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글리스트 Jul 19. 2017

[인터뷰] '군주' 김소현

"이 슬럼프가 언젠가 좋은 밑거름이 되겠죠"



데뷔 9년차 베테랑 김소현(19)이 MBC 로맨스 사극 '군주'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성인 연기자의 타이틀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극에서 단아한 매력을 발산하며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지만, 캐릭터 관련 일부 논란도 피할 수 없었다. 18일 강남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소현은 '슬럼프' '민폐 주인공 논란' 같은 무거운 단어를 어렵사리 꺼냈다. 열아홉에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배우로서의 진중한 마음가짐이 느껴졌지만, 공부나 강아지에 대해 얘기할 땐 생기 넘치고 활달한 영락없는 열아홉 소녀였다. 


 



'군주'는 캐스팅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세간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유승호와 김소현, 아역 배우 출신 중 가장 빛나는(?) 외모를 소유한 두 남녀 배우가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은 건 당연지사였다. '최강 비주얼 커플' '역대급 케미'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어땠냐는 질문에 살풋 웃는다.

"부담감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승호 오빠랑 붙는 장면에서 예쁘게 나왔으면 하긴 했죠. 신에서 케미가 잘 살아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지만 방송과 촬영 기간의 간격이 좀 크다보니까 감이 잘 오진 않았어요. 그래서 부담감이 좀 덜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계속 촬영을 하면서 피드백을 받았다면 부담이 됐을지도 모르지만요."

예전부터 함께 합을 맞추고 싶었던 유승호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파트너였다. 같은 아역 출신이어서일까. 여섯살 나이차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종일관 친근했다.

"승호 오빠는 되게 조용하고 진지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실제로는 되게 수줍어하고 소녀감성도 있어요. 서로 장난도 많이 치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던 것 같아서 감사하죠.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배려를 너무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촬영을 할 때 카메라에 가려지면 돌려주고 맞춰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인지하지 못했던 걸 다 알아서 해주시더라구요. 죄송하기도 했지만, 화면에 잘 나올 수 있는 부분을 프로답게 잘 알고 계셔서 촬영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김소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당찬 소녀 한가은 역을 맡았다. 극 초반까지만 해도 한없이 진취적이고 똑부러진 인물이었던 가은은 극이 진행될수록 복수에 골몰하며 남주인공들을 여러번 곤경에 빠트렸다. 이에 '민폐 여주'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수식어에, 캐릭터를 향한 애정이 컸던 만큼 아픈 마음도 비례했다.

"지금까지 연기한 모든 캐릭터를 다 애정했지만, 가은이는 유독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드라마를 시작할 때에도 굉장히 욕심을 가지고 잘 해보려는 마음으로 했었고, 연기를 하면서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가더라구요. 비록 캐릭터긴 하지만 감정 소모가 커서 저 또한 힘들었거든요. 이 캐릭터만큼은 사랑을 받고 예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가은이 감정 소모가 많은 캐릭터였기 때문일까. 촬영을 하면서 생겨난 슬럼프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 중이다. 어느 배우에게나 슬럼프는 한 차례씩 오기 마련이지만 '군주'를 통해 겪는 성장통은 유독 아팠다. 자신감을 잃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슬럼프를 계기로 저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어요. 여러가지 안좋은 일이 있다보니까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런걸 느끼는게 되게 싫었어요. 분명 방송에도 보이기 마련이니까 시청자들한테 예의가 아닌 거라고 생각이 됐거든요. 하지만 이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 이 시기가 좋은 밑거름이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악역이나 여왕벌 역할은 물론 심지어 귀신 역할도 해봤다. 열아홉,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배역이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쌓아왔다. 하지만 확실히 대중이 김소현을 바라볼 때마다 연상하는 이미지와 장르는 다소 한정적이다. 이에 대해 김소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늘 순한 캐릭터만 한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제 성격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제가 밝은 성격이지만 차분하고 재미없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굳이 크게 바꿔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새로운 역할을 할 때마다 제가 갖고있는 차분한 이미지가 방해돼선 안될 것 같아요." 

어느새 스무살이 코앞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연기하는 김소현이 아닌 책상에 앉은 김소현은 과연 공부 스타일이 어떠할까. 부모님이 간식을 가져다줘도 손 한번 대지 않고 공부만 할 것 같다고 생각을 전하자,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집중할 땐 진짜 집중해서 하고, 딴짓 할 수 없도록 방해되는 게 없도록 치워야 돼요. 치우다가 거의 하루를 다 보내죠.(웃음) 한번 집중할 때 열심히 하고 좀 쉬어가면서 하는 것 같아요. 몇시간씩 끈기있게 오래는 못하겠더라구요. 수학은 어렵고, 과학이 너~무 어려워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구요. 어렸을 때는 책을 좋아하고 글 읽는 걸 좋아하니까 국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국문학과 나오신 기자분들이 그런거 안 한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최근에는 다양한 도전에 뛰어들었다. 드라마 OST를 불러보는 것은 물론, 기부 차원에서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도 참여했다. 이제 진짜 성인 배우로 거듭나면서 해보고 싶은 게 수만가지일테다. 가장 염두하고 있는 도전은 무엇일까.

"최근에는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연극을 해보신 선배님들한테 연극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드라마 연기와는 확실히 다르지만 매력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관중 앞에서 연기하는 건 또 느낌이 다를테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준비를 잘 해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한국인 없는 케이팝 그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