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선생님 / 심리학관
사람은 그다지 강한 존재가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이 마음에 고이기 마련이다.
감정을 드러내고 살 수는 없으니 밖으로 보이지 않게 노력하다 보면 몸과 마음에 긴장이 쌓인다. 근육 하나 하나, 마음 결 하나 하나에 배어든다.
마음 약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고,
상황이 열악할 때만 그런 것도 아니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삶이 그렇다.
불편한 감정이 고이고, 긴장은 높아진다.
그러다 보니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불편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통로가 필요하다. 근육에 배어든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통로 얘기부터 해보자. 감정은 편안하게 속 이야기를 할 때 흘러나온다. 결국 통로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삶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존재다.
수다를 떨고 대화를 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고여 있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세상사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경우가 많고, 꼭 해결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말을 해서 내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면 또 다음 걸음을 옮길 수 있다.
감정은 독특한 특성이 있다. 지나치게 오래 마음에 고이면 생명력을 가진 듯 제멋대로 변할 수 있다. 엉뚱한 증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어떤 때는 공황 증상으로, 어떤 때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로, 어떤 때는 자기 연민으로 요동친다. 커져 버린 감정은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조절이 어렵다.
조절하지 못하는 감정은 제멋대로 움직이곤 한다. 이 감정을 붙잡으려고 애써 노력하다 보면 우리는 바짝 긴장하게 된다. 일상에서 그저 버티는 데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결국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통로가 있어야 최소한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람마다 성향에 따라 다른 방법이 통한다.
누군가는 운동일 수 있고 (운동은 정말 좋은 수단이다!), 누군가는 감각적인 활동일 수 있고, 누군가는 명상이나 종교활동일 수 있다. 몸을 움직여 봉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고, 색칠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음악이나 책에 몰입하는 순간 긴장이 풀린다는 사람도 있다.
가장 널리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가 술인데,
술은 썩 좋지 않다.
가끔 하는 정도야 나쁘지 않지만 의존성이 있고,
뇌를 건드린다.
우울감을 키우고 수면을 나쁘게 한다.
사람은 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두 가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1.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2. 내 긴장을 풀어줄 취미나 활동.
이 두 가지를 만들지 못하고서
안정성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가끔은 자신에 대해 과도한 기준을 잡고 있는 분을 만난다. 자신이 왜 이렇게 약한지 모르겠다고. 대부분 위에 말한 두 가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다. 두가지가 없는 상태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기란 너무 어렵다.
사람은 그리 강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자기 혼자만으로는 제대로 설 수 없는 존재다. 사람 '인'자는 두 획이 서로 기대어 있다.
기댈 곳이 있어야 우리는 버틸 수 있다.
긴장을 풀 방법도 꼭 필요하다.
내가 왜 약한지,
내가 왜 불안정한지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곁을 만들지,
어떻게 내게 맞는 긴장 해소법을 만들지
궁리하고 찾아야 한다.
그래야 겨우 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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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선생님
소아정신과 전문의
2025.11.25.