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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20. 2017

[인터뷰] '공조' 김주혁, 로코킹에서 악역 끝판왕으로

“‘더 킹’한테 밀려서 다소 아쉬워요. 비등비등했으면 좋았을 텐데.”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범죄 코믹 액션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의 첫 날 흥행결과가 나온 19일 오후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주혁(45)의 일성이다. 숱한 작품에서 젠틀한 카리스마를 가동하며 ‘로코 킹’ 호칭을 달고 다녔던 그가 이번엔 악역 끝판왕이다.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북한 범죄조직 리더 차기성 역을 맡았다.



■ "차기성, 악역 끝판왕? 신념으로 움직이는 인물!"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심플한 오락영화란 점이 맘에 들었고 ‘내게 이런 역을?’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욕심이 났죠. 가족관객이 몰리는 설 연휴 극장가이니 만큼 가족 코드를 노리고 있어요.(웃음) 오늘 ‘더 킹’과의 스코어를 좁히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뿌듯해요.”


차기성은 북한 군 장교 출신으로 조국에 의해 소모품처럼 이용당한 뒤 달러 위조동판을 가지고 대한민국으로 밀입국한 캐릭터다. 그로 인해 아내와 동료들을 잃은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의 추격을 받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배신감과 아픔 있는 인물이다.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때 악역을 한번 했는데 갈증이 있었어요. 그동안 로코를 많이 한 편이어서 이번에 너무 재밌게 했죠. 악역으로 여기지 않고 인물에 접근해서 차기성이 더 살았던 것 같아요. 군 출신의 굳은 신념을 가진 인물, 나라로부터 배신당하고 아내까지 처형당한 자, 신념대로 움직이는 사람의 무서움을 드러내고 싶었죠.”



■ 3단 콤보 '함경도말+총격액션+근육질 몸매'

극중 시종일관 북한말로 대사를 처리한다. 터널에서 벌이는 총격 체이싱 장면과 후반부 현빈과의 결투 등에선 액션 장면이 임팩트 있게 배치됐다.

“영화 ‘적과의 동침’ 때는 평안도 사투리를 구사했다면 이번엔 캐릭터와 더 잘 어울리는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했어요. 현빈이 구사한 평양말이 정직한 느낌이라면 함경도 말은 좀 더 맛깔스러워요. 액션은 현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카 체이싱은 와이어로 몸을 고정시킨 뒤 총격장면을 촬영했는데 처음엔 60km로 주행하다가 100km까지 속도가 올라가니 매우 불안하더라고요.”


샤워 장면에선 상상이 잘 되질 않을 정도로 근육질 몸매가 보여 관객 시선을 강탈한다. 그에 따르면 식탐이 많아서 몸매관리가 잘 안되는데 운동은 중독이 돼서 매일 했기 때문이다. 찰영을 앞두고 1~2개월가량 식단조절을 해 몸을 만들었다.



■ "1박2일 출연은 변화의 계기...이와이 슈운지 단편영화 출연"

지난해 김주혁은 부지런했다. 영화 ‘좋아해줘’ ‘비밀은 없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3편을 개봉시켰고 12월에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단편영화 ‘편지’와 주아영 감독의 독립 단편영화 ‘온도의 기억’을 촬영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모두 로코로 인한 갈등과 로코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싶어요. 연기자로서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갈증 그러면서 또 로코도 하고 싶은 거죠. 예전에는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들어왔거든요. 요즘은 연기하는 게 재밌어요. 충만한 느낌, 신인으로 돌아간 느낌이라 역할에 흥미를 느낀다면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상관없이 작업하는 거죠. ”

무엇이 그에게 변화를 가져왔을까. 스스로는 ‘예능’이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고백한다. 김주혁은 ‘1박2일’에 2년간 출연하며 그간 접하지 못했던 진솔한 모습으로 ‘구탱이 형’ 별명을 얻었다.


“처음엔 소속사 대표와 ‘왜 출연해야 하느냐’고 엄청 싸웠어요. 사극 2편을 연이어 하는 통에 만들어진 나이 든 느낌, 딱딱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출연을 결정했는데 그 2년의 시간이 저를 여유롭게 만들어줬어요. 뭘 해도 받아들이고 또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거죠. 좋은 사람들을 얻었고 배우인생에 도움이 됐죠. 하지만 또 하라면 못하겠어요.”



■ 좋은 연기 2대 요인...열정과 체력

1998년 SBS 공채 탤런트에 합격했을 당시 선 굵은 중견 탤런트 고 김무생의 아들로 주목받았던 그는 이제 20년차 배우가 됐다.


“주변 사람들한테 ‘10년을 일하지 않고선 그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하곤 하는데 20년을 해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게 있나 봐요. 예전엔 ‘이렇게 해야지’였다면 지금은 ‘이거 빼야지’로 바뀌었고요. 연습할 땐 치열하다가 현장에선 다 버리고 상대만 바라보게 돼요. 지금은 이것저것 하다가 연기를 해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야가 넓어진 건데 더 보였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뺄셈의 미학을 체화하게 된 듯 보인다. 최근 들어 더욱 절실해지는 건 열정과 체력이다.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해요. 선생님들의 툭 하니 던지는 눈빛 하나에 울컥해지는 때가 있어요. 그건 죽어도 못 이겨요. 제가 그 나이가 돼야만 나올 수 있는 눈빛이니까요. 배우가 ‘변신 공장’도 아니고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역을 더 잘하면 사람들은 ‘변신했다’고 말하죠. 그것보다 못하면 ‘똑같다’란 비판을 하고요. 더 잘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는데 절대적인 요소는 열정과 체력이에요. 안주하면 끝인 거죠. 그러니 열심히 운동해야 해요.”



■ "홍상수 감독은 천재...이유영과 잘 만나고 있어"

지난해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은 각별한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 호흡을 맞춘 주연 여배우 이유영과 처음 만나 특별한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홍 감독님 영화처럼 커트를 나누지 않고 쭈욱 마음껏 놀 수 있는 방식은 배우들이 좋아하는 작업 스타일이에요. 그런 대사를 하루아침에 써내는 걸 보니 천재는 천재시더라고요. 참 글을 잘 쓰세요. 입에 착착 감기거든요. 특이한 말들이 있긴 하지만 캐릭터적으로 넘어가게 되고요. 생 날 것을 만끽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희열을 느끼면서 연기했기에 무척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이 영화에서 연인 사이를 연기했던 이유영과는 17살의 나이차를 뛰어넘어 실제 연인이 됐다. 가급적 말을 아끼는 눈치다.


“잘 만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공개연애는 없어요. 그냥 걸린 거죠.(웃음) 유영씨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본 적은 없었어요. ‘당신’ 때 처음 호흡을 나눴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반성했어요.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 좋지 않은 것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사랑했었나, 큰 사랑이었나,란 점을요. 결과적으로 공개가 돼버려 함께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졌어요.”


■ "결혼은 때되면...또 다른 악역 도전하고파"

정유년 새해다. 위시리스트가 빼곡하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장난꾸러기+수다쟁이’라고 표현했듯이 말이 끊이질 않는다.


“악역을 또 다르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로코와 악역의 접목이라든가 하나도 무섭지 않게 연기해본다든지. 살인마는 꼭 한번은 해보고 싶어요. 다음으로는 나이를 먹으니 뇌가 차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져서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한 항목이에요. 지적이라야 말 한마디를 해도 자기 철학과 확신이 배어 있을테니까요. 내 생각과 철학을 조리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영어공부는 해외여행 시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면 재밌을까 싶어 담아뒀다. 바보처럼 옷에 너무 소비하고 살았단 생각에 소비구조를 바꿀 요량이다. 그래야 자신의 삶이 멋있어질 것 같단다. '남친룩의 대명사'란 수사는 이제 지워낼 계획이다. 건강을 위해 금연도 빼놓을 수 없다.


"결혼은 할 때 되면 할 테고 일단은 작품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작은 거라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선택하려고요."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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