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6.
그가 세상을 떠난 날 나는 모두를 죽이고 싶었다. 말 그대로 절멸시키고 싶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내 썩어빠진 고름 같은 인간들을 수저로 긁어 파내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힘도 능력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모두 다 했다. 모두가 자신의 최선을 다해 어둠에서 빛으로 투쟁했으나 결국 끝은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어쩌면 그 죽음은 그가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죽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종종 물었다.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삶은 어떤 기분이냐고. 그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삶. 그의 선택.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종종 오랫동안 생각해보곤 했다.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말이다. 언제까지 이 지옥 같은 전쟁이 어둠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신에게 묻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신은 존재하지 않았나 보다. 내 하찮은 뇌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세계의 규칙은 악인에게 무한한 권능을 주었고, 그들의 존속이 곧 그들 무리의 생존이 되는 규칙을 만들어 그를 따르는 선택지만 남도록 군중을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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