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쓴 '무라카미 류'가 쓴 책의 제목이다. 몇 년 전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제목만으로는 상당히 선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어가면서 절대 그렇지 않았다.
'무라카미 류'는 일본의 불안과 절망을 극복한 사람만이 진정한 연애라든가 참 예술을 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스템에 의존하려는 낡은 일본식 상식과 어디를 가도 존재하는 일본식 공동체 문화가 하루빨리 붕괴하기를 바라고 있다. 작가가 보는 일본 내의 문제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라카미 류'는 여자들에게 연애를 최우선으로 삼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충실한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당당한 여자가 빛이 나며 일을 해서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는 여성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자들에게는 소모품임을 자각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암컷으로부터 자유로 진다고. 남자는 일회용 라이터와 같아서 성능이 나쁘고 가스가 떨어지면 내던져지더라도 불평조차 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해 준다. 이젠 세상이 변했으며 부권도 쇠퇴했으니 원조교제나 하며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원조교제라는 명칭 또한 공동체 사회가 만들어낸 일본만의 독특한 브랜드라고.
<<자살 보다 섹스>> p221에 쓰여있는 글은 이렇다. /.......... 사람은 누구나 죽고 싶을 만큼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러한 본질적인 외로움을 사실 가라오케나 TV게임이나 전화방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이렇게 밖에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TV를 보다가 놀랄 때가 있다. 자신의 이별 이야기를 개그맨에게 털어놓아 흥밋거리를 만든다거나, 불륜의 체험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거나, 자신은 어떤 종류의 성 상업에 어울리는지 상담한다거나, 하는 그런 여자들이 TV 속에 속속 등장한다. 그녀들도 외롭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웃음거리가 돼도 좋으니까 자신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 바보가 되어도 좋으니까 TV에 출연하여 뭔가를 이야기하거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들을 바보라고 단정 짓고 무시해버리면 간단하지만 그녀들은 여름축제의 카레라이스에 독극물을 넣는 사회에서 자라나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과 마주하는 건 괴롭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전화방에서 전혀 모르는 남자와 만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러브호텔에서 섹스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탈랜트가 될 만큼 예쁘지도 않고 특별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만큼 기술과 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자력도, 인맥도 없는, 극히 평법한 여자들은 어떻게 본질적인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외로움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시스템도 없다. 몸을 파는 여고생이 있고, 열서너 살짜리 여중생을 돈으로 사는 남자 어른이 있고, 선생님을 칼로 찌르는 중학생이 있고, 노숙자를 습격하는 소년 그룸이 있고, 초등학교에서 기르는 토끼가 살해되고, 전화방에서 불륜 상대를 죽이는 주부가 있고, 수십만에 달하는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사는 많은 남자들과 과식증과 거식증에 걸린 여자가 있고, 학대받는 유아나 소년소녀, 그리고 여자들이 있다./....
자살보다 섹스를 나누면 그렇게라도 현실을 부정하면 권태로운 평화 속에서 자살인구를 그나마 감소시킬 수 있다는 대안인가. 굳이 힘들여할 일이 없어진 세대를 오지게 꼬집는 오늘의 세상을 대변한 작품이다. 이런 솔직한 이야기가 바로 우리 아이들.. 아니 세계적인 문제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