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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03. 2017

[인터뷰] ‘커피메이트’ 오지호

 중후함 물씬 '아빠 배우' 

                                                                                                                                                                                                                 

또렷한 이목구비에 튼실한 신체조건으로 그간 액션, 로맨틱코미디, 가족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배우 오지호(41)가 멜로에 도전했다.


영화 ‘커피메이트’는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비밀을 터놓고 뜨거운 감정에 휘말리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오지호는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인 동시에 대학시절 첫 사랑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가구 디자이너 희수 역을 맡았다. 내내 미남 배우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한 집의 가장이자 40대의 중후함이 물씬 느껴지는 그를 쌀쌀한 늦겨울 남산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작품 자체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감성이 진한 멜로라고 느꼈고 도전의식이 불타올랐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어디까지인가 시험해보고 싶었다. 더불어 이현하 감독님과 배우 윤진서가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킬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고 느꼈다.


Q. 작품 속에서 맡은 ‘희수‘ 역은 엉뚱하면서도 진정성 있고 약간의 웃음 포인트까지 겸하고 있다.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의 캐릭터인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복합적인 캐릭터지만 여린 감성을 지녔다는 점에 집중해 연기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장르 자체가 멜로기 때문에 올바른 감성이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없다고 느꼈다. 일단 희수라는 캐릭터가 가진 상처에 공감하고 인물 자체에 연민의 생각을 대입했던 것이 주요했다. 


Q. ‘오지호’라는 배우는 친숙한 이미지가 강하다. 로맨틱코미디,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낸 덕분인 것 같다. 다만 이번 영화는 확실히 색다르다. 깊은 내면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자주 접해보지 않은 장르였을 것 같은데.


장르 자체가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2001년 영화 ‘아이러브유’로 멜로를 해보긴 했지만 거의 16년 만이기 때문이었다. 또 어마어마하게 많은 대사량을 소화하면서 깊은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막상 촬영장에서는 다행히 감정이 상황에 몰입되고 대사는 저절로 입에 붙어서 잘 마칠 수 있었다.



Q. ‘카페’라는 한정적인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특징도 흥미롭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커피를 굉장히 많이 마셨다는 것.(웃음) 그 외에 특별한 에피소드를 꼽자면... 극 중 희수가 두들겨 맞고 들어왔을 때가 기억난다. 인영(윤진서)이 우는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다. 윤진서의 애드리브였다. 상대 배우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며 표현하니까 나 역시 나타낼 수 있는 감정이 확실히 달라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지만 그 덕에 더 좋은 신이 나온 것 같다.


Q. 관객들이 ‘커피메이트’의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두고 영화를 보면 좋을까.


공감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불륜이라고 여길 수도 있도 낭만적인 사랑이라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실제로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어?’등의 현실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재미없어진다. 그저 '마치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정말 ‘커피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작품들이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오마이금비’ ‘마이 리틀 베이비’가 그렇다. 실제로 한 아이를 두고 있는 ’진짜 아빠‘기 때문에 그런 연기를 잘 녹여내는 것 같다. 작품 선택에도 이 점이 특별히 작용하고 있을까.


당연히 있다. 총각 때라면 ‘오 마이 금비’같은 작품이 들어오면 거절했을 확률이 크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넓어졌고, 이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배우로서는 선택폭이 더 확장된 느낌이다. 물론 더 안 들어오는 장르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이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연기를 더 많이 하고 싶다.


Q. ‘진짜 아빠’가 오히려 오지호만의 강점이라 볼 수도 있겠다.


당연히 그렇다. 아이를 갖지 않은 배우보다는 잘 할 자신이 있다. 촬영장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결혼하기 전 아빠 역을 맡았을 때는 카메라가 돌아갈 때와 돌아가지 않을 때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 많이 달랐다. 평소에는 아이들을 귀찮게 느끼다가 슛이 들어가면 친숙하게 연기하는 식이다. 하지만 결혼 후 아빠가 디고 나서는 카메라가 켜져 있건 말건, 언제 봐도 너무 예쁘다. 그러니 슛에 들어가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김유정의 아역시절 아빠 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지금이랑 비교하면 많이 못 챙겨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Q. 멜로 이외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르나 욕심을 내는 캐릭터가 있을까.


최근에는 악역에 관심이 많다. 얼굴과 이미지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평을 깨고 싶다. 평소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데, 40~50대때는 타 분야보다는 영화 쪽에서 화끈한 변신으로 충격을 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얼마 전에 강렬한 인상을 줬던 배우는 영화 ‘더 킹’에 조연으로 등장한 김의성 선배다. 짧은데 임팩트 있었다.. 물론 지난해 ‘부산행’에서도 한 몫했지만, 조만간 크게 한 건 하실 것 같다.



Q. 드라마 ‘내조의 여왕’ ‘추노’ 등 2000년대 중·후반의 오지호는 에너지 넘치는 30대 배우였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어느덧 40대에 접어든지 꽤 됐다. 삶에 대한 목표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변화가 많다. 30대 때는 에너지가 넘쳐서 매사에 적극적으로 덤벼들다 그르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나서기보다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스며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다만 아빠가 됐어도 배우로서의 욕심은 여전히 있다. 동료 배우 장혁이랑은 종종 "우리는 50대가 넘어서도 멜로, 액션을 해야 한다. 외형은 늙을 수 있어도 꾸준히 액션연기를 위해 몸 관리를 해야 하고 언제나 슬프고 애절한 감정을 녹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져둬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꾸준히 이런 준비를 해 둬야 한국영화에서 우리가 가진 장점을 미래에도 고스란히 발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Q. 2017년의 따스한 봄이 찾아오고 있다. 신년 소망이 있을까.


가정적으로는 이제 15개월 된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싶다. 배우로서는 영화 쪽에서 좀 더 깊은 캐릭터를 찾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에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을 보면서 감명을 많이 받아 사극도 하고 싶어졌다. 욕심이 많은 것 같다.(웃음) 그래도 역시 무엇보다 건강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최우선이다.


사진=워너비펀


인턴 에디터 권용범  yongko94@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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