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가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명단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진 시인들이 저항의 의미로 6일 시선집 ‘검은 시의 목록’을 출간했다.
‘검은 시의 목록’은 안도현 시인이 잡지 및 지면에 발표되지 않은 2년 내의 시들을 골라 만들어졌다. 원로 시인 신경림, 강은교부터 젊은 시인 박준, 박소란까지 총 99명 시인들의 작품이 모였다.
시집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신경림 시인의 글처럼 혼란스러운 시국을 소재를 담아낸 글부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안도현 시인의 작품 등 다양한 주제의 목소리가 실린 99편의 시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이 시집은 시인들이 사회적으로 꾸준히 시민의 마음을 대변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증명이자 삶에서 마주하는 영감을 통해 창작활동을 이어온 문인 정신을 담고 있다.
시집을 펴낸 출판사 걷는사람 측 관계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들을 옥죄려고 했던 이들에게 여전히 시인들이 주눅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을 출간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시인들의 말말말
시인들의 소신 있는 발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안도현 시인은 서문에 “누군가는 이들을 검은색 한 가지로 칠하려 했지만, 시인은 그리고 인간은 한 가지 색으로 칠하고 억압할 수 없다”며 “이들을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무지개리스트라고 부르는 게 옳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적었다.
김수열 시인은 "블랙리스트는 참으로 황당하고 치졸한 짓거리"라며 "이 시집을 통해 문학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경림 시인은 "'블랙리스트'라고 하면 모두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검은 시의 목록'을 통해 우리 시인들이 대중 앞에 그 본 모습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시인인 유병록 젊은작가포럼 위원장은 "잘못된 일을 잘못됐다고 말한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언제나 블랙리스트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전했다.
한편 ‘검은 시의 목록’ 출간을 기념한 시 낭송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블랙텐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시인 겸 국회의원 도종환을 비롯해 시인 함민복, 정우영, 안상학, 천수호, 유병록, 권민경, 최지인 등이 참여한다.
사진=플리커, 걷는사람 제공
인턴 에디터 권용범 yongko94@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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