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살아도 돈은 필요해

feat. 30대 여자 목돈 모으기

by slonie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워야겠다.

20대 시절부터 계획 있는 삶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제서야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 하다니. 언제 이렇게 내 현실이 각박해졌나 싶다. '계획'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남들보다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낙담이 되지는 않았다. 어릴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을 자신이 있었고, 투잡을 하면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리나케 취업 정보 사이트를 뒤적였다.

제출한 이력서만 50통 이상.

창업하던 30대 여자를 좋은 시선으로 봐주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 아마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경력단절 여성으로만 보였던 것 같다. 면접에 가도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이야기하는 것보다 일을 쉬었으니 원하는 연봉을 줄 수 없다고 깎아내리는 말들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30대 여자라면 한 번쯤은 경력과 반대로 흐르는 연봉을 만나보지 않았을까? 아마 이런 현상 때문에라도 진로를 변경하거나 출산을 꺼려 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중소기업 신입보다는 낫지만 굉장히 낮은 연봉으로 취업을 해야 했다. 애초에 나의 업무능력은 좋아졌지만, 회사원 경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입부터 시작해야 하는 날이 온 것이다.

그러면 나는 돈을 어떻게 모았을까.



18_img2.jpg


작은 내 월급 사랑하기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이목을 받았던 콘텐츠는 '돈을 버는 방법'이다. 다들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투잡'이라는 검색어를 포털사이트에 연신 타이핑했다. 나도 생전 보지도 않던 유튜브에 '목돈 마련'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수많은 콘텐츠를 봤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작은 내 월급 사랑하기'였다.

공방 창업할 때에는 두서없이 돈이 들어오는 형태였다면, 취업하면서 아주 귀여운 금액의 월급이 매달 꽂히게 되었다. 이 월급은 프리랜서로 일을 많이 받아서 할 때에는 짧은 기간에 벌 수 있는 돈이기도 해서 좌절하기도 했다. 이때에 들은 저 한마디가 내게 힘을 줬다.

고정 비용은 매달 필요하기에 나도 저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의 고정 비용을 저금했다.

매달 90만 원씩 X 18개월 = 1,620만 원 (목표는 3년이었지만 시기가 당겨짐)

옷장을 정리하고, 쇼핑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고정급여로만 3년 일했을 때, 3천만 원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설렜다. :)



자기계발에 투자하기

지금껏 돈을 모으지 못했던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정말 다행히도 내가 N 잡을 할 수도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들이 목돈을 모으는 데에 보탬이 되었다.

내가 모은 돈 중에 약 1,200만 원이 N잡으로 모은 돈이었다. 다들 공부에서 뭐 하나, 그거 돈이 되나? 에만 관심이 많고, 다음에 이어질 좋은 일들에는 별로 생각을 두지 않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답답한 마음 꾹 닫아두고, 자기계발에 힘쓰라고 이야기한다. :)




그래서 돈은 언제 벌어? 결혼할 때 돈은 많을수록 좋아.



내가 20대에 남자들한테 들은 말이다. 애 딸린 이혼녀를 좋아하는 CEO가 있다는 건 드라마 속 이야기나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남자들도 여자들의 조건을 본다는 이야기다.

일찍이도 그걸 알아서 스스로 자신감이 없어진 것도 있지만, 명품 백보다는 자기계발에 돈을 많이 썼다는 것에는 후회가 없었다. 강의료로 약 200만 원, 저작권료 약 300만 원, 나머지는 틈틈이 들어오는 외주로 번 돈이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딴 주머니를 찰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물론! 지금도 집에서 육아를 하며 일을 하고 있다.



국가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해서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똑똑한 친구들이라면 다들 참여하고 있는 국가사업. 이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목돈을 모으는 기간이 얼마나 앞당겨질지 모른다. 나는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에 가입해 목돈을 모으는 데에 보태 썼다. (800만 원/ 서울로 이사 감)

중소기업에서 근속하면 저금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던가, 전/월세 보증금 지원이라던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청년 지원 사업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마저도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되고... 불평이 많다면. 뭐, 할 말 없다. :)

그럼에도 똑똑하게 지원 사업을 잘 찾아서 참여하면, 분명 즐거운 일이 생길 것이다!






내가 1년 6개월간 목돈을 모은 수단 세 가지. :) (강의, 저작권, 외주)

N잡으로 번 것만 빼도 벌써 2,600만 원이다. 돈을 못 모으는 이유를 찾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자!+_+

한 가지 더, 2020년에는 주식시장에 큰 변화가 일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급락한 주식을 몇 가지 구입해 수익을 냈다. 그걸로 번 돈이 80만 원. HMM과 한화시스템을 구입했었고, 재테크를 위해 작은 목돈을 굴리고 있다.


한국에서 투잡은 합법이다.

회사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꼭 '투잡 금지'항목을 적어둔다. 그럼 돈이라도 많이 주던가....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 남짓한 돈을 주면서 너무하다 싶다. 그래서 돈을 적게 주더라도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일자리를 구했다.


18_img1.jpg


물론 근로소득보다 사업소득이 늘어나면 이 비밀도 금방 들통날지 모른다. 나의 경우는 투잡으로 일을 하니 절대 근로소득보다 높아질 일은 없었고, 회사 내부의 일만 제대로 처리하면 야근은 면할 수 있었다.

(투잡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 최소한의 시간만 쓴다!)

회사에 다니면서 사업자 등록을 하면 좋은 점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가 근로소득에서 나가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조금 줄어든다. 고정수입이 있으니, 사업에 매달릴 일도 없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건 사업자등록이 필요하지 않지만,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라 굳이 없애지는 않았다.





원래 목표는 3년간 5천만 원을 모으는 것이었고, 그래야만 결혼을 할 때에도 창피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1년 6개월 동안 4천만 원 가까이 모으면서 (3,800) 생각보다 빨리 결혼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이 돈으로 결혼식과 혼수, 아기 준비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결혼 후에는 남편과 모은 돈으로 6개월 만에 차를 일시불로 샀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통장에 500만 원 겨우 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남들을 따라잡고 육아를 하며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 무시하거나 스스로 위축이 된다면, 조금만 더 힘을 내고 묵묵히 내 하루를 채워나가자. 30대 초반이면 초반대로. 후반이면 후반대로. 우리 각자 나름대로 힘드니까. 자책할 필요도 없다. 그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

파이팅.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0대 여자의 연애와 결혼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