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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25. 2018

[인터뷰] 싱글남 바이올리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의

‘겨울이야기’

다음달 20일 롯데콘서트홀 '스타더스트' 무대...'디토' 지용·대니구와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33)의 2018년 겨울이 뜨겁다. 지난 21일 KBS교향악단과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2번 협연을 성료한데 이어 다음달 20일 롯데콘서트홀 ‘스타더스트’ 시리즈5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레오폴트 모차르트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듀엣’, 피아니스트 지용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26번을 협연한다. 코 끝 싸한 초겨울 아침, 숨 가쁜 일정을 앞에 둔 그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났다.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 성숙한 음악적 이해, 차분한 음색과 깨끗한 아티큘레이션...그에 대한 국내외 평단의 평가다. 무엇보다 대중이 사랑하는 지점은 연주 때마다 접하게 되는 순수함과 단순명쾌함이다.


12월 공연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0년간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클래식 앙상블 디토를 통해 만난 동료들과의 앙상블 무대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역시 모차르트 부자의 곡으로 꾸몄다. 


”두 작품이 맛깔난 점에선 비슷하지만 아들인 볼프강 아마데우스가 상상력과 캐릭터에 있어 더 확실해요. 좀 더 창의적이라 할까. 감정의 범위가 넓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에 주고받는 게 풍부하고 흥미로워요. 복잡성과 영감이 한 단계 더 높은 느낌이죠.“


지용은 10년 전 디토로 처음 만나서 숱한 연주를 함께 해왔다. 대니구는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같은 교수를 사사한 인연이 있다. 두 연주자는 27세 동갑내기로 재키브보다 6살 어리다.         


   



”지용은 본능적이고 즉흥적인 데다 감성이 풍부해서 같이 연주할 때 항상 재미있어요. 미리 계획하고 연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더욱 그래요. 대니와는 조금 더 나중에 만났는데 같은 대학,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서인지 비슷한 음악 스티일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죠. 카리스마 넘치는 친구이고 성격이나 연주 스타일이 행복, 기쁨으로 가득해요. 음악을 통해 청중과 나누는 스타일이에요. 정식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고요.“


뉴욕에 거주하는 재키브와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대니구는 지난주 모교가 있는 보스턴을 방문할 일이 생겨서 대화를 나누고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은사 앞에서 연주까지 하면서 노스탤지어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공연에서 대니구와는 프로코피예프의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도 협연한다.


”그런 편성으로는 최고의 곡이에요. 컬러풀하고 복잡하죠. 대니가 이 곡을 생소하게 여겨서 처음엔 거칠게 나왔는데 음악을 점차 이해하며 완성돼 갔어요. 나중에 우리 둘이 함께한 영상을 본다면 아주 먼 곳까지 갔다온 타임랩스 같은 느낌이 들 거 같아요. 어떤 연주자들은 음악의 작은 디테일에 집중하는데 저희는 전반적인 음악 캐릭터를 잡는 거에 치중해요. 다른 면이 있다면 대니는 6년 전 저처럼 감정적이면서 열정적인 면을 추구한다는 점이죠. 그를 보면 예전 나의 연주 스타일이 생각나요.“


재키브는 20대 전반기엔 음악적 완성도와 아름다움에 집착했다. 와인스타인 교수를 만난 뒤 ”아름다움은 표현의 적“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였다. 내가 얼마나 잘 연주하나, 어떻게 드라마틱한 감정을 보여줄까란 허영심에서 벗어나 표현과 전달에 치중하게 됐다.            





해외에 체류하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바쁜 와중에 국내에서 디토 활동을 10년이나 진행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는 4가지 이유를 꼽았다.


빼어난 실내악 레퍼토리가 너무 많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사적인 감정과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하는 편성이 실내악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주자들 서너명이 무대 위에서 친밀하게 연주하는 게 좋았다. 프리랜스 직업인으로서 무려 10년간 같은 사람들과 작업하며 음악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해온 시간 그리고 같이 긴장하고 희열을 느끼며 그들과 맺은 끈끈한 관계가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앙상블 디토를 시작하면서 12세 이후 단절되다시피 한 한국과의 인연을 다시 맺게 된 점을 강조했다.


”한국관객의 사랑과 열정, 지지는 최고인 듯해요. 매년 여름 ‘디토 페스티벌’에 올 때마다 객석의 익숙한 모습 보는 게 좋았어요. 초창기 관객이 결혼해서 출산하고 찾아오기도 하세요. 전 아직 싱글인데(웃음) 디토 활동이 제겐 ‘표시 마킹’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내 인생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의 외할아버지는 한국문단의 거목인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다. 4세부터 12세까지는 독일계 미국 물리학자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조선호텔에 머무르면서 매일 출퇴근하듯 구반포의 외할아버지 댁에서 여름날의 시간을 숙성시켰다.        


    



”외할아버지는 모든 예술을 사랑하셨어요. 클래식 음악, 공연 영상, 오페라를 들려주시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아일랜드 작가의 책도 읽어주셨죠. 인상주의 그림도 보여주셨고요. 어린이에게 굉장히 독특한 교육을 해주셨던 거 같아요. 외할아버지로 모든 음악에 눈을 떴고, 예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됐어요. 2007년 5월 돌아가셨는데 성인이 된 제가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의 성장한 모습을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란 아쉬움이 들어요.“


스테판 피 재키브는 뉴욕의 싱글남으로 지내고 있다. 그의 소울메이트는 오랜 연인인 캐나다 출신 한국인 클라리넷 연주자와 반려견이다. 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언젠가는 할 거는 같긴 한데 결혼을 꼭 해야 한단 필요성은 못 느껴요. 결혼이란 게 꼭 성취해야 할 뭔가는 아닌 거 같고요. 나의 특별한 반쪽을 찾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살면서 보상받는 느낌이 드는 게 행복하고요. 이른 나이에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 삶에서 할 일 하나 했다’란 식으로 체크하고 싶진 않거든요. 결혼하면 안정성이 생기긴 하겠지만 누군가와 같이 살면 책임감이 중요하겠죠. 팀으로서 사는 거니까.“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드리운 디토 활동 그리고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다시 한국문화로 돌아오게 된 것 같다고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는 활짝 미소 지었다.



사진=크레디아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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