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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화 Jan 21. 2024

막내의 자취방을 알아보고 돌아온 날.

말로만 듣던 서울의 집값을 현장에서 똑똑히 목도하고 돌아온 날, 후유증이 크다.

샤워할 공간조차 마땅치 않은 조그만 원룸이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가 80만 원이라고 했다.

뭐, 비싼 건 그렇다 치고, 집안에 들어가는 순간

아... 여기서 살면, 우울증 걸리기 딱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방은 좁고, 창 밖은 답답하고 현관문을 열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맞은편 원룸 세입자랑 동시에

현관문을 열면 현관문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다 못해, 서로 한 장으로 겹쳐질 지경이다.

여차 저차 꽤 오래된 오피스텔 하나를 계약하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

이제사 실감이 난다.

우리 막내가 이제, 내 품을 떠나는구나.

이제 학교에 입학하면 부산에 내려와서, 정착할 일은 없겠지.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고 그곳에서 쭈욱 눌러앉겠지.


오늘은 하루종일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숙제 끝났다고 좋아할 땐 언제고...

글을 쓰고, 일에 몰두하고,  혹자가 들으면 말도 안 되는 꿈을 이뤄보겠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어쩌면 이제는 나의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새끼들에 대한 허전함을 잊어버리기 위한 내 나름의 처방전이 아닐까...


마음도 시린데 눈치 없는 날씨는 하루종일 흐리고 내릴 듯 말 듯 한 비는 나를 놀리는 것만 같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가끔은 참 살아있는 것이 무섭다.

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부담스럽다.

그냥 담담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심장이 아린다.

아무 일 없을 거란걸 알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잘 해낼 거라 믿으면서도 다가오는 시간들이 걱정스럽다.


시간아. 잠깐만 멈춰줄래.

너무 빨리 달리니까 멀미가 날 것 같아.

아니다. 너 먼저 가고 있어.

나 여기서 잠깐만 가라앉아 있을게...

금방 따라갈 거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고 있어...

나는 여기서 잠깐, 정신을 좀 가다듬고 호흡도 좀 가다듬고 다시 쫓아갈게...


말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알 수 없는 이 무거운 기분이 너무나 싫어서 희노애락을 느끼지 않는 고무인형이 되고 싶은 밤이다.


울까?

아니다.

됐다.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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