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6일
세부, 보홀, 릴로안, 말라파스쿠아, 모알보알. 이제 필리핀에서 비행기 한 번 타고 갈 수 있는 다이빙 지역은 수빅과 사방을 제외하면 거의 다 다녀온 것 같다. 이번에는 비행기를 한 번 환승해야 갈 수 있는 곳 중에 쉽게 갈 수 있는 두마게티로 간다. 두마게티는 릴로안에서 배를 타고 건너는 네그로스 섬의 큰 도시다.
정확히는 두마게티의 아랫동네인 다우인으로 간다.
지니님은 진작에 항공권을 구매해 놨고 나는 일이 어찌 될지 몰라서 설 연휴에 임박해서 구했더니 항공권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결국, 지니님보다 하루 늦게 들어가는 표를 구해서 출발한다. 어제 지니님을 공항에서 보내는데 설 연휴의 시작일이다 보니 공항이 북새통이었다. 나는 조금 더 일찍 서둘렀는데 공항이 그나마 덜 붐빈다. 일찍 왔으니 라운지에서 아침도 먹을 겸 좀 쉬다가 출발한다.
해가 뜨는 시간에 비행기도 출발한다. 세부나 보홀에 갈 때는 저녁 비행기를 많이 타는데 두마게티를 갈 때는 마닐라에서 오후에 두마게티 가는 비행기로 환승해야 하니 아침에 출발한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거의 마닐라에 도착했다.
마닐라 공항은 터미널이 여러 개라 국내선으로 환승할 때는 다른 터미널로 이동할 수도 있다. 나처럼 인천에서 두마게티까지 세부 퍼시픽의 비행기로만 갈 경우는 같은 건물의 국제선 입국장에서 국내선 출발층으로 가면 된다. 다른 건물로 이동할 필요는 없지만 자가 환승이다. 국제선 짐 찾는 곳에서 짐을 찾고 나오면서 다시 국내선으로 짐을 보내야 한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 나가면서 보면 세부퍼시픽의 트랜스퍼 데스크가 있다. 여기에 짐을 맡기면 국내선 비행기에 실어준다. 국내선 항공권은 인천공항에서 발권했으니 짐 맡기고 그대로 국내선 게이트로 가면 된다.
혹시 점심을 제대로 먹고 싶다면 국내선을 타러 가기 전에 공항 3층의 아케이드에 가면 식당이 다양하게 있다. 게이트 안쪽보다 종류가 훨씬 다양하니 여기서 식사를 하고 게이트로 들어가는 편이 좋다. 이제 장장 4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 점심에 출발하는 비행기 편은 환승 시간이 1시간 반 정도로 촉박해서 넉넉하게 저녁 비행기로 간다. 국내선 게이트 안에도 먹을 걸 팔긴 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어서 코코넛밀크에 멜론을 섞어 만든 주스를 하나 사서 가지고 있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다.
두마게티행 비행기는 어느 게이트인지도 정해지지 않다가 편성한 비행기가 게이트로 들어오면 전광판에 게이트 숫자가 나타난다.
국내선인 만큼 이륙하면 금방 다시 착륙한다. 두마게티는 관광객도 많이 오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공항이 정말 조그맣다. 비행기에서 계단으로 내려서 가는 건 하와이 코나 공항 이후로 오랜만이다.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30분 정도 가야 하기에 픽업을 요청해 두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북적북적하고 교통체증도 있는 두마게티 시내를 가로지른다.
리조트는 두마게티 남쪽의 작은 도시인 다우인에서도 조금 아래에 있다. 포장도로에서 벗어나니 좁은 비포장길로 들어간다. 리조트 픽업 차량을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길이 안 좋다.
드디어 리조트에 도착했다. 지니님은 어제 와서 하루 다이빙하고 나랑 저녁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함께 저녁부터 먹는다.
2025년 1월 27일
밤비행기에서 자야 하는 필리핀의 다른 다이빙 지역과 달리 정상적으로 자야 할 시간에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좋다. 리조트는 저기 보이는 아포섬에 다이빙하러 가기 좋은 위치다. 아포섬뿐만 아니라 이 앞바다도 충분히 좋다고 한다.
리조트에는 보더콜리 두 마리가 살고 있다. 동네 이름을 따서 아포와 다우인이다. 다른 리조트 개들이 그렇듯이 손님한테 잘 와주는 녀석들은 아니다.
아침 식사도 이 정도면 잘 나오는 편이다. 적당히 먹는다.
이 리조트는 출발 전에 브리핑 시간이 있고 사장님이 오늘 가는 포인트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해준다. 다시 배에서 다이빙 전에 다시 상세한 브리핑을 한다. 오전에 엘도라도와 다우인 북쪽을 간다고 한다. 그 외에도 공지할 것이나 손님들의 요청 사항도 대부분 이 시간에 접수해서 처리한다.
브리핑을 마치고 준비가 완료되면 배에 탑승한다.
Dive#1
이 리조트는 다이빙 전에 이렇게 화이트보드에 다이빙 내용을 하나하나 다 그려서 브리핑을 한다. 자세히 설명해 주고 알기도 쉽다.
엘도라도 포인트. 엘도라도라는 리조트의 앞바다인데 리조트 주인이 수중에 이것저것 설치해서 볼 것이 풍성한 곳이다.
두마게티 첫 다이빙의 시작이다.
시작하자마자 가이드가 무언가를 보여준다.
두마게티 첫 다이빙의 첫 생물이 고스트 파이프피쉬라니 시작이 너무 좋다. 고스트 파이프피쉬 치고는 꽤 큰 녀석이다.
지니님은 투명한 새우가 하늘거리는 걸 좋아한다. 말미잘에 투명한 새우들이 돌아다니는 걸 발견한다.
아주 작은 프로그피쉬다. 무늬까지 깜찍하다. 이 녀석들 어릴 때는 이렇게 날씬했구나....
너무 작은데 화려한 생김새라 지니님은 처음에 보았을 때는 누디로 착각했다.
해마들은 항상 비실거리고 맥을 못 춘다. 예전에 처음 보았을 때는 병들고 아픈 건 줄 알았는데 항상 이렇다.
난파선이 하나 있다.
브리핑 대로 난파선을 지나면 비닐하우스 같은 수중 암초가 있다.
운이 좋으면 큰 물고기가 들어와 있을 때도 있다는데 오늘은 복어 한 마리...
바다 맨드라미에 캔디 크랩이 붙어있다.
보기 힘들어하니 가이드가 슬쩍 움직이게 한다. 이러면 이제 확실히 보인다.
지니님이 레이저피쉬들을 한 군데로 몰아줬다.
이파리에 작은 양누디가 붙어있다. 잘 안 보이지만 그나마 큰 편이다.
Dive#2
두 번째는 다우인 북쪽의 해양 보호구역이다.
청황돔, Painted sweetlibs
해삼의 기생새우
물고기 수가 대단하다.
이 포인트는 이 줄무늬 누디들이 많다. Nembrotha lineolata
모알보알에서 봤던 놈과 비슷한 프로그피쉬가 있다. 이 녀석은 살짝 밀리터리룩이다.
주변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쏠종개 캣피쉬들이 있다.
리조트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리저트로 돌아가지 않고 배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Dive#3
조금 다르게 생긴 누디가 있다. Thuridilla lineolata
줄무늬 피그미 고비 (Striped pygmygoby)
striped triplefin
곰치
Porcupinefish
바다 속에 누가 이런걸 만들어놨다.
거품산호새우
Bigeye snapper
움츠린 말미잘에 새우 여럿이 붙어있다.
노랑꼬리 바라쿠다 떼가 지나간다. 원래 좀 작은 녀석들이다.
세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들어오면 이렇게 간단한 간식이 준비되어 있다.
객실 앞에 두고 마시면서 잠시 쉰다.
두마게티가 수중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 나 말고도 수중 카메라를 가져온 사람들이 여럿 있다. 라이트 하나가 맛이 가서 못쓰는 내 카메라가 제일 조촐하다.
아침 브리핑 시간에 야간 다이빙 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도 신청했다. 지금까지 탔던 차 중에 가장 낡아빠진 차를 타고 이동한다. 계기판도 다른 아무 장치도 다 망가져있고 억지로 닫은 차문이 달리는 동안 자꾸 열린다.
북쪽으로 몇 블록 이동해서 해변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바로 장비하고 비치다이빙으로 입수한다.
Dive#4
바다 나리에 붙어사는 바다나리 새우는 바다나리랑 너무 똑같아서 구별이 힘든데 가이드가 이렇게 쫓아내 줘서 그 전체 생김새를 알기가 쉬웠다.
밴디드 코랄 쉬림프 커플과 큰 곰치가 한 구멍에 있다. 내가 사진 찍으려고 하니 귀찮은지 곰치가 쏙 빠져나간다.
다른 구멍에 가서 왜 쫓아왔냐고 하는 눈빛을 보낸다.
덩치가 큰 녀석이 있다. 양쥐돔(Acanthurus gahhm)이다.
독침을 쏘는 청자고둥이 돌아다니는 건 처음 본다. 맹독성이라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도 해삼에 붙은 기생새우를 보여준다.
스팩클핀 그루퍼, 큼직하지만 그루퍼 종류 중에는 작은 녀석이다.
자주 보이지만 이쁜 누디인 Ardeadoris egretta.
환해지니까 도망가기 바쁜 곰치... 엄청 길다.
말미잘을 달아서 기괴하게 변한 집을 지고 다니는 소라게
밤에는 갑각류들이 많다. 여기저기 전부 게들이다.
야간 다이빙을 끝내고 편안하게 저녁을 먹는다.
두마게티에서의 첫날, 전체적으로 4번의 다이빙 모두 만족스러웠다. 가이드가 잘 찾아주어 보기 힘든 녀석들도 다양하게 보았다. 리조트는 시스템 자체가 잘 되어 있고 가이드들로 매우 전문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