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아파트들 정문과 후문에
도깨비 시장처럼 학습지 천막이
반짝 생겼다 사라진다.
오늘은 눈높이였다.
유독 수학을 못해서 중학교 때
엄마가 눈높이 수학을 시켰다.
지난주 학습지를 반도 못 풀었는데
이번 주가 되면 또 한 더미가 오고,
또 오고, 점점 더 쌓여만 갔다.
중간고사 답안지를 백지로 내던
반항기에도 지각도 못하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 가는 이상한 성격 탓에
쌓여가는 학습지는 어마 무시한
마음의 짐이었다. 수학이 더. 더. 더
싫어졌다. 여전히 손가락 없이는
덧셈 뺄셈을 못한다는 어느 수포자의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