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핑 당하는 기분, 전혀 좋지 않다
오늘 아침 66명으로 시작한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이 시점에서 313명으로 다섯배가량 뛰었다. 어쩐일인지 오후 7시 이후부터 핸드폰에 진동이 끊이지 않더니 현재까지 점점 늘고 있다. 어제 기존에 썼던 글에 조금 내용을 추가했기로서니..이렇게 인기가 좋을수가 있나?
저녁 7시부터 내 핸드폰 상황. 내..내가 셀럽이라니!!??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PV는 2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지금 구독자는 허수라는 거다. 알고보니 브런치를 설치하고 몇 명 이상의 작가를 구독하면 카톡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이벤트 중 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막연히 기분이 좋다가 이유를 알고나니 허탈하다. 사람들이 내 글보다 이모티콘 때문에 기계적으로 구독 버튼을 누른거구나 싶어서. (물론 나도 저 이벤트를 참여했었고 새로운 구독자 모두가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원래 내 브런치는 UX디자인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업계 디자이너와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다. 또 제대로 된 블로그를 운영해본적 없는 나에게 몇몇분이 달아주신 고마운 댓글들은 큰 응원이 되었고,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내 브런치가 이런 식으로 이벤트에 단순히 이용되었다는 느낌에 상당히 불쾌하다. 언젠가 내 브런치를 열었다는 것을 친구에게 이야기 하면서 '내 브런치에도 사람들이 막 들어와서 댓글도 남기고 나도 유명해지면 되게 좋겠다~'라고 이야기 한 적 있긴 했지만 이렇게는 아니다. 이렇게는...
요즘 카카오에서는 카카오 대리운전, 카카오파머같은 신사업 진출이 한창이다. 하지만 O2O 비즈니스 특성상 수익이 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카카오는(여전히) 트래픽으로 먹고사는 회사이다. 그렇기에 지금 브런치의 이벤트가 납득이 간다. 또 우리나라에서 카톡 이모티콘이 가지는 마케팅적 의미라는 것이 대단하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하지만 그렇게 유입된 사용자 중에 8할 이상은 액티브 유저가 되지 못할것이다. 심지어 무작위로 선택 해본 내 구독자 중에는 3분만에 계정이 삭제된 사람도 있었다. 이런식으로 사용자를 불려 트래픽만 올리면 되는 걸까? 나는 이 300명에게 내 글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어떤 서비스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 전혀 모르겠다.
상품이 성공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마케팅, 디자인, 개발의 관계는 합이 아니라 곱이라는 것을 들은적이 있다. (어느 책에서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되지 못하면 0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의 카톡 마케팅으로 카카오 마케팅 목표는 달성했을지 모르겠지만 서비스의 본질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