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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퇴 Dec 07. 2020

어느 3년 차 공무원의 질병휴직기(3)

지방직 일반행정 공무원이 되다 

합격 통보를 받은 지 1달 만에 발령이 났다. 


쉬면서 그동안 못했던 해외여행도 다니고 여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싶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더 늘어난 우리 집 빚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돈을 벌어서 집에 보탬이 되는 것은 좋았다.

임용식, 1월 중 그 날은 내 미래를 예고하는 듯 유난히 추웠다.


아침 일찍 임용식이 끝나고 내가 일하게 될 팀의 팀장님이 근무지로 데려가셨다.


나 말고도 다른 자리로 발령 나는 직원과 새로 오는 직원들이 있어 부산한 분위기였다.

나는 면사무소 산업팀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내가 맡은 일은 건축, 지역경제, 산림, 교통(+각종 잡일)이었다.

담당업무를 듣고 많이 벙쪘다. 나는 일반행정직인데 건축업무를 해? 담당업무가 하나가 아니고 왜 이렇게 많지?


지금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공무원이라 함은 등본 발급 같은 단순한 노동을 하며 9시 출근 6시 퇴근에 월급은 적지만 완벽한 워라밸을 생각하며 청춘을 바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나조차도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과 더불어 행정 수요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국민들은 더욱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업무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지금의 법령과 지침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민원도 점점 많아진다.

내 자리에 앉아 내 업무의 전임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

인수인계를 받는 도중 자꾸 전화가 오고 민원인들이 찾아와서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생소한 건축분야 용어들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다.(건폐율, 용적률, 건축선, 가중평균 등등)

그래도 20대의 패기로 열심히 배워서 인정받는 공무원이 되고자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제일 충격적인 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 전임자는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당장 내일부터 나 혼자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오늘 하루 만에 업무를 배워서 내일부터 각종 문의전화, 민원인 응대, 업무처리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다.


이것은 오늘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걷는 방법을 알려주고 내일부터 걸어 다니라는 말과 같다. 아니, 뛰라는 말과 같다.


패기로 될 일이 아니었다. 


일반 회사에서도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옆에서 인수인계를 해준다던데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다.

기본적인 행정업무의 맥락도 모르는 상태로 정신없이 하루 동안 받은 인수인계 내용은 내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게다가 건축에서만 쓰이는 전문용어들, 각종 법령과 관계된 내용 등 내가 하루 만에 적응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퇴근 무렵 7급 고참분이 갑자기 번개 회식을 한다며 "시간 되면 저녁 먹고 갈래? 출근 첫날이라 좀 그렇지?"라고 하셨다. 


왠지 모르게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느낌이어서 집에서 내 첫 출근은 어땠을지 걱정하며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 생각이 났지만 회식에 참석했다.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열심히 할 테니 이쁘게 봐달라며 건배사를 하니 분위기가 좋았다.


그렇게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왔다. 부모님과 담소를 나누고 씻고 침대에 누웠다.

하. 내일부터 어떻게 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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