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앨범 ‘Reflective’를 발표한 뮤지션 강현민이 13일 오후 강남 신사동의 한 펍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앨범 타이틀곡이 연신 플레이되며 공간을 밝게 채우고 있었다. 밝은 표정의 강현민과 함께 앨범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다.
프로듀서·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강현민은 명품그룹 일기예보, 러브홀릭, 브릭을 결성해 ‘인형의 꿈’ ‘화분’등의 히트곡을 내놓은 주인공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멜로디컬하면서 일상적인 노랫말로 리스너들을 사로잡아온 그는 첫 솔로앨범 ‘쉬(She)’ 이후 16년 만에 발표하는 이번 솔로 앨범에 미발표된 200여 곡 중 5곡을 추렸다.
타이틀곡은 인디밴드 꽃잠프로젝트의 김이지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추억’이다. 다른 수록곡에는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매드소울차일드(mAd sOuL cHiLd)가 참여했다.
Q. 16년 만의 솔로앨범이다. 특별히 지금 이 시점에 내는 이유가 있나.
A. 사실 7~8년 전부터 솔로로 내고 싶었다. 그런데 내 음악에 대한 자신이 별로 없었다.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다. 타인 앞에서 부르는 게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음악을 할수록 추구하는 이상이 높아져서 내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계속 연기하다가 목표를 낮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만족하는 과정을 겪다 보니 오래 걸린 것뿐이다.
Q. 앨범 명이 ‘리플렉티브(Reflective)’, 반영됐다는 의미다.
A. 내 마음을 앨범에 반영시켰다는 뜻이다. 수록곡 ‘캔트 컨트롤(Can’t Control)’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삐뚤어진 내 마음과 가장 유사한 트랙이다. 스스로 제어가 안 되고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 그런 복잡함이 잘 담겼다. 앨범 전체로 보면 살면서 점점 어둡고 염세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그대로 넣었다.
Q. 200곡 중에 5곡을 추렸다고 했는데, 특별한 선곡기준이 있나.
A. 스케치해둔 습작 중에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뽑았다. 다만 고르고 보니 내가 어두운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지, 한 곡(타이틀곡 ‘추억’) 빼고는 전부 어둡고 우울한 노래다. 그런 속성에도 마음이 뭉클해도록 만드는 음악을 선곡했다.
Q.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들었거나 평소에 자주 듣는 음악이 있나?
A. 15년 전부터 폴 매카트니, 에어로스미스만 듣는다. 주위에서는 최신 음악을 들으라고들 하지만 별 감흥이 없다. 요즘 친구들은 워낙 노래를 잘하고 목소리가 매끈해서 내가 늘 듣는 과거의 음악만큼 확 꽂히지 않는다.
Q. 타이틀곡 ‘추억’ 피처링에 꽃잠 프로젝트 보컬인 김이지가 참여했다. 그녀에게 맡긴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일단 같은 소속사라 김이지가 라이브하는 모습을 몇 번 보고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OST를 작곡해 김이지에게 맡겼는데 소화를 잘 했다. 그때 인연으로 이번에도 같이 해달라고 했다. 동시에 그녀처럼 색깔 강한 보컬과 함께해 어둡고 낮은 내 목소리를 커버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김이지 외에 피처링 보컬 중 어반자카파의 조현아도 나와 대비되는 목소리를 지녔다.
Q. 유독 여성 보컬리스트들과 작업했을 때 좋은 결과가 많이 나온다. 박혜경, 거미, 이소라, 신효범, 진실, 김이지, 린, 조현아 등...어떤 여가수와 호흡이 가장 잘 맞나?
A. 굳이 뽑아야 하나(웃음). 그냥 노래를 너무 잘하는 사람은 조금 꺼려진다. 매우 유려하고 매끈한 건 싫다. 그런 의미에서 박혜경을 선택하겠다. 노래를 잘하지만 약간 거칠고 매끈하지 않은 매력이 있다. 그녀만큼 그런 장점을 뚜렷하게 가진 가수는 없다.
Q. 많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지만 묻혀버린 곡들도 많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의 차이는 무엇인가.
A. 홍보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이소라의 ‘티얼스(tears)’는 내가 생각했을 때 최고의 음악인데 홍보가 안 돼서 사람들이 잘 모른다. 좀 염세적이지만 노래 잘하는 가수가 부른 대부분의 곡은 PR만 잘하면 뜬다.
Q. 앨범 발매와 더불어 앨범의 히트를 위한 공연이나 방송 계획은?
A. 솔직히 방송 활동은 그냥 안하고 싶다. 예전에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제의도 받았지만 출연하지 않았다. 과거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시청자에게 그때와 사뭇 달라진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별로다. 그래도 팬을 위한 도리라면 앞으로 한 번쯤 고민해보겠다. 공연의 경우 5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이뤄진다면 진지하게 노래 연습한 후에 시도할 의향은 있다.
Q. 다음 솔로앨범 계획도 있나?
A. 대규모 프로젝트는 아직 계획이 없다. 대신 싱글을 꾸준히 낼 생각이다. 특히 이번 앨범이 잘 되면 더욱 탄력이 붙지 않을까 싶다.
사진=Fluxus
인턴 에디터 권용범 yongko94@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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