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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Jae Shin Jul 26. 2023

이마에 점이 있어요

2023.07.26.

“이마에 점이 있네요” 은호의 탯줄을 자르고 손가락 발가락 수가 맞는지, 이외에 신체적인 이상은 없는지 등을 체크하던 간호사님이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자, 몇몇 이들이 은호를 보고 처음으로 건넨 말이다. 이마에 점이 있네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단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느끼는 것이, 나도 은호와 최초로 마주할 때 그의 눈보다 더 먼저 눈길이 향한 곳이 바로 그 점이었기 때문이다. 왼쪽 이마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연갈색의 반점. 얼굴은 물론 이곳저곳에 가리기 어려운 흉터가 있는 나를 닮은 건지, 같은 날 태어난 수많은 아이들 중 얼굴에 무언가 있던 건 은호가 유일했다.


벌써부터 아들 사랑이 끔찍한 수민은 나름의 맘고생을 한 모양. 이마에 이렇게 큰 점이 있어서 어떡하나, 이게 점이 아니고 신생아 혈관종이면 어쩌나, 이거 없어지려나, 하며 병원 침대서 성치 않은 몸으로도 연신 걱정을 쏟아냈다.


다행히 혈관종이 아닌 그냥 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해리포터의 그것처럼 번개의 형상이어서 해리포터점, 번개점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걱정하기 보단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건강하니 얼마나 복된 일이냐, 이 번개점도 하나의 개성이자 스토리 아니겠느냐, 요즘 피부과가 얼마나 고도화되었는데 이거 하나 못 지우겠느냐, 혹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굳이 지울 필요도 없지 않으냐.


수민이 동의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일간 은호를 지켜보니 이게 또 은근히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한다. 엄마를 닮아 볼록한 짱구이마에 데코를 한 스푼 얹은 것 같고, 나를 닮아 벌써부터 눈썹에 힘을 주는 인상파 은호의 캐릭터를 돋우는 것 같고. 이게 어쩌면 부모의 마음일 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개점과의 동행 여부는 결국 은호의 선택일 것이다. 번개점을 자신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하루빨리 지워버리고픈 오점으로 여길 수도 있다. 내심 전자이기를 바라지만 후자로 기울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 짐작한다. 내가 그랬던 까닭이다.


한 살 때 바닥을 기다가 달궈진 다리미에 데여 생긴 왼손가락들을 뒤덮는 화상 자국, 초등학교 2학년 때 놀이터의 터널을 전속력으로 통과하려다 머리를 부딪혀 생긴 꿰맨 자국, 그곳을 꿰매다 바이러스가 침투해 체내로부터 터져 나온 콧대와 오른 눈 사이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상처 등등. 꽤 오래도록 이것들을 어떻게 하면 감출 수 있을지 전전긍긍했었다.


흉터는 지저분한 얼룩이 아니라 내 고유한 무늬다, 하는 튼튼한 자존감을 갖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누군가 이걸 당장 없앨 수 있다면 없앨래 아님 안고 갈래 묻는다면 단숨에 “없애주시지요”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말이다.


은호의 점은 선천적으로 타고났고 내 흉터는 후천적으로 얻은 것이니 성격이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타인의 시선이 꽂히는 곳에 남과는 다른 어떤 것을 달고 다닌다는 면은 같으니까, 은호도 내가 겪은 부끄러움과 고뇌를 맛보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 순간순간들에 “아빠도 그랬어” 운을 떼며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철없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언젠가 정말로 그 순간이 도래한다면. 아마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진심으로 내 흉터의 존재에 감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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