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우리엄빠 자서전 프로젝트」② 엄마, 아빠의 반응

by 슬로우

자선적 프로젝트를 알렸다.


엄마아빠에게 자서전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아빠 인생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 글은 내가 정리해줄게.”

사실은 조금 걱정했다.

“내가 뭐…” 하면서 손사래 치실 것 같아서.
근데 예상과 완전히 달랐다.


엄마가 먼저 말했다.
“내가 뭐 별 게 있다고… 그래도 너무 좋다.
나 준비됐어. 이런 거, 사실 늘 하고 싶었어.”


아빠도 웃으면서 곧바로 얹었다.
“그래, 나도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
너희한테도 그렇고, 나 자신한테도.”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나 자신한테도.’


아빠가 자기 이야기를 자기에게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
그게 너무 어른스럽고,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했다.

평소엔 “힘들다”는 말도 잘 안 하던 두 사람이라
더 놀랐다.

이야기하고 싶었던 말들이 이미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것 같다.


누가 꺼내주기만 기다리는 편지처럼.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방식이 더 편한지
엄마아빠가 직접 골라줘요.”


나는 아무런 가이드없이 시작하면 서로 헤맬 것 같아,

두 가지 방법을 준비해두었다.


하나는,
아빠처럼 “일이 나를 만들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이다.
어릴 적부터 차례대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일하는 나’, ‘가족 안의 나’, ‘내가 지켜온 생각’
이렇게 세 가지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는 인터뷰.
세 번 정도,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씩 앉아서
아빠 인생의 굵직한 순간들을 같이 더듬어볼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엄마처럼 “옛날 이야기만 하면 밤새도 모자라” 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이다.
어린 시절 동네, 첫사랑 얘기, 결혼, 아이들 키우던 시간,
그리고 지금의 엄마까지.
시간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듯이 이야기를 듣는 방식.

네 번, 다섯 번쯤 나눠서
엄마의 인생을 한 장면씩 꺼내 볼 예정이다.


어떤 구조가 맞는지는
내가 정해주는 것보다
두 분이 직접 고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자기 이야기를 어떤 틀에 담을지 선택하는 순간부터
자서전은 이미 시작되는 거니까.


두 분이 너무 좋아하니까
나까지 마음이 든든해진다.
‘이 프로젝트, 오래오래 기억에 남겠다’는 예감이 든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엄마아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 말들을 다시 적고,
우리만의 작은 책으로 묶어볼 거다.

부모님이 이렇게 기대하고 있으니,
나도 너무 기대된다.


우리 가족의 시간이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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