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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21. 2017

[인터뷰] 강예원 "침체된 사회에 위로 건네고 싶다"

                                                                                                                                                                                                                 

언제나 새로운 가면을 쓰는 17년차 배우 강예원(37)이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 3월16일 개봉)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강예원은 보이스피싱 조직 일망타진을 위한 국가안보국 댓글요원과 형사의 유쾌한 합동수사를 그린 액션 코미디 영화에서 만년 알바생 장영실 역을 맡아 유쾌함을 제대로 장착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강예원은 그답게 솔직한 생각을 과감히 전했다.



Q.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처음 본 느낌은 어땠나?


A. 예상보다 잘 나왔던 것 같아요. 편집이 많이 돼 인물들이 살진 못한 것 같지만요. 뚝뚝 끊기는 부분이 좀 있었거든요. 영화 속에서 난데없이 강아지가 나오는 장면 같은 거요. "사실 고시원에서 맡겨놓은 식구가 하나 더 있는데"란 대사를 잘랐더라고요. 그게 있었다면 강아지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됐을 텐데, 편집이 되는 바람에 '트립' 때처럼 뚝뚝 끊기는 부분이 생겼어요. 단축한 의미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생기고 사라지고 그러니… 그런데 그런 식으로 편집하고도 러닝타임이 2시간이나 나왔으니.(웃음)


Q.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A. 장영실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언제나 자신 없고, 비정규직 현실에 처해 있고, 넥스트가 보장받지 못하니 늘 불안하고 외로운 심리가요. 앞 일에 공포를 느끼는 모습이 내 일 같았거든요. 저는 자신감이 남아도는 성향은 아니에요. 스스로가 작아지는 걸 많이 느껴서, 영실이랑 굉장히 개인적으로 닮아 있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무언가를 자꾸 알아가고 습득하려 노력하면 그게 자신감으로 이어져서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영실과 같은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나?


A. '저 정규직 아니면 안 돼요'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 대사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어요. 1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늘 불안해요. 사실 배우들도 비정규직이잖아요. 작품을 열심히 하고 있다가도 '몇 달 동안 일이 끊기면 어떡하나?' 이런 생각을 항상 하죠. 우리도 정말 열심히 해야 돼요. 힘들어서 주저 앉다가도 오뚝이처럼 일어나야죠. 어려운 점도 많지만 이 일이 정말 재밌어요. 고맙기도 하고 소중하기도 해요. 만약 싫어하면 열심히는 안 했을 것 같아요.



Q. 코믹한 영실 역으로 망가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A. 전 망가진 적이 없는데, 자꾸 망가졌다고 하니까…(웃음) 진심으로 영화 속 제 모습이 프랑스 여자처럼 내추럴하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좋았거든요. 옷이 너무 편한 데다 딱 맞았고, 내 얼굴도 너무 예뻤고. 오히려 영화는 예쁘게 세팅하면 촌스러운 거라니까요. 약간 추레하더라도 화장기 없는 모습이 멋스러운데, 영화에서 세팅을 과하게 하고 나오는 배우들을 보면 예뻐 보인 적이 없어요. 드라마는 쨍하게 나와도 좋은 반면, 영화는 리얼리티가 없으면 볼 맛이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Q.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말한다면?


A. 연기할 때 리액션이 솔직한 편이에요. 그래서 리허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연기는 리액션이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카메라가 제 리액션에 맞춰서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카메라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저보고 동물 같대요.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한다고. 제가 카메라에 맞추는 게 아니라 늘 카메라가 절 따라다녀야 한다고. 만약 카메라를 의식하고 연기하면 내내 계산해야 되잖아요. 그럼 감정의 폭에 한계가 있어요. 제가 카메라를 배려할 수는 없으니, 항상 최첨단의 환경에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강예원 한채아의 '워맨스'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채아와의 호흡은 어땠나?


A. 많이 친해져서 편하고 좋았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촬영장이 일하는 곳 같지 않고 편하잖아요. 촬영이 끝나고도 다시 어색해지는 게 아니라 같이 매주 꽃꽂이도 하고 요리학원, 병원도 다녔어요. 둘이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뜬금없이 그냥 궁금할 때 연락해서 밥 먹고, 전화 하고 그래요. 요즘은 문자가 편한 사회라 가깝지 않으면 예고 없이 전화하는 게 무례하단 느낌이 드는데 채아는 그냥 전화를 할 수 있는 사이예요. 


Q. 여성 투톱 영화라 걱정되는 점도 있었겠다.


A. 저는 무엇보다도 영화가 재밌게 나오는 게 중요하지, 여자만 나와서 이 영화가 안될 거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배우 라인업이 좋아도 기대만큼 안된 영화들도 많잖아요. 일단 무엇보다도 영화 자체가 재밌고, 열심히 잘 만들다 보면 좋은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그렇게 잘 될 줄 몰랐던 '럭키'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 배우로서 기분이 참 좋았거든요.


Q. 강아지랑 커뮤니케이션하는 장면은 촬영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A. 진짜 외롭고 슬펐어요. 개랑 연기를 해봤어야 알죠. 아무도 개랑 어떤 방법으로 연기를 하면 된다고 알려주지도 않았고요. 채아는 제 뒷모습을 보면서 울뻔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장면이 만약 제대로 못 나오면 엄청 오글거리고 톤이 다 깨져버릴 테니 부담이었죠. 코미디가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뭐 하나만 잘못 찍어도 삼류로 전락하니까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훅 갈 수 있다는 공포심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배우가 민망한 연기를 하니까 슬퍼하는 스태프들이 계시긴 했어요. 감독님은 나중에 저한테 사과하셨고요.



Q. 여배우들끼리 모이면 등장하는 단어 '기싸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기싸움이 없진 않아요. 다들 앞에선 없다고 얘기하죠! 사실 연기하는 사람들은 '기'로 해요. 말로 설명 안되는 그 기운이라는 게 있어요. 연기할 때 상대의 기운을 받고 리액션이 나오는데 시기나 질투, 약간의 견제 등의 개인적인 감정도 결국 다 기인 것 같아요. 보통 여배우들이 나올 때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홍보활동을 따로 해도 공식 석상에선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하면서 딱 선을 지키는데, 저도 이제 그게 될 것 같아요. 


Q. 그동안 버릇없이 구는 후배는 없었나?


A. 저는 일곱 살짜리 애랑도 친구처럼 지내요. 학교 다닐 때도 버릇 없이 구는 후배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워낙 동생들을 좋아해요. 여자들한테는 되게 잘하고요. 여자는 마음도 여리고 약하잖아요. 의외로 여자들은 좀 더 신경 쓰이고 상처받을까 봐 자연스럽게 챙겨주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 남자한테는 약간 남자처럼 대하고, 남자 후배들을 그렇게 챙기지도 않아요. 남자애들은 뭘 해도 알아서 잘할 테니까. 


Q. 그동안 겹치는 캐릭터가 없는 편이다. 언제나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 시나리오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A. 이야기만 봐요.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맡게 되는 캐릭터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더라고요. 캐릭터는 제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좀 단순한 배우들이 작품에 들어가기 쉬운 것 같아요. 캐릭터 하나하나 안 따지고 훅 들어가는 게 온전한 목표니까. 그래서 철도 안 들려고요. 이젠 좀 도전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냥 엄청난 스토리의 영화에도 가담하고 싶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굉장히 스펙터클한 이야기요. 너무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특히 스릴러 장르엔 꼭 도전해보고 싶네요.



Q. 관객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얻어갔으면 좋겠나?


A. 요즘 우리 사회가 정말 힘들잖아요. 분위기가 침체된 지 꽤 된 것 같아요. 마음앓이를 하셨다면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보고 위로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불안한 사회에서 고생하는 장영실 같은 캐릭터를 보며 무언가를 느끼고, 재미도 많이 누리셨으면 좋겠고요.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의, 친구 사이의 의리를 다루고 있어요. 두 여자의 우정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셨으면 정말 좋겠어요.



사진 지선미 (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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