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서연 "'독전' 운명 같은 영화...
관객 환호에 울컥 " ①
또 한 명의 매력적인 여배우가 등장했다. “마약 한 거 아냐?” 관객들의 의심을 살 만큼 광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건 물론, 허를 찌르는 유머를 툭 던지면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배우 진서연(35)은 지난 22일 개봉한 ‘독전’에서 마약상 하림(김주혁)의 파트너 보령 역을 맡아 스크린을 압도했다. 그 덕인지 일찌감치 올 영화 시상식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다.
갑작스런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늦봄의 어느 날, 스크린에서 빠져나온 진서연을 마주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그는 영화 속 인상과는 정반대의 순수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그녀가 ‘독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대중들에게서 이어지고 있는 호평은 그 노력의 보상인지도 모른다.
“처음 ‘독전’ 대본을 보고, 오디션을 마칠 때까지 제가 보령 역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해영 감독님이 ‘신인발굴의 귀재’시잖아요.(웃음) 함께 하자고 연락이 왔을 때 참 기뻤죠. 지금 제 연기가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게 다 감독님 공인 것 같아요. 최근에 함께 무대인사를 다녔는데, 관객 분들이 저를 향해 환호해 주시더라고요. 처음 느껴보는 환대에 참 울컥했습니다.”
진서연이 이해영 감독과 처음 마주한 자리는 오디션 현장이었다. 대본을 읽자마자 ‘운명’을 직감했던 진서연은 절실함과 당돌함으로 당당히 배역을 쟁취해냈다.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감독님께서 한 1년 정도 오디션을 봐도 도무지 배역을 찾을 수 없어서 대본 수정까지 고려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대본이 바뀌기 딱 직전에 제가 오디션을 봤어요.(웃음) ‘꼭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메이크업, 분장, 행동, 말투를 제가 생각하는 보령처럼 꾸몄죠. 또 뜬금없이 대본에도 없는 요가도 보여드렸어요. 굉장히 당황하시더라고요. 아마 그 뜬금없는 모습이 보령이처럼 보이셨나 봐요. 오디션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전화가 와서 캐스팅이 됐죠.”
이렇게 열정적으로 준비를 하고 캐스팅이 됐지만, 걱정이 안 든 건 아니었다. 여배우가 선뜻 하기 힘든 노출, 욕설, 폭력, 마약 등등 모든 요소가 총집합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막상 하기로 했을 때 걱정은 없었나?”라며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돌아온 대답은 꽤나 쿨했다.
“걱정 했죠.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이걸 다 찍고서 ‘비호감’으로 찍히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고, 또 하나는 나 때문에 영화를 망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죠. 저를 완전히 보령이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튜브로 실제 마약하신 분들의 모습을 연구하고, 현장에선 모든 걸 내려놓고 달렸죠.(웃음) 사실 저는 조금 차분한 성격이에요. 보령과는 반대죠. 그 특유의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게 조금은 쉽지 않았어요. 계속 스스로를 업 시키려고 하드록이나 하우스음악만 듣고 있었어요. 하하. 계속 듣다보니 정말 마약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진서연은 자신이 현장에서 맘껏 미칠(?) 수 있었던 공을 주위 선배 배우들에게 돌렸다. 경력이 길지 않은 배우이기에 주눅들만 했지만, 곁에서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는 선배들 덕에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즐거웠다고도 전했다.
“영화 속에서 보령은 하림과 상하관계가 아니에요. 거의 동등한 파트너 관계죠. 그래서 저도 김주혁 선배 그런 파트너십을 가져야만 했어요. 사실 그게 쉽지 않잖아요. 선배님은 워낙 큰 배우시니까요. 그리고 제딴엔 듣도 보도 못한 신인이 오버하면 혼날 것 같았어요.(웃음) 그런데 오히려 김주혁 선배님, 조진웅 선배님이 제 곁에 오셔서 ‘마음껏 미쳐봐’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뭘 해도 다 받아주시고요. 자연스레 선배님들과 파트너십이 생겼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사진 허승범(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