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택배기사》

7화 – 작은 파동

by 살라킴

민수는 아파트 복도에 상자를 가지런히 놓고 있었다. 오전 물량이 많아 땀이 흘렀지만, 손끝은 익숙하게 움직였다. 택배앱의 초록 점들이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작은 성취감이 따라왔다.

휴대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켜니 유튜브 스튜디오 알림이 쏟아져 있었다. 조회수 그래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었다.

새벽에 올린 영상, 「새벽의 숨 — 독백」. 조회수는 벌써 10만 회를 넘겼다. 구독자도 1만 2천 명. 며칠 전만 해도 몇 백 명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다른 숫자였다.

“이게 진짜…”
민수는 상자를 잠시 벽에 기대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댓글은 끝없이 늘어났다.

“당신 노래 덕분에 오늘을 버팁니다.”

“새벽 근무하는데 숨통이 트였어요.”

“얼굴 없는 게 더 좋아요. 상상할 수 있어서.”


민수는 짧게 답을 남겼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계단 아래서 발소리가 들렸다. 민수는 서둘러 상자를 들고 길을 비켰다. 이번엔 괜히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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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영호와 치킨집에서 마주 앉았다. 영호는 맥주잔을 들고 말했다.

“야, 민수야. 너 요즘 표정이 좀 달라졌다? 지난달까진 진짜 지쳐 보였는데.”

민수는 치킨을 뜯으며 웃었다.
“그냥… 잠을 좀 잘 자서 그래.”

“잠? 너 불면증 심했잖아. 갑자기 좋아진 거야?”

“글쎄. 요즘은 뭐랄까, 마음이 덜 무거워.”

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한숨을 내쉬었다.
“난 반대야. 이번 달 할부금이 또 나갔거든.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 차 산 게 잘한 건지 모르겠다.”

“여자친구는 뭐래?”

“좋아하긴 하더라. 근데 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일만 죽어라 하고, 데이트 나가면 계산 때문에 머리 아프고.”

민수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도 영호 넌 항상 옆 사람 챙기잖아. 예전부터 그랬어. 초등학교 때도, 대학 때도. 여자친구도 그래서 좋아하는 거 아닐까.”

“야, 괜히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창피하네.”

영호는 웃으면서도 잔을 비웠다. 민수는 순간 회상에 잠겼다. 초중고, 대학교, 심지어 지금도 같은 일을 하는 친구. 늘 인기가 많았고, 잘 웃고, 잘 들어주던 영호. 그런 친구가 연애하는 게 부럽기도 했다.

‘부럽다, 새꺄. …근데 얼굴은 내가 더 낫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민수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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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유튜브 스튜디오를 다시 열자 수익 예측이 눈에 들어왔다.

예상 광고 수익: 약 85만 원

아직 통장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한 달 뒤 정산 예정.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졌다. 택배로 하루 종일 뛰어야 벌 수 있는 돈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민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댓글 속 사람들, 익명의 누군가에게 닿았던 목소리를 다시 전하고 싶었다.

마이크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열었다.

“아직은 작은 파동이지만…”
민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녹음 버튼이 켜졌다. 목소리가 방 안에 흘렀다. 화면 너머, 또 다른 누군가의 방으로도.

그날 밤, 민수는 깊게 잠들었다. 작은 파동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