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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젤라또 Mar 20. 2022

혁명은 짜릿해!

고정관념을 깨버린 딴 생각

2020년 2월 3일 ESPN의 애드리안 워즈나로우스키 發 트레이드 논의 소식이 알려졌다. 내용은 간단하다 휴스턴 로케츠가 클린트 카펠라(C, 208cm)를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놨다는 내용이다.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이긴 하지만 20년이 넘는 스포츠 짬바로 내가 알게 된 것은 스포츠 기사에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트레이드 없다. 야구, 축구, 농구(축구는 제외하기로 하자. 오피셜이 날 때까지 솔직히 진이 다 빠진다) 같은 인기 스포츠에서 트레이드 전날에 쯤 되면 하나같이 팬들의 걱정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사가 뜨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고 후속기사가 뜬다. 사실 이제는 다 짜인 각본이란 걸 아는데, 옛날에는 순진하게 걱정하는 기사에 그 구단을 욕하는 댓글을 달고 '앞으로 어쩔 거냐는 둥...' 괜한 유망주 분석을 혼자 머릿속으로 다하고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던 시절이다.


 본의 아니게 서문이 좀 길어졌다. 어쨌든 NBA도 애드리안 형님이 기사를 썼다는 것은 이미 트레이드가 80% 이상 확정되었다는 말이다. (사족으로 요즘 애드리안 형님의 기사 독과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표인 미국에서 중국의 국영기업을 보는 듯하다.)  얼핏 생각하면 이 휴스턴이 팀 내 거의 유일한 센터인 카펠라를 왜 저렇게 팔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석이 많다. 당시까지 평균 13.9 득점, 13.8 리바운드, 1.8블록을 하고 있는 나름의 몫을 충분히 다하는 리그 몇 안 되는 톱클래스의 센터를 별다른 대안도 없이 처분하려는 이유를 말이다. 그러나 사실 올해 휴스턴 로케츠의 경기를 몇 경기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도 안 되는 트레이드를 눈치챘을 사람도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경기의 승부처에서 일부러 카펠라를 빼질 않나, 특별한 부상도 아닌 선수를 부상이 걱정된다고 고의로 쉬게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질 않나(물론 진짜 부상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인 것처럼 역시 마이크 댄토니는 필연적(?)으로 이때부터 카펠라와의 이별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든 형,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ㅜㅜ>

 

 이렇게 휴스턴의 영기 볼(휴스턴의 신장 2m 이하 라인업을 빗대는 국내 네티즌 사이의 신조어, 참고로 김영기 전 총재는 KBL 용병 선발 시 2m이하의 신장제한을 주장한 사람이다)은 탄생하게 된다. 사실 이 트레이드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작년 레너드라마의 나비효과로 팀에 합류하게 된 러셀 웨스트브룩(G, 191cm)의 공격력 극대화에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의 위대하신 혁명가 마이크 댄토니 선생은 웨스트브룩의 3점 라인에서 벽돌 생산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하셨는지 스페이싱의 극대화를 통한 웨스트브룩의 장점인 페네트레이션을 살리기 위해 과감히 트래픽 잼의 원인으로 지목받던 센터 카펠라를 처분하셨다. 대신에 리그 훌륭한 3&D 자원인 로버트 코빙턴을 트레이드로 합류시켜서 TJ 터커(C-F, 198cm)-로버트 코빙턴(F, 203cm)- 대니얼 하우스 주니어(F, 198cm)-제임스 하든(G, 196cm)- 러셀 웨스트브룩(G, 191cm)의 주전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또한 후속으로 TJ 터커의 수비 부담으로 인한 퍼짐까지 고려해서 제프 그린(F, 203cm)과 재 크라우더(F, 200cm)라는 예비 센터(?) 자원들도 영입했다. 그리고 아직까지의 결과는 훌륭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어제 경기까지(물론 휴스턴 현지에 비가 왔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휴스턴은 4연승을 질주하며 38승 20패(서부콘퍼런스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으로 진입한 이후 9승 2패를 기록했고, 공격과 수비 양쪽 지표에서 모두 카펠라가 있던 기간보다 우수한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나 지금 지쳤냐?>

 

 (혹시 농구의 전술적인 부분이나 통계적이 부분이 궁금하면 네이버 스포츠 칼럼에서 손대범 편집장이나 염용근 기자님 같이 훌륭하신 분들이 쓰신 기사나 칼럼을 보시거나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적절히 들으신다면 훨씬 더 이해가 빠르실 것이다. 어차피 아마추어인 나는 그분들이 하신 이야기를 귓동냥으로 듣고 전달하는 입장 밖에는 안된다.)


https://m.sports.naver.com/column/columnList.nhn?expertId=616&viewType=all

https://m.sports.naver.com/column/columnList.nhn?expertId=724&viewType=all


사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말이 있다. 중학교 2학년 사회시간이었는데 당시에는 세계사와 한국사를 같이 배우던 시기로 영국의 청교도 혁명, 프랑스 시민 혁명, 우리나라의 민주화 혁명 등 혁명에 대해 배우던 중 당시 사회 선생님께서 아주 단호한 어조 갑자기 이야기하셨다.

 

"여러분 세상에 성공한 혁명은 하나도 없습니다."


갑자기 뭔 소리인가 띵 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마이크 댄토니를 말릴걸 그랬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모든 혁명을 거론하면서 이 혁명은 이래서 실패했고 저 혁명은 저래서 실패했고, 결국 실패의 이유는 다양했으나 어차피 결과는 모두 실패했으니 사실 이유는 그리 중요치는 않았다. 그래도 굳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말한 혁명의 실패 이유는 혁명 세력이 와해, 진압 등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는 논리였던 것 같다. 물론 선생님도 그분의 가치관이 계셨겠지만 사실 그 모든 혁명들이 그분의 논리대로 실패를 해야 할 운명이었다면, '후대에 우리들이 시간을 들여가며 배울 이유가 있었을까?', '의미 없는 하나의 실패에 지나지 않는 행동을 왜 기억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댄토니의 센터 없는 농구라는 혁명이 아직까지는 역사책에 기록될 만큼 엄청난 혁명도 아니고 기껏해야 농구 마니아들 사이에서 혁명적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한 낱 실험에 불과하다. 또한 실제로 이것이 혁명이라고 손 친들 선생님의 선견지명(?)이 맞다면 그마저도 결국 결과는 정해져 있다. 실제로도 이미 콘퍼런스 파이널 골스에게 무릎을 꿇었던 지난 2년의 기억을 돌이켜 본다면, 지금의 혁명 아무리 위대하고 나발이고 결국 우승으로 귀결되지 못한다면 다른 모든 결과는 실패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설사 이 혁명이 실패하더라도 기억하고 싶다. 왜냐면 짜릿하기 때문이다.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론 한다지만, 결국 신장의 스포츠라는 것은 반박하기 힘들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했고, 21세기 최고의 라인업이었고 평가받는 햄튼 5 마저도(골든 스테이츠 워리어스의 스몰라인업의 별칭) 프로필 신장 208cm(실제로는 211cm이라는 정설이지만)의 사기 캐릭터인 케빈 듀란트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우리는 늘 핑계를 찾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댄토니는 듀란트의 키가 211cm이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몰라인업이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본 것이다. 그럴듯한 구색만을 갖춘 라인업으로 틀에 밖힌 고정관념 속에서 싸우기보다는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결국 이긴다면 그게 키가 크든 작든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듯 혁명은 그 결과를 예측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될만한 싸움이라고 판단하면, 목적은 단순하고 직설적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늘 짜릿하다. 우리 마음속에 다윗과 골리앗의 잠재의식이 깨어나면서 약자가 성공에 희망을 베팅하고 싶은 본능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댄토니의 도전이 설사 실패로 끝날지라도 또 다른 영감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면, 그 때는 오늘의 이러한 혁명을 한 댄토니를 누군가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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