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도서 베스트셀러 키워드
'JUMP UP!'
올 한해는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책을 찾는 독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며, ‘미디어셀러’의 저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예스24가 2017년 국내 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도서 판매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출판 트렌드 키워드를 ‘JUMP UP’으로 압축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출판계는 연일 화제였다. ‘책 읽는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했으며,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각종 비리와 부조리, 차별을 고발하는 도서의 출간도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 여성이 겪고 있는 일상 속 성차별에 우리 사회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J. JUSTICE 정의 - 정의는 살아 있다
대한민국 초유의 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잘못된 한국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고 정의 구현을 향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책을 통해 훌륭한 국가와 정의에 대한 개념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 역시 늘어났다. 사회 정치 분야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했고 특히 정치비평, 한국사회비평 도서 판매량의 신장률은 68.6%에 달했다.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쫓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전 국세청장이 말하는 ‘국세청은 정의로운가’, MBC 해직기자 이용마의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의 잇단 출간은 한국 사회에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말해준다. ‘지하 베스트셀러’로 유명하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32년만에 다시 출간되면서 5·18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동시에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 세웠다.
▶U. UNDERSTANDING 이해 - 책을 통해 이해하는 삶과 세상
문학 작품을 포함한 페미니즘 관련 도서의 판매권수는 전년대비 751.1%, 무려 8.5배가 넘게 판매됐다. 한국 여성의 자화상을 담은 ‘82년생 김지영’은 결혼, 취업,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 현대 여성들이 겪을 법한 일상적 성차별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풀어낸 베스트셀러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는 등 출간 이후 시간이 갈수록 더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여성작가 7인이 페미니즘 테마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페미니즘 작가 레베카 솔닛의 신작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등의 작품들이 다수 출간됐다.
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큰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인공지능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독자들의 배움도 끊임이 없었다. 독자들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호모 데우스’ 등을 읽으며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한편, 인문 교양서를 통해 지식과 상식을 쌓았다.
▶M. MEDIA 미디어 - 미디어셀러의 베스트셀러화 여전
올해는 책과 미디어가 불가분적인 관계로 발전하며 ‘미디어셀러=베스트셀러’의 공식을 공고히 했다. tvN 드라마 ‘도깨비’, 예능 ‘알쓸신잡’,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등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책과 원작 소설, 포토 에세이 등이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초에는 드라마 ‘도깨비’의 인기와 함께 주인공이 읽은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총 5주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개봉과 동시에 원작, 각색 소설과 만화책이 함께 큰 사랑을 받았다. tvN ‘알쓸신잡’에서 소개된 ‘세계사 편력’은 판매량이 36985.7% 증가했고, 정재승 교수가 추천한 ‘도구와 기계의 원리 NOW’는 8769.2% 상승,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수의 양서들이 재조명되는 순간을 마련했다.
▶P. PRESIDENT 문재인 대통령 - 팬덤문화 이끄는 대통령의 탄생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문 대통령의 강력한 팬덤이 조성되며 출판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선 직후 ‘문재인의 운명’ 특별판은 현직 대통령 자서전 최초로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뒤 4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커버 타임지 아시아판 역시 1분당 42권 판매라는 놀라운 속도로 기록을 경신했다. 대통령 관련 도서의 사은품으로 제작된 미공개 포토 카드, 포스터, 배지 등은 ‘이니굿즈’라 불리며 도서 판매에 가속도를 붙였다.
취임 100일을 기념해 그간의 행보를 모은 일러스트집 ‘좋아요, 문재인’도 화제를 모았다.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 기간 동안 읽은 ‘명견만리’는 대통령 추천 도서로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예스24 일간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3일간 총 4210부가 판매됐다. 상반기 막바지에 시작된 ‘문재인 열풍’은 하반기까지 이어져 11월 30일 기준 올해 베스트셀러 100위 내 문재인 대통령 관련 도서가 무려 6권이나 올라가는 현상을 야기했다.
▶U. ULTRA - 초대형 작가의 귀환, 초대박 작품의 등장
무라카미 하루키, 김영하, 김애란, 베르나르 베르베르, 댄 브라운 등 열혈 독자층을 거느린 초대형 작가들의 화려한 귀환이 연일 이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선보인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1편과 2편은 6월 말 예약판매를 시작한 이후 20일만에 3만 여권 이상 판매됐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의 경우 도서 사은품으로 제작한 ‘김영하 맥주잔’도 입소문을 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올해 베스트셀러 1위인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출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SNS 상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는 역주행을 선보였다. 2017년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1위에 총 14회, 8주 연속 최장 기간 동안 1위를 차지하며 올 한해 최고의 인기를 누린 ‘언어의 온도’는 최근 3개월(9월 1일~11월 30일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41.8% 증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P. PROTECT 보호 -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채 타인의 시선에만 신경을 쓰느라 급급했던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11월 30일 기준 베스트셀러 100위 내 치유 에세이/심리/삶의 자세 관련 도서는 총 8권이 포함됐다. 특히 ‘자존감 수업’의 인기는 예년보다 한층 더 뜨거워졌고, ‘센서티브’,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등의 도서들이 심리 처방전과 같은 역할을 했다.
삭막한 사회를 살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와 ‘빨강머리 앤이 하는말’을 통해 위로 받고자 한 독자들도 많았다. 의사, 교수, 스님 등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가 전해주는 일방적 조언이 아닌, 만화와 소설의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에 감동하고 열광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사소하지만 따뜻하고 현실적인 위로의 말을 담고 있는 책들도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선물했다.
사진 = tvN, 문학동네, 열린책들, 청와대 제공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