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이상한 영화'라서 더 사실적이지 않나"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년사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 됐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내놓는 작품마다 전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거장 반열에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봉준호 장르’를 명확히 했으며 칸영화제는 물론 전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 5월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무서운 속도로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봉준호 감독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영화를 탄생시켰다.
# ‘기생충’ 국내 반응
“영화 개봉 후 예매율이 높아 사람들이 기대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인터넷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직접 온라인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영화를 보시고 울었다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시사회 다음날 장문의 문자를 보내신 분들도 있었어요. 멘탈 수습이 안 된다고.(웃음) 나중에 ‘스포일러 자제’도 풀리면 관객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韓인기 폭발?
“밖을 다니면서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아볼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요. 제가 변장을 잘 하거든요. 지하철도 잘 타고. 말씀드릴 수 없는 저만의 변장 비법이 있답니다. 제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연예인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장치 하나로 자갈밭에 자갈처럼 파묻힐 수 있죠.(웃음) 오랜 시간 카페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해도 다들 못 알아보던데요?”
# ‘기생충’은 이상한 영화?
“솔직히 칸영화제에서 ‘이상한 영화’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도 시상식이 끝나고 뒷풀이에서 저한테 영화가 이상하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더라고요. 영화의 메시지는 선명할 수 있어요. 다만 장르적인 느낌과 감정들이 뒤엉키는 장면이 많죠. 어떤 장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 영화여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나.”
# 전원백수 기택네 반지하-박사장네 저택, 세트 촬영이 대부분?
“저랑 홍경표 촬영감독의 로케이션 분풀이랄까. ‘마더’에서는 광란의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죠. 당시 김지운 감독님이 로케이션표를 보고 전국에 있는 농협을 다 표시한거냐고 놀라기도 했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실내 촬영이 90%였어요. 세트 촬영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이번에 폭발해버린거죠.”
# 비가 쏟아지는 그날의 촬영
“예고편에서 기택네 가족들이 비를 맞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이 나와요. 이 ‘로드무비’ 구간은 러닝타임 대비 공을 많이 들였어요. 창신동, 북아연동, 성북동, 후암동 등을 오가며 찍었죠. 가만히 보시면 기택네 가족들도 하강하고 물도 하강해요. 마치 부자동네에서 가난한 동네로 가는 것처럼요.”
# 박사장네 과외 선생 면접을 보는 기우
“제가 대학교 때 기우처럼 과외 선생을 한 적이 있어요. 일주일에 2번해서 20만원을 받았죠. 그 당시 제가 가르쳤던 학생이 박사장네 가족 자녀 같았어요. 집도 마찬가지였죠. 진짜 집 대문이 자동문처럼 철컹 열리고 동네 역시 조용하고 한적했죠. 저 과외 선생 일을 두 달 만에 짤렸어요.(웃음) 그때의 저를 타자화 시켜서 영화 속에 담았죠.”
에디터 박경희 gerrard@slis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