원을 준비하던 인력들은 대개 꿈을 접었고, COVID-19 사태에 가장 큰 직격타를 맞은 곳이 항공 업계였기에 경쟁자가 급감하는 황금기라고 생각했다. 전염병의 소요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고, 수 많은 예비 승무원들의 꿈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대학 졸업이 다가올 때 즈음 승무원 채용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영어와 일본어 등 어학 성적도 준비를 해 놓았고, 면접을 통한 최종 선발의 과정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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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항공사가 원하는대로, 항공사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나를 바꾸는 것이었고, 항공사가 원하는 상이 무엇인지 가장 빠르고 적확히 교정할 수 있는 곳은 승무원 학원이라고 생각했다. 야심차게 학원에 등록해서 승무원 면접의 기초를 배웠다. 인사하는 방법부터 새로이 시작하여, 그들이 원하는 목소리, 그들이 원하는 대답 등, 항공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되려 급하게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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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학원에서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경상 방언을 완전히 교정할 것을 요구했는데, 말씨를 표준어로 바꾸는 연습을 하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점이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다. 말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말씨를 바꾸는 척 연기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시 면접관의 귀를 속일 수 있어도, 이 직업을 얻게 되면 평생을 연기하는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생각은 점점 커지면서 내가 정말 승무직을 원하는 것일까,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포기할 만큼 고귀한 가치가 있는 길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내 그 생각은 마음을 가득 채울만큼 커졌고, 누가 묻지도 않는 되물음에 나는 혼자 제풀에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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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서류 평가에서는 합격을 했지만, 나 자신 조차도 확신이 없었던 면접 평가에서는 기운 없이 탈락했고 나의 작은 꿈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그래도 항공 업계를 준비하며 나와 성향이 잘 맞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또 승무원을 준비하며 얻은 항공과 여행에 관한 지식은 충분히 쓸만한 부분이 많았다. 항공과 관광 업계에 대한 흥미를 통해 나는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취직 활동을 시작했고, 면접장에 가서도 예비 승무원으로서 배운 지식을 적극 이용하여 멀지 않은 시간에 관광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나의 모든 발자취가 나의 직업으로 직결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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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며 경험한 것들과, 여행업에 종사하며 배우는 것들을 종합하여 여러분들과 조금씩 공유하려 한다. 

내가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 말고, 세상을 유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우리는 무슨 일을 하는지, 또 그 속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끼는지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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