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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28. 2017

[인터뷰] '신과함께' 돌풍 주역

김용화 "기대 높지만 잘해야 본전"



연말 극장가는 사후세계로 떠나는 판타지 여행 열풍이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신과함께-죄와 벌'이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세라면 2018년 첫 '천만 영화' 등극까지 탄탄대로다.


'신과함께-죄와 벌'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과 아메리카 필름 마켓에서 총 103개국의 나라에 선 판매를 기록, 이 중 10개국이 동시기 개봉을 확정 지었다. 국내에 이어 세계 관객들의 심장도 두드릴 수 있을까? 영화를 만든 김용화(46) 감독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원작 팬들도 많은 작품이고, 캐스팅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기대치가 높으면 좋을 게 없다. 관심은 높고 기대는 낮아야 한다. 반응이 많이 괜찮은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원래 원작을 재밌게 봤다. 하지만 그건 웹툰으로서의 재미다. 영화로 옮겼을 때는 다르다. 만화가 소설보다 영화화하기 힘들다. 모험하는 인생을 좋아한다. 잘해봐야 본전이지만, 원작이 마음을 움직였던 작품이어서 큰 용기를 냈다."


원작인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는 인터넷에서 연재될 당시 크게 히트를 하며 수많은 팬을 양산했다. 인기작을 다루면 관심을 사기 쉬운 만큼 비판을 받을 위험도 커진다. '신과함께-죄와 벌'은 원작의 최고 인기 캐릭터 진기한 변호사를 생략해 우려를 낳았다.


"저승차사는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변호사는 저승차사의 역할을 못 한다. 관용적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다. 만화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다. 보다가 궁금해지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두시간 안에 감정적인 무언가를 줘야 한다."       


      



영화 속 주인공 김자홍은 '귀인'답게 일생을 타인을 위해 살았다. 직업은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었으며 매일 가족을 위해 몸을 혹사했다. 죽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그런 탓에 저승에서의 재판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김용화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는 '착하게 살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 김자홍 같은 귀인조차도 죄를 짓는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돌아보면, 진심으로 용서에 대한 용기를 낼 수 있느냐가 더 큰 미덕이다. 극장 나올 때 형이나 어머니에게 전화 한 통 한다면 이 영화의 미덕은 다 취했다고 본다. 1부의 여러 함의 중 하나는 그렇지 않을까."


'신과함께-죄와 벌'에는 김 감독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는 부모님께 잘하지 못 했던 것에 대해 후회되는 게 많다며 입을 열었다.


"디테일까지 다 말씀드리긴 송구스럽다. 어머니가 병중에도 내가 등교할 때 되면 누룽지를 물에 말아 김치를 찢어서 얹어 주셨다. 그러다 곧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셨다. 김자홍의 트라우마도 많이 있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그대로 쓰진 않았다. 충분히 은유했다. 어머니가 말을 못 하는 것도 은유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그렇다. 이런 것들이 내 속에 없었다면 '신과함께-죄와 벌'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몰았다.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차태현, 하정우, 김향기는 물론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 김해숙, 이경영, 오달수, 유준상, 마동석 등 하나같이 한국 대표 배우들만 모였다. 배신지옥의 송제대왕 김하늘과 거짓지옥의 태산대왕 김수안도 잠깐 등장하지만 독특한 매력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 번에 모으기 힘든 배우들이다. 쉽지 않았을 텐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김하늘씨의 비하인드는 '배신당한 여자'다. 정절을 지키다 끝내 배신당한, 그러나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지옥 자체가 아름답게 보이길 바랐다. 거짓지옥은 오랜 영사기 느낌으로 만들었다. 거짓말을 제일 잘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은 순수한 어린아이인 것 같아 (김)수안양이 추천됐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CG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원귀와의 추격전은 서울 도심을 아우르며 화려한 액션을 선보여 할리우드 영화에 견줄 만하다는 평을 얻었다.


"레퍼런스는 게임 '소닉'에서 땄다. 공간을 압축해서 움직이는 차사들의 느낌을 원했다. 물성을 가지고, 물건들을 타고 넘어가는 추격전을 속도감 있게 해보자 싶었다.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장면이다. 사실 나는 다 부끄럽다. 이 정도 예산으로 이런 영화 두 편을 완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감정적인 부분들은 다 만족한다."      


       



'국가대표'에서 김 감독과 호흡을 맞춘 김동욱이 이번 영화에서는 김자홍의 동생 김수홍으로 나온다. 그는 예상치 못한 호연으로 단숨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동욱의 이름이 나오자 김용화 감독은 기분 좋은 미소를 그렸다.


"연기 너무 잘하지 않나? 사람으로서도 연기자로서도 훌륭한 친구다. 네 번 정도 찍었는데, 제일 센 게 좋을 것 같아서 감정적으로 많이 올라온 걸 썼다. 원래 그 역에 다른 분들도 거론이 됐는데 이래저래 안 맞더라. '국가대표' 때 동욱이랑 함께하면서 행복했던 게 생각나 캐스팅했다. 연기 하나는 끝내주니까."


'신과함께-죄와 벌'은 2018년 2부 개봉을 예고한 바 있다. 1부에서 풀리지 않은 여러 '떡밥'이 2부에서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 모인다. 2부에서는 특히 원작에서 다뤄지지 않은 저승차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1부와 2부를 함께 만드는 것은 한국 영화사에 드문 일이다.


"나는 이제 안 할 거다. 1부의 어떤 장면과 2부의 어떤 장면을 같이 찍어야 하니까, 배우한테도 혹독하고 감독에게도 연출적으로 어려운 시도다. 1부에서도 2부에 대한 무언가를 줘야겠더라. 그러면서도 본류에 어긋나면 안 된다. 이번 작품이 2부를 개봉할 수 있는 스코어를 기록했으면 좋겠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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