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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민 Feb 03. 2023

OTT 계정/구독 공유를 어떻게 볼 것인가

다중 구독의 확대 속, 성장성과 수익성의 딜레마 #신문과방송

※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의 2023년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 2월호 본문 바로가기

     

OTT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서비스를 동시에 구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개인이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이용하기 위해선 구독의 범위를 넓혀야 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중 구독(Multiple Subscription)의 확대 속에서 함께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OTT 계정/구독 공유다. 초기에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개인들 간의 공유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이용자 사이의 연결을 중개하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그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OTT 사업자들의 대응은 다소 미묘하다. 넷플릭스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계정 공유에 대해서 추가 과금을 하는 방식으로 이를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OTT들은 일부 사업자에 대한 법적 대응 시도 외에는 적극적인 개입은 시도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 글에선 이러한 OTT 계정/구독 공유 서비스의 현황과 이러한 서비스가 생겨난 배경,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과 전망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현황커뮤니티에서 C2C 플랫폼으로의 진화


초기의 OTT 계정/구독 공유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개별적인 이용자들의 상호 교류의 형태로 출발했다.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게시글을 통해 공유를 원하는 사람들을 찾고, 개별적인 대화를 통해 각자의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자가 크게 증가한 2019년, 이러한 계정 공유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면서, 이를 포함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전문화된 커뮤니티도 등장했다. 계정/구독 전문 커뮤니티로 알려진 ‘4FLIX’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개인들 간의 거래에는 몇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먹튀’, 즉 비용만 받고 계정 공유를 중단하는 사례다. 비용의 정산을 개인의 책임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익명의 타인을 직접 탐색하고 이들과 거래를 해야 하는 부담이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었다. 


계정/구독 공유 전문 중개 플랫폼들은 이러한 개별 거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을 서비스의 핵심 요소로 내세우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피클플러스, 링키드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용 대금에 대한 에스크로 구조, 즉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금액을 중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이용자를 자동 매칭하는 방식으로 기존 커뮤니티에서 직접 거래가 갖는 위험들을 완화할 수 있게 했다. 개별 이용자 간 거래의 위험 부담을 낮춰주는 C2C(Consumer to Consumer) 플랫폼을 통한 계정/구독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계정 공유의 문턱이 많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계정/구독 공유 플랫폼의 세부 이용자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강준석, 2022.11)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OTT 이용자의 85.3%가 가족이나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고 있었고, 이들 중 타인과 공유하는 경우가 5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계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C2C 기반의 계정/구독 공유 플랫폼 들은 이용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수익 모델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피클플러스는 투자를 유치하던 시점에서 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링키드는 2022년 9월에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TIPS)에 선정되었다.    


배경: OTT 다중 구독의 확대와 구독 피로


OTT 계정/구독은 넷플릭스의 서비스 초기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넷플릭스는 2017년,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이다(Love in sharing a password)”라는 문구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용자 저변의 확대를 위해 계정 공유를 어느 정도 묵인하고, 적절히 활용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4인의 동시 접속을 가능하게 하고, 접속자별로 프로필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은 넷플릭스가 서비스 초기에 확립한 OTT의 특징 중 하나였다. 기존의 유료 방송이 가구-가족 단위의 시청을 전제했다는 점에서, 이에 익숙했던 이용자들에게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전략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후 OTT 서비스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각의 서비스가 콘텐츠를 독점하는 ‘오리지널’ 중심의 전략이 확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OTT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다중 구독이 확대되었다. 서로 다른 OTT가 각자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유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선 다수의 OTT를 구독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강준석, 2022.11)에 따르면, 2021년 1분기를 기준으로 미국의 개인 및 가구는 평균 3.4개의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이용자 조사 결과 유료 OTT 이용자 전체가 평균 2.11개, 다중구독자는 평균 2.83개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대중구독 서비스 이용 동기 중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가 여러 서비스에 분산되어 있어서’가 6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 경쟁이 다중 구독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중 구독이 이용자에게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 비용을 높여주는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조사(KISDI, 2022.11)의 결과 중, 다중구독자의 41.8%가 콘텐츠 탐색의 인지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변했고, 46.1%가 지불 비용 수준이 높다고 답변했다. 특히 이러한 응답자 중 다수는 직접적 경제적 부담 보다 지불 비용 대비 콘텐츠 품질(33.3%)과 수량(35.6%)과 실제 OTT 이용 시간 수준(40.5%)에 비해 ‘비용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구독을 복수로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개별 OTT 구독의 효용이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앞의 조사에서 가족 이외의 제3자 계정 공유를 통해서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가족 이외의 제3자 계정의 공유를 통해서 유료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가족이란 단위로 구독료 부담을 줄이기 어려운 세대를 중심으로, 가족의 바깥에서 계정 공유의 대상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계정 공유는 애초에 OTT로의 미디어 서비스 전환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이용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OTT 경쟁 과정에서 복수 구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및 효용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C2C 플랫폼의 등장과 더불어 확대되고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쟁점 및 전망습관의 형성/조정기성장성 대 수익성이란 딜레마


계정/구독 공유는 OTT 시장의 성장 초기부터 서비스 이용의 문턱을 낮추는 전술로서 용인되었고, 이미 오랜 기간 이용자들의 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으로 촉발된 다중 구독의 확산 과정에서도, 계정/구독 공유는 다시 한번 이용자들의 부담을 낮추고,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주고 있다. OTT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로서 위치를 확보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OTT 중심의 미디어 이용 습관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으로서 이를 바라본다면, 분명 일종의 완충의 역할로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성장성’을 중심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던 시기에는 이러한 이용자 저변 확대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문제는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엔데믹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더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성장성에서 수익성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은 OTT 사업자들에게 쉽지 않은 시기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폭발적 성장을 보인 이후 둔화된 가입자 수 증가와 콘텐츠 경쟁 심화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OTT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새로운 평가의 기준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약관에서 계정/구독 공유의 범위가 가족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이를 ‘가구’의 범위로 보다 축소하며,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계정 공유에 대해서 추가 요금을 부과하려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미 남미 일부 지역에서 이러한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해당 정책을 미국을 시작으로 전세계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정책은, 계정 공유 관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수익화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다만, 아직 다른 OTT 사업자들에게선 이러한 방향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렵다. 여전히 이들에겐 시장을 확대하고, 다중 구독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가입자 기반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미래의 생존과 성장에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C2C 기반의 계정 공유 플랫폼이 투자를 받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대응이 나오지 않는 상황은 여전히 저변 확대를 통한 성장성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OTT 사업자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OTT 사업자들이 모든 계정 공유의 형태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8월에 페이센스라는 서비스에서 자사의 보유 계정을 쪼개서 일일 단위의 이용권으로 판매하려고 하자, 이에 대해 국내 OTT 사업자들은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했다가 이용권 판매행위 중단 이후 취하한 바 있다. 일반적인 계정 공유는 개인 간의 거래를 중개 한다는 점 외에도 ‘월정액’이라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것에 비해, 페이센스는 하루 단위의 이용을 가능하게 하여 한달 단위의 구독 모델 자체에 대한 침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사업자들의 강경 대응을 촉발한 중요한 원인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습관’과 인식에 달려 있다. OTT 서비스는 기존의 다년간의 약정에 기초한 유료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에 월단위 구독의 형태로 균열을 내는 한편, 다중 구독의 방식으로 영상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총 지불의 규모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습관과 인식의 변화는 단기간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일부 완충 장치-계정 공유에 대한 암묵적 용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넷플릭스가 보여준 것처럼, 시장과 서비스의 성숙에 따라 이러한 기조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계정/구독 공유에 대한 사업자들의 대응은 앞으로 OTT 시장의 성숙 정도를 보여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강준석(2022.11.15). 유료 OTT서비스 이용 행태 분석: 다중구독 및 계정 공유 행태를 중심으로, KISDI OTT Report 2022-01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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