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예진,
봄볕처럼 포근하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근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네 가슴엔 사랑이 가득 들어찬다. 배우 손예진(36)은 이 봄에 꼭 어울리는 ‘사랑’의 아이콘이다. 아직도 많은 팬들은 ‘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속에서 두 눈 가득 감정을 담아냈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로 다시 로맨스 무드를 입은 손예진의 감수성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하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마주했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대면한 그녀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렘이 가득했다. “직접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더라고요”라는 조심스런 말이 그 설렘을 정확히 대변했다.
“이런 느낌의 영화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웃음) 아직도 많은 분들이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그만큼 뇌리에 가득 남았다는 의미겠죠. 그런데 그건 20대 때 모습이고, 30대 손예진의 사랑 얘기는 어떻게 봐주실지 참 걱정이 많이 됐어요. 고심을 참 많이 했죠. 물론 앞선 작품들은 제게 무척 소중하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해요.”
최근 충무로는 아직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이 대세다. 그만큼 소소한 사랑을 그린 작품들은 외면을 받아왔다. 손예진조차 로맨스영화를 만난 건 지난 2011년 ‘오싹한 연애’ 이후로 7년 만이다. 그래서 이번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실 그 동안 멜로 시나리오가 제게 꽤 들어왔었어요. 그런데 기획이 무산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제 마음에 쏙 들어오는 게 없었어요. 팬 분들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두려웠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그런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시나리오가 참 재밌었어요.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죠. 시나리오를 다 읽었을 때도 설렜는데, 지금 관객분들에게 선보이는 이 순간이 더 벅차요.(웃음)”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두고 “첫사랑이 생각나는 영화”라고 말했다. 더불어 잠깐 추억에 잠길 시간도 없이 현실에 치여 사는 요즘 관객들에게 잠시 힐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신나게 자랑하는 그의 모습에서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우진(소지섭)이와 수아(손예진)가 손을 잡는 신이에요. 그 망설임과 설렘은 첫사랑을 할 때 누구나 경험하는 감정이잖아요. 대본에선 담백하게 적혀있어서 몰랐는데, 찍고 나서 모니터를 하는데 참 예쁘더라고요.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이 다 추억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어요.(웃음) 관객들도 그 장면에서 오랜만에 추억을 소환해 보시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봄바람을 타고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건, 손예진-소지섭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큰 이유다. 두 배우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예진의 데뷔작이기도 한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남매로 호흡을 나눴고, 17년이란 시간이 흘러 부부로 등장한다. 참 묘한 인연이다.
“오랜만에 함께 촬영을 하는 거라 참 반가웠죠. 그리고 워낙 잘하고 열심히 하는 오빠라서 참 좋았어요.(웃음) 영화 속 우진이는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잖아요. (소)지섭 오빠가 마초적인 이미지라 많이들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오빠는 든든한 외형 이면에 투박함이 숨어 있는 사람이에요. 우진이와 닮았죠. 그래서 영화에서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상대 배우의 자연스러움은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영화 팬들에게 손예진은 ‘믿고 보는 배우’로 정평이 나있다. 탄탄한 연기력은 기본이고 시나리오 안목도 탁월해, 그녀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표값을 아끼지 않는다. 충무로 ‘여배우 기근’ 속에서 유독 반짝이는 아우라를 뽐내는 게 바로 손예진이다. 하지만 모두의 신뢰가 높아지는 만큼 부담도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매 작품 흥행 스코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남성영화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여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안 그래도 설 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타격이 더 크니까요.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흥행에 대한 걱정이 덜 들었어요. 멜로영화가 얼마나 재밌는 장르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거든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많은 분들이 멜로를 기다리셨나 봐요.(웃음)”
언뜻 손예진은 쉬지 않고 달리는 급행열차 같다. 실제로 2001년 데뷔한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팬들에게는 기쁜 일이지만, 배우 스스로 지치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그녀가 가진 ‘배우’ 타이틀의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도 계속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물론 가끔 위기가 오지요. ‘더 이상 연기가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과 ‘아무도 나를 안 불러주면 어떡하지?’라는 두 가지 걱정이 공존해요. 그런데 아직은 제 안에 더 보여드릴게 많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욕심을 갖고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시도 쉬질 못해요. 계속 카메라 앞에 서고 싶거든요.”
물론, 손예진이라고 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쉴 땐 여행가서 맛있는 거 먹는 게 최고죠”라며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녀에게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어느 순간, 먹는 게 참 즐겁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20대 땐 안 그랬거든요.(웃음) 왜 맛있는 건 다 살 찌는 음식이죠? 물론 일이 좀 없을 때만 많이 먹고요. 촬영을 앞두고는 조금 굶기도 해요. 먹는 행복을 알아버려서 다이어트하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사진 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