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태진 Dec 18. 2017

화병은 피해자의 병이다.


화병(火病)은 피해자의 병이다.
화병(火病)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이다. 화병은 분노, 갑갑함, 열감, 목 이물감, 수면장애, 가슴 두근거림 그리고 한(恨)을 포함한다. 우울증의 일종으로 분류하지만 화병은 한국문화와 관련된 독특한 점이 있다. 우울증, 강박증, 불안증, 정신분열증 등의 용어에는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있지만 화병은 쉽게 이해가 되고, 화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위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더 우울해지지만 화병이라는 진단은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화병은 피해자의 병이기 때문이다. 피해를 당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표현할 수 없었고 억울함과 분노를 오랜 시간 쌓아두면서 한계가 넘어 신체화된 병이라는 것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사람은 직관적으로 안다. 화병의 진단은 당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고 ,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는 환자의 태도나 마음 상태보다 환자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을 포함한 생활환경에 있다. 한의학에서는 매핵기, 번조, 정충, 울증, 발광, 섬어, 결흉 등이 화병(火病)과 관련이 있다.
< 민성길의 화병 연구 참고>



지난 12월 17일에는 철원에 계시는 타키모토 잇코 스님을 만나고 왔다. 가로 3m 세로 7m 의 일본산 묘법사 (컨테이너 박스)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계셨다. 절반은 법당을 만들고 나머지 절반은 화장실과 주방 그리고 널빤지와 종이로 만든 가구가 있었으며, 두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전부였다. 
"일본 침략 사죄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합니다"
평화생명 동산에서 철원으로 장소는 바뀌었지만, 태고를 두드리며 한결같은 기도로 정진하고 계셨다. 
스님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듯이... 나도 화병으로 맺힌 사람들의 가슴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