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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20. 2016

[인터뷰] 손난로 같은 남자 김우빈 '마스터' Q&A

많은 작품 속에서 까칠한 성격과 반대로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배우 김우빈(27)은 매너와 우아함으로 무장한 포근한 손난로 같은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김우빈입니다” 바람직한 첫 인사 후,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그와 눈을 맞췄다. 김우빈의 머리에는 온통 ‘마스터’(감독 조의석)와 관객들 뿐 이었다.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눈빛은 진실함이 뚝뚝 묻어났다.


‘마스터’에서 김우빈은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 회장의 오른팔로 수억 원대의 사기를 조 단위로 불리는 핵심 캐릭터 박장군 역을 맡았다. 서사가 진행되면서 진 회장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 김재명(강동원)의 치열한 맞대결 가운데, 생존을 위해 위태한 줄타기를 시도하며 영화의 재미를 주도한다.    

          

Q. 벌써부터 흥행 예감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요. 스크린을 통해 직접 ‘마스터’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


A. 굉장히 떨리는 마음으로 봤어요. 주위 반응에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평가 받는 느낌이랄까. 사실 제가 참여한 영화라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꽤 어렵더라고요.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냉정할 수 있는데, 막상 제가 연기를 하고 또 그 모습을 화면으로 보니까 객관적일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경쾌하고 재밌었어요. 물론 제가 나올 때마다 도망가고 싶기도 했고요.(웃음) 아쉬움도 남아요. 



Q.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스스로 연기를 볼 때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는 의미인가요?


A. 그렇죠. 아직도 당연히 제 연기를 보면 창피해요. 전에 ‘기술자들’ 촬영할 때 김영철 선배님께 여쭤봤는데, 선배님도 스스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또 이번에 이병헌 선배도 마찬가지고요. 두 분 다 대단한 배우시지만 아직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직 배워나가는 단계인 제 입장에서는 ‘잘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Q. 영화 속에서 춤추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능청스런 극 중 분위기에 맞는 것 같은데, 촬영할 때는 좀 민망했을 것도 같네요.


A. 사실 제 성격상 즉흥적으로 막춤을 추는 성격이 아니에요.(웃음) 근데 촬영 스케줄을 보니까 초반에 춤추는 신이 있었어요. 아직 스태프들이랑 친해지기도 전이라서, 도저히 리허설을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혼자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어요. 콘셉트는 비욘세였습니다.(웃음) 촬영할 때 너무 민망해서 스태프들에게 “저 쳐다보지 마세요”라고 하기도 했어요. 



Q. 캐스팅되기 전에 이미 이병헌, 강동원이 합류해 있는 상태였는데, 이 라인업을 보고 사실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A. 심지어 제 분량이 제일 많아요. 엄청 부담됐죠. 심지어 제가 합류하고서 오달수 선배와 진경 선배의 합류 소식을 듣고서 더 불안했어요.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죠. 튀지 않고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살아있는 장군이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얘는 도대체 누구 편이야?”라는 궁금증이 관객 분들께 가닿는 게 중요했죠. 다행히 제가 부담 가졌던 것보다 많이 도와주시고 조언도 해주셔서 편했어요.              

Q. 20대 김우빈이 30대 강동원과 40대 이병헌 사이에서 느끼는 세대 차이나 어려움도 물론 있었을 것 같아요.


A. 후배는 선배라는 존재가 당연히 어려워요. 사실 어려운 게 맞다고도 생각을 해요. 그런데 연기를 하려면 어려운 것보단 마음이 편해야하는데, 그런 점에서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잡아주셨어요. (강)동원이 형은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우리 계속 볼텐데 친해지자”라고 해주셔서 ‘형’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됐고요.(웃음) 이병헌 선배님은 아직 감히 형이라고는 하지 못하고요. 대신 계속 농담을 던져주세요. 동원이 형은 아재개그라고 하던데, 제가 볼땐 미국식 유머인 것 같아요. 그게 정확하게 뭔진 모르겠지만...(웃음) 



Q. ‘기술자들’ ‘스물’에서 능청스런 연기를 너무 잘 소화해서 평소 성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아요.(웃음) 평소에도 그렇게 유머러스한가요?


A. 평소 말투는 좀 조용한 편이에요. 물론 친구들을 만나면 조금 밝아지고요. 어떤 캐릭터랑 비슷하다고 확정 짓기는 애매하지만, ‘친구’ 때의 서늘함이나, ‘스물’의 유쾌함이 다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그 조그만 부분을 찾아내고 상상을 덧붙여서 캐릭터를 만들려고 집중해요. 뭐 ‘전에 능청 캐릭터했으니까 다른 걸 찾아봐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에요.              

Q. 주특기인 능청스러운 캐릭터가 이번에도 이어지네요. 그런데 지난 가을 종영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로 능청 연기에도 조금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A. 아직까지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작품은 제가 받았던 선물 중에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선 어느새 동생들도 늘어서 부담과 책임도 좀 늘었고요.(웃음) 또 건강한 20대가 갑자기 3개월 뒤에 죽는다는 생각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이 나이에 경험할 수 없는 감정, 표현, 감사함을 알게 됐죠. 정확하게는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를 잘 표현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매일 불평만하면서 살잖아요. 시청자들께서도 주변에 조금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촬영했던 작품이에요. 



Q. 이제는 명실공히 주연배우예요. 조연을 거쳐 ‘믿고 보는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 했는데, 앞으로의 활동 청사진은 어떻게 될까요.


A. 20대 배우로서, 저도 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웃음) 근데 굳이 계산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 작품을 하고, 이쯤에선 멜로하고... 이런 계획보다는 늘 지금처럼 시나리오를 보고 작품을 고르고, 그 작품에 순수하고 공감하고 참여하는 게 계획이에요. 최근에 누가 “원탑 영화하다가 왜 3번이 됐냐”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에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고, 조연이나 카메오 다 상관은 없어요. 앞으로 급하지 않게 여러 장르, 캐릭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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