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후감

나쓰메 소세끼, 마음

by 하늘소망

내가 수년 전에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읽어나가면서 '아, 내가 일전에 여기까지 읽었구나.'하고 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으며 내용을 파악하다 보면 한참 뒤에 다시 줄그은 부분을 또 만나게 된다. 결국 이 책을 내가 다 읽었음에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건 그때는 아마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는 어땠느냐면, 그때보다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요즘 나쓰메 소세끼의 <문>을 읽고 있는데 문 보다는 마음이 재미가 덜하긴 하다. 기본적으로 <마음>은 크게 재미를 지향한 소설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미스터리적 서스펜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음>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선생님과 유서.


1장 선생님과 나에서 화자는 선생님을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한다. 외국인과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모습에 청년(화자)은 그를 어느 정도 존경 내지 흠모한다. 독자 역시 화자(나)와 함께 그를 관찰하는데 이때 선생님이 조시가야 무덤에 매달 간다는 걸 알게 된다. 부부 사이도 나쁘진 않지만 꽤 기묘하다는 걸 눈치채게 된다. 이쯤 되면 독자-우리는 '아, 뭐가 있긴 있구나.'하고 그 무덤에 가는 사연과 이 부부에 대해 궁금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스터리적 후킹이 약한 것은-물론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2장의 사연이 꽤나 길기 때문이다. 즉, 2장 이야기를 읽는 동안 미스터리에 대해 나는 잊고 말았다. 어쩌면 소세끼가 그걸 바라고 3장에 떡밥을 회수할 시간을 버는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2장 부모님과 나에서 화자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찾은 고향에서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고 어머니나 형으로부터 선생님에 대한 평가를 듣게 된다. 일반인의 시점으로 보면 선생님은 그저 한량이거나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에 불과하다. 어머니의 청으로 화자는 선생님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게 되는데 나중에 선생님으로부터 꽤나 두꺼운 편지를 받게 된다. 아버지는 당장이라도 숨을 거둘 판국에 화자는 선생님에게 받은 편지가 유서라는 걸 알고 도쿄행 열차에 무턱대고 몸을 싣는다. 요때 독자-나는 꽤나 도파민이 터진다. 역시, 소설은 화자를 선택의 상황에 던져야 한다.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 중 뭘 선택할지 말이다.


이 편지가 자네 손에 닿을 무렵이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걸세.
진작 죽었겠지. 146쪽.

3장 선생님과 유서에서 화자는 선생님으로부터 길고 긴 편지를 받는데 화자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다. 그가 왜 조시가야 무덤에 매달 가는지 그리고 왜 선생님이 그토록 염세적이며 무기력한지에 대해 인간 일반의 우울함-그 우울함은 인간 일반의 정체성을 발견한 자들만이 가지는 것이긴 하지만, 아주 세세하게 서술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한 이들을 사실 유쾌할 수 없다. 가령 살을 빼거나 공부를 열심하는 이들의 원동력은 열등감일 것이다. 자신의 배가 튀어나와 추잡스럽게 보이고 공부를 못해 무능해 보이는 걸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 일반의 정체성이나 본모습은 기민하고 예민한 이들이 잘 발견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대체적으로 염세적이며 시니컬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그저 순수하다고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 일반의 본모습을 보는 것이 어찌 그런 특정인들에게만 해당될 일이겠는가.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은 자신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화가 나고 증오하게 된다. 다만 차이라면 그걸 애써 외면하는 것과 마주 보는 것일 뿐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추악하고 비겁한 모습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사실 <마음>을 읽으면서 마냥 재미있진 않았다. 물론 이런 소설은 나쓰메 소세끼가 후킹과 서스펜스를 가미했더라도 순도 100퍼센트의 재미로만 읽는 책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크게 재미가 없었음에도 쭉 읽어나간 독자의 기대를 작가는 마지막에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좋은 책이라고 본다. 더군다나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마음>은 엄청 재미있었다고 느껴진다. 뭐랄까, 소세끼를 내가 안다는 착각이 살짝 든다라고 할까.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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